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 번째로 정발산의 이혜정씨 집에서 그림 그리기, 그리고 미술책 읽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 모임의 특징은 모이면 하루에 작은 캔버스에 그림 한 점을 완성하는 것인데요, 아직 저는 기초가 모자라서
캔버스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하여 싸인펜과 색연필을 사용하여 마음 가는대로 그려보고 있는 중이었지요.
그런데 어제 참석한 지혜나무님이 제게 붓펜을 사용해보라고 자신이 갖고 있던 붓펜을 빌려주고 (저는 처음 보는 것이라서
이게 무엇하는 것인가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더라고요 ) 알브레히트 뒤러의 이름을 사용한 수채화용 색연필 그것도
색깔이 엄청나게 다양하고 많은 색연필이 가득한 것을 들고 와서 색을 써보라고 권하네요.
외국어를 공부하러 온 사람들에게 제가 자주 하는 말, 상대방의 실력과 비교하지 말 것, 꾸준히 할 것, 그리고 혼자서 하지 말고
동료를 만들어 함께 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그리는 시간에는 가장 떨어지는 실력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으니
남에게 하는 말 다르고 나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네 싶더라고요.
첫 날의 오그라든 마음과는 조금 다르게 그래도 두 번째에는 마음이 어느 정도 긴장상태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붓펜 덕분에
조금은 과감하게 작업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저녁에 도서관 가는 길에 문방구에 들러서 붓 펜을 하나 구해서 들고 가니 아무래도 마음이 자꾸 그 쪽으로 쏠리네요.
시간 나는대로 자꾸 붓펜을 들고 이런 저런 문양을 그려보기도 하고, 그것을 이어 보기도 하고, 색의 농도를 조절해보기도 하고
진하게 문질러서 반으로 접어 눌러보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놀이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요.
다른 날같으면 하루의 수업이 다 끝나고 나면 짬을 내어서 바이올린 연습을 하는데 어제는 붓 펜으로 계속 놀았습니다.
그런 파격이 재미있기도 하고, 제 안에 저도 모르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놀랍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하는 이유는 그림 그리기 모임을 만들었다고 하니 의외로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나서 생각한 것인데요, 수채화를 그려보고 싶다, 나도 사실은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도
혼자서는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오늘 일본어 시간이 끝나고 그림 그리기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바짝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고요.
꼭 화실에 가지 않아도 누군가 선창해서 합시다, 우리, 하고 권하고, 그럴까요? 하고 응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함께 하는 중에 즐거운 시간도 , 성과도 나오는 ,일상이 뭔가 색다른 느낌으로 가득한 하루가 탄생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