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제가 결코 하지 않았던걸 했습니다.
뜨개, 왠지 이것만은 끌리지않아 외면해왔어요.
인형머리를 만들다보니 여중때 배운 짧은 뜨기만으로 간신히 내 마음대로 머리를 떴습니다.
인형몸체를 자수실로 감다가 뜨개실을 사용하니 더 예뻐서 뜨개가게를 드나들며 인형을 위한 실을 찾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내 옷을 뜨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마음대로 뜬 인형머리가 짧은 뜨기라는것도 다시 배우고 바늘 잡는 법도 배웠어요.
전혀 새로운 걸 배우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이 짧은 기간 동안 이게 화두라면 다른 망상에 전혀 빠지지않고 오직 이 세계에 빠져버렸습니다.
매일 몇 개씩 만들던 인형도 잠시 쉬었어요.
거의 한달 반동안 인형을 10명도 안만들고 계속 떴어요.
물론 직장도 다니고, 살림도 하고 운동도 해야하니 그 외에 시간만 쓸 수 있어 더 몰입되었는지도 모릅니다.
8월 31일 시작한 나의 손뜨개는 드디어 제 첫작품인 자켓이 완성되어 스팀다리미로 다려 내일 출근할때 입으려 합니다.
뜨면서도 색을 맞춰나가는 일이 너무 즐거워서 꼭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습니다.
내 몸에 맞춰 모티브를 잘라내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었고요.
82님들께 제 첫 작품 자랑하고싶어요.
82의 뜨개질 고수님들, 매의 눈으로 보지 마시고 초보가 첫사랑에 빠졌음을 이해해주세요.
좀 많이 야한 자켓입니다.
실이 예뻐 모든 흉이 감춰집니다.
무엇보다 제 몸에 꼭 맞아 기쁘네요.
제 인형에게 미안해서 인형옷도 떴어요.
다음 옷도 모티브입니다. 벌써 시작이 되었습니다.
외롭고 쓸쓸하다는 언니, 동생분들,
뜨개 배워보세요.
전 처음이라 그런지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루가 24시간뿐이란 것이, 인간은 자고 먹어야한다는게 속상할 정도로 시간이 지나갑니다.
완성한 후 보다 만들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