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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 조회수 : 15,482 | 추천수 : 5
작성일 : 2022-10-26 23:23:08

오늘 아침 명왕성의 하늘은 구름이 가득합니다.
개강하고 지금까지 두 달 넘게 롤러코스터 타듯 떠밀리듯 달려오다가 오늘 하루쯤은 여유를 부려도 좋을 것 같아서 모처럼 키친 이야기를 하러 왔어요 :-)




이야기를 나눌 때 차 한 잔 쯤은 괜찮지 않아?
(그 영화의 유명한 대사를 따라한 것일 뿐, 여러분들을 존경하지 않아서 반말을 쓴 것은 아닙니다 :-)


집에서 직접 만든 이것은 석류 껍질을 말려서 만든 차 입니다.

石榴皮裏碎紅珠:석류피리쇄홍주
라고 고작 세 살 밖에 안된 이율곡 어린이가 시를 지었다던 그 과일 석류.


지금으로부터 거의 50여년 전, 아직 청춘이셨던 저희 부모님께서 반찬값 아끼고 융자를 끌어모아 첫 집을 지으셨을 때, 저희 친할아버지께서 기념 식수를 해주셨어요. 당신 마당에 있던 큰 석류 나무에서 묘목을 얻어서 저희집 마당에 심어주셨죠. 그 집에서 몇 년 살다가 더 큰 집으로 이사할 때 석류나무도 파서 가지고와서 다시 심었습니다.

그런데 이사한 집은 화단이 크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옮겨 심으면서 뿌리가 약해져서 그랬는지, 해마다 꽃은 많이 피웠지만 큰 열매로 키우지는 못했어요. 큰 비가 한 번 내리고나면 그 예쁜 꽃들이 다 떨어지고, 그나마 몇 개가 남아 조금씩 열매의 모습을 이루어간다 싶으면 골목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담너머로 손을 뻗어 따가기 일수였죠. 석류꽃 보신 적 있으세요? 새빨간 꽃이 정말 예쁘답니다. 저는 떨어진 꽃을 주워서 소꿉놀이 할 때 밥그릇으로 사용하곤 했어요.

제 짐작으로 석류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인 것 같아요. 부산 저희집이나 포항 할아버지댁 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 명왕성으로 이민온 사람들이 고국에서 석류를 많이 먹었다고 말하거든요. 자기 나라에서는 석류가 아주 흔한 과일이어서 수확기가 되면 양동이에 가득 따와서 큰 대접에 석류알을 와르륵 까놓고 숟가락으로 퍼먹었다고 해요.


지금 명왕성에서는? ㅎㅎㅎ
주먹만한 석류 한 개에 2달러 정도 하는데 한 개 다 까봐야 밥숟갈로 서너번 떠먹으면 없어질 분량이 나와요. 다행히도 저희 가족 중에는 오직 둘리양만이 석류를 좋아해서 큰 부담은 없습니다. 가끔 서너 개 사다주면 둘리양이 참 좋아해요. 학교에 도시락 곁들이 음식으로 싸가기도 하죠.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먹어버릴까봐 자기가 직접 챙겨놓고 메모까지 붙여두기도 해요. 






다소 혼란스러운 냉장고 내부를 공개하려니 쑥쓰럽구만요 ㅎㅎㅎ
다른 분들은 요즘 뭐 해드세요? 하고 물어보신 catmom2 님께 응답합니다 :-)
깍두기와 설렁탕이요~~~


늘 아침밥으로 토스트나 씨리얼을 먹고, 점심은 일하면서 한 손으로 먹기 편한 샌드위치만 싸달라고 하던 남편이 이제는 조금 더 건강식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나봐요. 아침밥으로 국에 밥을 말아 먹고 갔으면 좋겠대요. 국이야 전날에 끓여놓으면 되고 밥은 언제나 전기보온밥솥에 들어있으니 얼마든지 오케이 했죠. 쇠뼈를 사다가 인스턴트팟에 물을 부어 끓이니 설렁탕도 아주 쉽게 만들었고... 이제는 설렁탕집에서 주는 그 깍두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국물이 흥건하게 함께 담겨져 나오는, 달큰하고 시큼한, 그 깍두기 말입니다.

아주 우연히 그 비법을 깨달았어요. 한 달쯤 전에 마지막 남은 김장김치를 다 먹고 다음 김장철 까지 기다리는 동안 먹을 막김치를 조금 담았더랬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담은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김치가 맛있게 익지를 않는 거에요. 그냥 계속 짠맛과 매운 양념맛만... 이상하다...? 하다가 깜빡 잊고 풀을 쑤어 넣지 않은 것이 생각났어요. 여름에 먹는 겉절이 김치는 굳이 녹말을 넣지 않고 버무려서 마치 매운맛 샐러드 처럼 그렇게 먹어도 좋지만, 발효가 잘 된 깊은 맛을 내는 김치에는 녹말풀이 필수요소였던 거죠. 그래서 이번 깍두기를 담을 때는 무를 아주 살짝만 절이고, 김치 양념에 녹말풀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넣어서 버무려봤어요. 녹말풀은 감자전분, 찹쌀가루, 등등 녹말을 함유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요. 저는 접근성이 아주 좋은 밀가루풀을 쑤었답니다. 저처럼 입맛이 무난한 사람이라면 굳이 비싸거나 귀한 가루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김치를 발효시키는 균이 녹말을 먹이삼아 활동하는데, 그 균은 입맛이 그닥 까다롭지 않은가보더라구요 ㅎㅎㅎ 아무 녹말이나 잘 먹어요.

저만의 김장철이 4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때 까지는 이 깍두기로 버티려합니다 :-)






저희 앞집의 할로윈 장식과 그 뒤로 보이는 명왕성의 가을 풍경입니다. 온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명왕성에서는 따로 단풍놀이를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후 어느날 아침 풍경은...


겨.울.왕.국!


마치 눈이라도 내린 듯 온 세상이 하얗게 얼었어요. 밤사이 내린 이슬이 낮은 기온 때문에 다 얼어버린거죠. 


이 날은 마침 둘리양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사은조식회를 하는 날이어서 저도 뭐 한 가지 준비하겠다고 부모회 회장님이자 저희 동네 반장님에게 말을 해두었죠. 미국 학교에서는 학부모회가 아니고 부모와 교사 협의회 (Parent Teacher Association, PTA) 라는 기구를 두고 있어요. 학교에서 원래 하는 교육활동 외에 특별 행사를 할 때 교사와 부모가 함께 의논하기도 하구요, 부모측에서 더 힘을 모아 교사를 위한 이런 행사를 열기도 해요. 올해의 PTA 회장님은 마침 우리 동네에서 반장노릇을 도맡아 하는 제이크네 엄마가 맡았으니, 동네 주민으로서 도움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년에는 숩을 대접했는데 올해는 컨티넨탈 브렉퍼스트 메뉴라서 준비가 훨씬 더 쉬웠어요. 컨티넨탈 브렉퍼스트는 이름은 뭔가 디~게 거창한데 별 거 없어요 :-) 그냥 여러 가지 빵과 커피, 도넛, 머핀, 요거트, 등등이죠. 저는 마트에서 떠먹는 요거트를 두 박스 사서 아이스팩을 함께 채워 갔어요.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뒷치닥거리 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크니까 또 그 나름대로 해줘야 할 일이 생겨서 (주로 운전기사 노릇입니다 ㅠ.ㅠ) 여전히 바쁘네요. 음식사진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얻어먹은 김밥 사진...






어느 주말에 오랜만에 만든 만두...





그래도 뜨개질도 하고...




(동료의 아기가 정말 정말 예쁘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살짝 가립니다 :-)





바느질도 했네요 :-)






이번 주말에는 코난군의 댄스파티가 있고 주말 지난 월요일에는 할로윈 파티가 있는데 그 때 사진 찍어서 또 올께요 :-)
이만 총총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파즈
    '22.10.27 12:04 AM

    소년공원님 집 사진을 보면 미국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생각이 듭니다.^^
    늘 부지런하시네요.
    깍두기와 설렁탕 먹고싶어서 얼른 자야겠어요. ㅎㅎ

  • 소년공원
    '22.10.28 2:57 AM

    머나먼 명왕성에 사는 댓가로 맑은 공기와 널찍한 공간을 누리고 있습니다 :-)
    일찍 주무시고 일어나서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
    밤에는 야식 드시지 말고 또 일찍 주무세요~~

  • 2. 시간여행
    '22.10.27 12:44 AM

    여전히 부지런하신 소년공원님~안그래도 궁금했어요~
    잠들기 직전에 반가운 글이 보여서 인사 먼저 댓글로^^

  • 소년공원
    '22.10.28 2:58 AM

    감사합니다 시간여행 님!
    저는 시간여행 님의 또다른 여행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

  • 3. Juliana7
    '22.10.27 7:34 AM

    주택가 환경이 아주 굳입니다. 공기도 좋아보이구요
    언제나 진솔한 소년공원님 포스팅이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 소년공원
    '22.10.28 2:59 AM

    지구에서 머나먼 곳이라 환경이 쬐금 더 낫습니다.
    부족한 제 포스팅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4. 솔이엄마
    '22.10.27 8:39 AM

    소년공원님 글이 왜이리 오랫만인것 같죠? ^^
    올려주신 사진과 글에 눈이 시원해지고, 맘이 따뜻해졌어요~
    아가사진에 넘어갑니다~^^ 너무이뽀이뽀!!!
    소년공원님 덕분에 아침준비하면서 김광석노래를 흥얼거렸어요.
    가을이 깊어져가는 요즘이에요. 늘 건강하시고~♡
    소식 자주 전해주세용~

  • 소년공원
    '22.10.28 3:01 AM

    제가 무척 오랜만에 왔어요.
    아마 두 달도 더 된 것 같아요.
    개강하고서 지금까지 바빠서 로그인을 못했거든요.

    예쁜 아기 사진을 좋아하시다니, 이러다 막, 응? 할머니 되고, 막,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ㅎㅎㅎ
    다음 주에 할로윈 사진 찍어서 또 올께요 :-)

  • 5. 18층여자
    '22.10.27 9:15 AM

    저도 이란에서 수입된 석류를 먹어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과즙도 많고 단맛도 강하고 씨는 무르구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연을 쫓는 아이'에서도 석류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글로만 읽어도 강렬한 붉은 심상이 떠오르죠.

    모래바람 날리는 분쟁지역으로만 알고 있던 흑백의 아프가니스탄을
    빨갛고 파란 색감을 가진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으로 생각하게 만든 것도
    연과 석류입니다.


    설렁탕.
    저는 지구에 살고 있고 근처에 줄 서 먹는 설렁탕집도 있으니
    조만간 먹겠습니다.

  • 소년공원
    '22.10.28 3:03 AM

    지구인이 명왕성인을 약올리시는군요 아주 제대로 ㅎㅎㅎ
    줄서서 먹는 설렁탕집에 가시면 제 생각 하면서 곱배기로 든든하게 드시고 나오세요!

    미국에서 파는 석류도 이란 품종인 것 같아요.
    우리 나라 저희집 마당에서 딴 석류는 씨앗이 단단하고 맛이 아주 시었는데, 여기 것은 말씀하시는 것처럼 제법 많이 달고 씨는 대충 씹어서 삼켜도 될 정도로 무르더라구요.

  • 6. 챌시
    '22.10.27 10:37 AM

    어린시절 이야기, 집을 짖고, 석류나무 심고, 또 그 나무를 옮겨 심고,,그런 이야기들 참 아름답게 들렸어요.
    소년공원님 글에 그런 부분들이 참 좋습니다. 뜨게질하고, 바느질 하는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빨간머리앤 살던 시절 같은 느낌이구요.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 소년공원
    '22.10.28 3:05 AM

    요즘 제 아이들에게 몇 십 년 후에 회상하고 추억할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
    제가 더 반갑고 고맙습니다!

  • 7. 테디베어
    '22.10.27 10:42 AM

    오랜만에 명왕성 소식 감사드립니다!!
    바쁘신데 뜨개질까지 이쁘게 하시니 대체 못하시는게 뭔지 궁금합니다.!!
    냉장고 사진 정말 좋습니다.!!
    가을 단풍과 겨울왕국~~ 또 기다립니다.!!

  • 소년공원
    '22.10.28 3:07 AM

    냉장고 사진은 정말 부끄러워요 ㅠ.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언제나 휑하게 내용물이 한 눈에 다 보여서 검은 봉다리 안에서 미이라가 되어가는 식재료는 없다는 점입니다 ㅎㅎㅎ
    테디베어 님 빵 사진 또 더 올려주세요~

  • 8. 더나은5076
    '22.10.28 10:27 AM

    늘 바쁘실텐데도 삶을 알차고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사시는게 느껴져요 ㅎ

    석류는 알갱이를 보는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
    제가 먹은것들은 다 씨가 단단해서
    씹어먹는 영상으로 접할때마다 뭐지?하며 의아했는데
    품종에 따라 다르군요 의문해소~~ㅎ
    쌔빨간 석류꽃..저도 좋아합니다 열매보다 꽃을요 ㅋㅋ

  • 소년공원
    '22.10.30 10:58 AM

    석류꽃이 얼마나 예쁜지 아시는군요 :-)
    저도 한국에서는 열매보다 꽃을 더 좋아했어요.
    한국 석류는 씨가 굵고 단단해서 과육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었어요.
    미국에서 사먹는 석류는 단맛이 더 강하고 씨앗은 연해서 먹기에 더 좋더군요.
    감사합니다!

  • 9. 예쁜솔
    '22.10.29 11:34 AM

    빨간 구슬 알알이 부서진 석류...
    그 새콤한 맛을 알기에 사진을 보자마자
    입 안에 침이 한가득 고이네요.
    언젠가 중동쪽 여행지에서
    길에서 석류를 틀에 넣고 쭉 짜주는 주스 한 잔으로 목마름을 달랬던 기억도 떠오르고...
    고즈넉한 명왕성 가을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 소년공원
    '22.10.30 11:00 AM

    오, 즉석에서 짠 석류쥬스라니, 정말 맛있었겠어요!
    석류는 맛보다도 보기에 더욱 예뻐서 둘리양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행복한 가을날 보내세요!

  • 10. 이규원
    '22.11.13 7:39 PM

    저는 즉석밥을 데워서 곱게 갈아서 씁니다.

  • 소년공원
    '22.11.15 6:46 AM

    여기에도 요리 조언을 남겨주겼네요, 감사합니다!
    맞아요 보리밥을 갈아서 넣는 레서피도 여기 82쿡에서 본 적이 있어요.
    여러 가지 녹말로 만들 수 있으니 김치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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