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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애들이 무서워요....

| 조회수 : 2,096 | 추천수 : 3
작성일 : 2005-01-14 23:22:25
애들이 방학을 맞아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한가한 날 오라니까 다음날 오겠다더군요,
시어머니께서 데려다주신다고....그러라고 했죠.

애들 오는 날, 저는 일하는 날이라 나갔고,
저녁때 집에 왔습니다.
아이들 먹으라고
밥, 국, 찌개, 샌드위치, 떡......식탁위에 늘어놓고 갔습니다.

저녁때 집에 돌아와 보니,
다른 건 손도 안대고, 떡만 없길래 떡 다 먹었니? 물었더니.

아들놈 : 아니, 할머니가 가져갔어.
나 : 그래?
아들놈 : 할머니가 냉동실 열어보고 떡 많다고 가져가던데....
나 : 할머니가 냉장고 열어보셨니?
(원초적 두려움이죠.....며느리 살림 엿보는 것 같은 두려움에.......)

그렇게 그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잠시 후,
딸아이 방에서 아이들이 대화를 하더군요,

딸 : 오빠는 그 얘길 왜 해?
아들 : 내가 뭐?
딸 : 할머니가 냉장고 열어 본 얘기....
아들 : 그게 뭐....
딸 : 엄마가 할머니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쟎아...
아들 : 왜?
딸 : 엄마가 남의 집에 가면 냉장고 열어보지 말라고 했쟎아. 그러면 실례라고....
아들: .....
딸 : 차라리 우리가 먹었다고 해야지, 왜 할머니가 냉장고를 뒤졌다고 말해?

저.....너무 놀라서.....참견도 못하고 물러섰습니다.
그게 4일전인데.....며칠동안 그들의 대화가 머릿속에 맴도네요......
******************************************************************

전, 아들은 그렇고 그렇게 키우는데,
딸에 대한 집착이 병적으로 심해요.
제가 장녀라 한 번도 어리광을 피워본 적이 없거든요.
울 딸은 제가 애기라고 부르고 그렇게 취급하니까, 제겐 항상 애깁니다.
밖에선 똑 부러지다가도 제 앞에만 서면, 혀 짧은 소리를 해대죠....전, 그게 좋아서....
3학년인데.....2월생이라...반에서 젤 어린 애거든요.

근데....요게 다 컸나봅니다.
제 나이 다 먹어 5학년 된 지 오빠보다도 세상 이치에 밝네요.
며칠 동안,
그들의 대화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이제, 애들 눈치도 보고 살아야 하나 봐요.
그 상황을 그렇게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딸이라면.....
어떤 상황은 허술이 넘기겠나 싶어서요.
애들이 이제, 다 컸나봐요. 이제 부부싸움도 집 나가서 해야되나봐요.....ㅠㅠ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강아지똥
    '05.1.14 11:50 PM

    요즘 뜸하시더니 잘 계시지요..^^*
    눈오는날 콧바람도 쏘이고 오시고.....
    저자랄때 기억을 더듬어 보니깐....초등생이후론 부모님께서 하시는 대화, 어른들일.....
    말씀안해주셔도 눈치로 다~알았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딸래미가 다 자랐네요.그런눈치도 있고......

  • 2. 마농
    '05.1.14 11:55 PM

    10살짜리 꼬마숙녀가 그리 속이 깊다니.....
    감탄감탄이에요. 머리가 좋으면 영재라고 하는데..
    마음이 현명하면 현재라고 하면 될라나?? 하고
    혼자서 단어만들기 해봤어요.
    흐뭇하면서두...다 자란 듯해서..약간 서운하기도 하구..
    그런 맘일 것같아요.

  • 3. yuni
    '05.1.15 12:23 AM

    흐흐흐,,,
    아들내미 어릴때 생각이 나네요.
    아들내미 2학년때 아침 일찍 시어머니를 모시고 어디 갈일이 있어 다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어머님이 딸애에게 "아침에 뭐 먹었니??"하고 물으셨나봐요.
    "빵이요." 하고 대답하니 아들이 딸아이 옆구리를 쿡 쑤시며
    "밥 먹었다고 해야지, 빵 먹었다하면 엄마가 할머니한테 혼나잖아" 하는거에요.
    딸아인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침에 빵주면 거의 안 먹는걸 어머님이 아시거든요.
    그 당시 우리딸이 하도 안 먹어 밥 잘 먹이기 뭐 그런거 할땐데
    아들이 할머니와 엄마의 묘한 신경전을 느끼고 있었나봐요.
    정말 애들이 무서워요. ^^*

  • 4. 아라레
    '05.1.15 9:38 AM

    무서운게 아니라 따님을 똑똑하고 철이 든 이쁜 아기로 잘 키우셨는데요 뭘... ^^
    앗! 그러고 보니 이건 염장글? -_-+

  • 5. 꽃게
    '05.1.15 9:43 AM

    그 엄마의 그 딸 아니겠습니까?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무조건 딸 이야기만 나오면 부럽습니다....

  • 6. 김혜경
    '05.1.15 10:26 AM

    그럼요..아이 크면 상전입니다...

  • 7. 코코샤넬
    '05.1.15 10:41 AM

    다 컷네요. 기특기특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철들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염장글이 될 것 같고..
    jasmine님 뭐라고 위로해 드릴까용? ^^;

  • 8. 야난
    '05.1.15 10:48 AM

    쟈스민님...긴장되시겠네요.^^*
    우리딸도 야무져야 될텐데...

  • 9. 예은맘
    '05.1.15 11:07 AM

    우리딸도 저렇게 대견하게 커줘야할텐데... 잘 키우셨네요. 부럽어요.
    아이가 어리든 크든 부부싸움은 정말 나가서 해야되요. ^*^;;;

  • 10. 소금별
    '05.1.15 11:07 AM

    정말...
    아이같지 않은 어른스러움이네요...

    기특합니다..

  • 11. 현석마미
    '05.1.15 11:38 AM

    정말 딸래미 넘 야무진 것 같아요..눈치도 빠르고...^^

  • 12. 홍이
    '05.1.15 2:25 PM

    자스민님 자주 글좀 올려주세요
    요즘은 바쁘신가봐요

  • 13. 박하맘
    '05.1.15 2:52 PM

    방정리하는 손끝이 무진장 야무지다 생각했어요...
    수현이 속깊은 아이 같아요....
    울 딸 언제 그만큼 클까요???
    그러면 누구누구 스토킹하러다녀야하는디.....ㅋㅋㅋ

  • 14. 뽀로로
    '05.1.16 12:44 AM

    인제 숙녀 대접을 해주셔야겠네요. 아님 수현이가 엄마 좋으라고 계속 어리광을 부려주는게 아닌지...
    가끔 제 아들래미도 더 안자랐으면, 딱 지금 이대로 있었으면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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