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전 모임의 이 연실씨 집에서 한 번 모여서 음악회를 하자고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 집의 막내 아들 창연이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우선이었고, (시작한지 삼년밖에 되지 않았다고는 믿기 어려운
솜씨에 놀라서요 ) 이왕 모이는 김에 연실씨의 춤도, 그리고 악기를 하고 있는 어른, 아이들의 소리도 듣고 싶어서였습니다.
목요일 오전반의 어른들과 목요일 저녁반의 아이들과 어른들, 이렇게만 해도 인원이 상당한 데다가, 정발산에 모여 살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그녀들의 아이들까지, 점점 참가자가 많아졌지요.
목요일 저녁반의 노다윤과 첼로,바이올린을 함께 연주하기로 하고 준비하던 중 김미라씨, 범희영씨 모여서 연습하다 보니
어른들도 연주해보자, 이렇게 해서 갑자기 4곡을 연습하게 된 제겐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지만 이런 기회에 음악이 잘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듣는 단계에서 스스로 연습해서 함께 연주하는 단계로 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면 실수하면 어떠랴, 정말로 참가에 의의가 있노라 하고 밀고 나갔습니다.
드디어 오늘이 음악회날인데요 음악회 순서가 정해지기 어려울 정도로 자꾸 자꾸 참가자가 늘어났습니다.
집을 기꺼이 제공해 준 연실씨의 살풀이 춤으로 시작한 음악회는 초등학교 일학년 지혜의 피아노부터 시작해서 첼로, 바이올린과
첼로 이중주, 제 1,제 2바이올린 첼로의 삼중주,첼로 독주, 엄마와 딸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런 식으로 다양한 1부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큰 시험에서도 별로 기죽지 않는 제가 이상하게 무대에만 서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무대라 해도 거의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어떻게 연주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일단 순서가 끝나고 나니 음악회를 정말 즐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1부 순서를 마무리하고 각 집에서 참가인원이 몇 명이라도 회비를 1만원씩 걷어서 마련한 푸짐한 간식으로 긴장을 풀면서 이야기꽃이
여기저기 피어납니다. 내년에는 나도 연주하고 싶다는 아이들, 프로들이 하는 음악회도 좋지만 이런 음악회, 더구나 가정에서 모여서
하는 음악회가 정말 인상적이라고 감탄하는 어른들, 어린 아이들이 제대로 앉아서 감상하는 것이 기특하다고, 아이들이 오늘 받았을
유형무형의 인상이 남아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사람들, 그렇게 한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일단 마무리하고
2부를 시작했는데요, 순서에 없던 민경이도 자극을 받았는지 연주하겠다고 합니다.
역시 이루마가 인기가 있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던 날, 세 명의 이루마 연주가 다 각각 특색이 있어서 같은 곡이라도 누가 연주하는가에
따라 음색이 표현이 다르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찬조출연해주신 분의 대금 연주, 원래는 대중적인 곡을 준비하신 모양인데, 사회자들이 대금 산조라고 하자 즉석에서 산조곡을
들려주신 덕분에 나중에 앵콜곡까지 두 곡을 듣게 되었지요.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하고 곡을 받고, 이런 상황이 아니어서 첼로곡이 6학년 여학생 두 명이 같은 곡이더라고요. 그래서 1부, 2부 다르게
넣어서 들었는데 2부의 노다윤은 조금 더 길게 연주해주어서 앞의 곡은 어떻게 서로 표현했는가를 비교하면서, 그리고 뒤의 곡은
새롭게 듣는 멜로디라서 집중해서 듣는 재미있는 시간이었지요.
김미라씨의 첼로 선생님이 어른들의 음악회에서도 한 번 연주해주셨는데 이번에도 역시 찬조출연해서 바흐의 곡과 아들이 좋아한다는
찬송가 한 곡을 연주하던 중 찬송가를 흥얼거리면서 따라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더라고요.
이번 음악회의 하일라이트는 두 남학생의 피아노 연주였습니다.
지금 한창 음악에 맛들여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고 있는 홍주, 6학년 남학생인데 앉으나 서나 피아노 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보이는 아이이지요.
쇼팽 곡을 두 곡 선보였는데 언젠가 우리 집에서 연 목요일 모임의 음악회에서 연주한 베토벤 곡에서 두 걸음, 세 걸음 성큼 달라진
실력이 귀에 확 들어와서 신기했습니다.
마지막은 창연이의 베토벤 월광연주였습니다. 오늘 사실은 미리 표를 구한 시향 연주회가 있는 날이었지만 물론 음악회때문에
못 갔지요. 그런데 그 시간이 하나도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멋진 연주였고요, 언젠가는 무대에서 그 아이를 피아니스트로서
만날 날이 오겠구나 생각할 만큼의 연주였습니다
음악회가 다 끝나갈 무렵 발레를 전공하는 영서가 와서 마지막으로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자 어린 여학생들은 완전히 매료되어서
나중에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말을 걸고 하는 모습이 재미있더군요.
일단 순서를 다 마치고, 그냥 가기 아쉬운 사람들은 더 연주해도 된다고 하자, 대금 앵콜에 이어 창연이, 홍주,그리고 영서의 발레마임까지
정말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나중에는 홍주와 창연이의 배틀처럼 서로 번갈아가면서 피아노를 치는데 악보도 없이 몇 곡을 그렇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더라고요.
주인장의 허락도 없이 우리들끼리 내년부터는 여름 방학, 겨울 방학 일년에 두 차례 음악회를 열면 어떨까, 그리고 미리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하고 싶은 사람들은 신청을 받아 곡도 겹지치 않게 하고, 누구나 조금씩이라도 연습해서 참여할 수 있는 1부와 조금 더
전문적인 연주가 가능한 2부로 나누어서 준비하자고 이야기가 무르익었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