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이 왔다
동대문 원단 시장에 가서 예쁜 원피스 감을 샀다 .
내 옷이 아니라 인형 옷감이다 .
4 분의 1 마면 수 십벌을 만들 수 있다 .
소매 , 몸통 , 치마로 마름질해놓으니 매일 한 벌씩 만든다 .
퇴근하고 지친 몸도 예쁜 원피스 한 벌 빨리 만들면 기쁨이 가득 찬다 .
작은 옷이라 금방 만들지만 속바지 , 속치마도 입히고 정성을 담아 만든다 .
내일을 위해 그만 자야 하지만 놀이 할 재료를 가득 쌓아두니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았다 .
인형마다 예쁜 옷감으로 원피스를 만들고 울사로 정성스럽게 머리를 바느질해 땋고 묶어주었다 .
70 년대는 아동복이 발달하지 못해 어른들 틈에 끼어 아이들도 양잠점에서 옷을 맞춰 입었다 .
우리 동네에는 리정이라는 작은 양잠점이 있었다 .
자식도 없고 남편복도 없다고 어른들이 수근대던 바짝 마른 리정아줌마가 있었다 .
가봉할 때 손목에 찬 핀쿠션과 바짝 마른 손가락은 기억나지만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
예쁜 원피스로 나를 공주로 만들어 주셨던 리정 아줌마
자신이 만든 옷을 입혀 놓고 내가 인형옷 만들고 난 뒤처럼 나를 보고 정말 예쁘다고 늘 말씀하셨다 .
별로 예쁘지 않은 나지만 그 때는 아주머니 말씀처럼 내가 늘 예쁜 아이 같았다 .
지금도 살아계실까 ?
제게 예쁜 세상을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
어떤 인형도 그 때 내가 입었던 예쁜 원피스를 입지 못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