디자인실의 사진 보기를 마무리하고 정리를 시작한 것이 바로 12월 27일 모마에서 본 사진들입니다.
시간적으로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도 사실 새롭게 느껴지는 사진들이 많아서 재미있네요.
실내의 조명으로 그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제 모습으로 사진은 변형을 겪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현장감을 살리는 것으로 치고
그대로 올려 놓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이 원급법을 그림속에 살리느라 고심하던 시기를 생각하게 하는 사진이네요.
어제 귀한 책을 한 권 택배로 받았습니다. 서해문집의 아그네스 님이 보내주신 것인데 서점에서 발견하고 선뜻 살 수 없었던 것은
평소에 사던 책값보다 비싸서였습니다 .읽고 싶긴 하고, 어떻게 하나, 책을 펄렁펄렁 펼쳐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
그녀와 통화하다가 그 책 이야기를 하니 선물로 주시겠다고 하더니 택배로 보낸 것입니다.
읽으려고 생각하던 책을 접고 이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철학과 미술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구석기시대부터 크레타 문명까지를
우선 읽었는데요, 그동안 제 안에서 해결이 되지 않던 여러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개안의 기쁨을 누린 책이기도 하지요.
저자는 이 책 이전에서 미술과 인문학을 동시에 다룬 책을 한 권 낸 분이고 그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서 ,일단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독서를 더 재미있게 한 요인도 있지만 역사책에서 늘 도판으로만 보던 것들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 관심을 확대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사진의 한 장면을 보다가 갑자기 이 책이
떠올라 소개하게 된 것이지만 아직 일독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다 읽고 나면 어떤 이야기를 꺼내게 될 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책 이야기를 꺼내니 다른 책도 생각이 나는군요.
지난 금요일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여러가지 제목을 적어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사게 된 (아직 읽을 책이 남아 있어
책 구입을 자제하느라 ) 두 권의 책 중 하나인데요 지금의 한국을 보여주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라고 할까요?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하루 종일 나가있었던 피로를 말끔하게 날려버리는 글솜씨로 저를 끌여당겼던 책이지요.
토요일 아침까지 다 읽고 도서관으로 들고 갔더니 한 여학생이 조금 들추다가 빌려달라고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은데 이 사람이
먼저 썼네요 하고 말해서 웃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책입니다.
도쿄 대학 안도 다다오의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에게 당시 유명한 건축가들을 초빙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기록한 것인데요, 현대 건축사에서 이름으로 알게 된 쟁쟁한 건축가들의 육성을 듣고 그들이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세지에 귀 기울이던
시간의 뜨거움을 기억하게 됩니다.
이 책은 단지 건축하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20대 혹은 그 나이만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떤 세대의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건드리고 고민하게 만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답니다.
건축 도면, 디자인실의 사진들이 많았던 것처럼 역시 사진 전시회의 사진도 엄청 많아서 한 번에 기록하는 것은 역시 불가능할 것 같네요.
몇 번에 걸쳐서 기록으로 남겨두면 가끔은 뒤적이면서 새롭게 환기되는 기억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다시 길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설레기도 하고, 혹은 무엇에 촉발되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기도 할 것 같아서 일부러 기록을 남기게 되네요. 물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큰 계기가 되는 것이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