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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첫경험, 리크를 넣은 크림치즈 파스타, 완전 흐뭇

| 조회수 : 6,185 | 추천수 : 87
작성일 : 2009-04-17 16:30:00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1년도 채 안된 새 건물입니다.



사방으로 나 있는 커다란 창들이 벽을 이루고,
도서관을 짓기 위해 잘라야했던 나무들이 가공되지 않은 채로 그대로 한쪽 창가에서 기둥이 된
낙원같은 도서관입니다.



책을 무한대로 빌릴 수 있고, 찾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컴퓨터로 책들을 브라우징하고 원하는 책을 예약하면 한쪽에 사용자 이름과 함께 잘 포장해 둡니다.
컴퓨터로 책을 찾고 그냥 들고만 오면 됩니다.

책과 커피와 무선인터넷과 사람들과 대화와 커다란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그런 것들이 작은 순간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곳입니다.


울아들... 몰래 찍었는데.. 들켰어요.
나보러 파파라치냐구
꽤 어릴 때부터 자기 사진을 못찍게.. 얼굴을 안 대줘요

책을 빌리다 빌리다, 잡지 과월호를 빌렸어요.
요리책도 많지만, 잡지책은 딱딱하지 않고,
잡다한 광고며 세상 한귀퉁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은 일들이며
요리 말고도 볼 거리가 많아요. 새로운 것들이요. 몰랐던 가재도구까지..

음 야미~~ 정말
근데 저 잡지는 뭐라구 읽어야 하는지 쩝.




이 많은 먹을 거리 중에서 하나 골라봤어요.
생긴 것도 익숙하고 면 요리라면 파스타에서 라면에이르기까지 모두 좋아하는 지라



저 국수의 이름이 PENNE 이군요.
길쭉하게 생겼든, 납작하게 생겼든,
구멍이 뚫렸든, 수제비 모양이든, 만두처럼 속을 채웠든
몽땅 파스타로 불렀었는데
잘난척 할 거리가 하나 생겼어요
근데 펜 이라구 읽나요?



동네에 크로거 라는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데,
늘 한산해요. 이마트갈 때처럼 주차하기 힘든 적이 없어요.
점원들은 항상 오늘 너 어땠냐구 묻지요.
그게 좀 이상하구 귀찮았는데...
한달 정도 지나니 이제 그걸 안물어보면
내가 아시안이라서 그런가 싶구 기분이 나빠지려구 해요.
영국 사람들은 그냥 하이 정도만 했거든요.

저기 저 재료를 저기 사라는 대로 다 샀어요.
우유도 집에 있는데 하프팻이라.. 풀팻으로 골라 샀구요
버터와 계란만 집에 있었네요.
Dijon mustard라는 건 못찾아서,
그냥 집에 소스로 쓰는 씨도 들어있는 머스타드로 했어요.



Leek는 대파처럼 생겼는데, 별 향을 모르겠더군요.
Chop을 하라고 써있는데... 어떻게 Chop을 하라는 건지... 사진을 자세히 들이다봤더니
거의 조밥을 내놨더라구요.
정말 정말 힘들었어요.
겨우 세뿌리인데 잎과 잎사이로 틈틈히 흙이 들어가서리 몽땅 뜯어서 씼고,
푸른 부분을 제거하라 해서 제거하다 하다 보니 하얀 부분이 너무 별로 안담아
좀 덜 파란 부분은 다시 주워담고....
썰어도 썰어도 끝도 없고
완전 난장판에... 이걸 왜 시작했나 싶고...밤에 몸살났어요.



소금을 넣고 penne을 삶고, 부드럽지만 쫄깃하게...
그러나 홀밀 파스타를 샀더니 쫄깃 대신 색다른 텍스처를 경험했습니다.
아뭏든 세상의 모든 면들은 자기만의 특색이 있는 거 같아요.



크림소스를 만드는 방법은
1. 버터와 함께 리크를 마구 볶다가
2. 불을 낮춰 부들부들해질때까지 뚜껑을 덮어 부드러워지면
3. 밀가루를 흩뿌려 다시 볶으면 뻐덕뻐덕해지는데
4. 거기다가 우유를 넣어 끓인 후
5. 저 많은 체다치즈를 몽땅 다 넣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체다치즈의 그 끈적끈적함이... 음.. 냠냠 입니다.
  울아들와서 자꾸 찝쩝거려 쫓아냈어요
6. 다른 그릇에 계란을 풀어 잘 섞다가 저 치즈소스를
   조금씩 조금씩 넣어가면서 약 한컵 정도의 치즈를 계속 저어주고
7. 그 계란+치즈소스 믹스를 다시 저기다가 부어줍니다.
   계란믹스를 부어주니 끈적함이 사라지고 마네요. 아쉽. 그게 오리지널 인가봐요.

여기에 penne을 섞고 400도로 미리 히팅된 오븐에 넣었어요.



배는 고프고,
냄새는 솔솔 나고,
애랑 어른은 언제 되냐고 기다리고
쩝 색깔이 사진에 있는 것처럼 맛있게 되려면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그냥 꺼냈습니다.



계란 믹스 때문에 소스가 조금 푸석거리는 느낌이 났어요.
뭐랄까 ... 그 많은 치즈는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다음번엔 그냥 우리식으로, 계란 빼고, 치즈의 끈적거림을 즐겨야겠어요.
오븐에는 안넣어도 될 것 같구요.

ps) 앤아버에 한 달 전에 도착해서 이제 자리잡았어요.
      82님들 덕분에 짐싸고 힘들때 많이 힘이 되었구요.
      MB 대신 넘흐넘흐 잘생긴 오바마를 매일 감상하는 낙에 산답니다.
      요리도 안하고 매일 사먹구 그럭저럭 살다가..
      처음으로 요리다운 요리 해보고,  
      처음으로 사진 찍어 올려 보고,(바쁘고 정신없어 죽겠는데 사진까지 찍느라..휴)
      정말로 처음으로 키톡에 내놓아요~~
      넘넘넘넘 자랑스럽고 흐뭇해여~~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동이
    '09.4.17 5:18 PM

    간단한듯 하면서 특이한 파스타 요리네요~근데 치즈의 양이 엄청나네요 ㅎ
    저 파스타는 보통 펜네라고 부르더라구요. 잡지는 본아뻬띠 네요. 예전에 그림만 보면서 눈을 즐겁게 했던? 혹은 고문했던? 잡지인데 ㅎㅎ 원글님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드려요^^

  • 2. phua
    '09.4.17 5:30 PM

    자게에서 닉이 안 보여서 바쁜 일이 생기셨나 했더니
    영국에 가셨군요....
    애쓰시며 만드신 요리보다 "" 추신 "" 의 글에 마음이 더 가는 이유는...
    세계를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이 있으니(이래서 악착같이 오래 살려나 봅니다.ㅎㅎ)
    , 82에서 자주 만나길 바랍니다.^^**

  • 3. iuna
    '09.4.17 6:06 PM

    bon appetit! 식사하기전에 맛있게 먹어요! 뭐 이런 인사말이에요.
    penne는 아마 모양이 펜촉 같아서 penna의 복수형으로 옮겨진게 아닐까 싶네요. penna는 이태리어로 펜이란 의미거든요~

    맛있게 요리하셨네요,buon appetito!!

  • 4. 부끄러운앤
    '09.4.17 6:37 PM

    앤아버~ 저희 사촌언니랑 형부가 유학하던 동네인데!!
    저 중학교때 언니 산후조리 하러 가시는 이모 따라 가봤었거든요.
    (아는 곳이라고 막 반가워요 ㅋㅋㅋ)
    카프리님 앤아버에서도 글 많이 올려주세요 :)

  • 5. carolina
    '09.4.17 7:08 PM

    릭도 설익으면, 대파맛이납니다-_ㅜ 매워요.
    매쉬 포테이토 하실때도, 잘게 쳐서! 넣으시면 또 풍미가 다릅니다.
    맛있게 드셨길 바래요:)

  • 6. capixaba
    '09.4.17 9:44 PM

    앗... 안보이신다 했더니 언제 앤아버까지 날아가셨나요....
    맛있어 보여요.
    전 펜네를 먹으면 항상 포크 한자락을 꼭 저 구멍에 끼워서 먹는데...
    이거 떡볶이처럼 해드셔도 맛있어요.
    펜네 삶아서 건진 다음 떡볶이 양념 넣고 볶으면 얼추 떡볶이 맛이 좀 난답니다.
    오바마 오라버니 실컷 보고 그 면상은 당분간 잊고 지내세요.^^

  • 7. Terry
    '09.4.17 10:51 PM

    우와...님 댁에서는 제 비싼 레녹스 어텀이 재료접시??? ^^
    울 집에서는 영원히 장식장 속에 있네요...ㅎㅎ

  • 8. caffreys
    '09.4.18 1:42 AM

    Terry님 //
    레녹스 접시는 얼마 전 아주 커다란 아웃룩 타운에 가서 레녹스 매장에 들렀다가 산 거에요.
    제가 브랜드 이름에 거의 까막눈인데 82에서 주워들은 풍월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접시를 하도 잘 깨먹어서 코닝웨어 매장에 들어갔는데
    남편이 플라스틱 접시 같다고 못사게 말려서 레녹스 들어갔어요.
    세컨핸드 퀄리티 제품인데다가 마침 세일을 하고 있어서
    하나 당 10불 주고 6개 구입했어요.
    리테일프라이스 택이 붙어있었는데 떼고싶지 않더라구요(69불). 접시 하나에 거의 10만원...
    제가 남편한테 그랬어요.
    이 상표 퍼스트 제품은 내 평생(부자가 된다 해도) 가져보게 될 거 같지 않다고..
    어쨌든 너무 복잡스러우면 음식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남편이랑 의견이 안맞았는데..
    벅벅 우겨서 샀어요.
    접시에 붙은 빨간 열매가 색다르고 이뿌더군요.

    6개 60불이라도 제겐 큰 돈이었는고 정착하느라 소비를 너무 많이 한 데다, 그릇 비싼거 따지는 편이 아니라 ... 게다가 의견도 안맞았었는데
    알아주시는 분 만나니 너무 기쁘네요

  • 9. caffreys
    '09.4.18 1:51 AM

    carolina님//
    전 릭이 처음엔 대파인줄 알았어요.
    매운맛도 나는 군요.
    부드러워질때까지 푹 익혔더니 재료 자체에선 아무 맛도 나지 않더군요. 아마도 저 소스 속에 그 풍미가 녹아 들어갔겠죠?

    capixaba님//
    속에 구멍이 뚫려 소스가 묻는 양이 많고 씹을 때 질감이 다르더군요. 한국서도 많이 보고 레스토랑서도 먹어보긴 했지만 직접 해먹은 건 처음이랍니다. 흠 떡볶이 먹고싶네요

    puha님//
    영국엔 오래전에 한참 살던 곳이고,
    여긴 미시건에 있는 앤아버랍니다.
    저도 처음 들어보는 도시라..
    한국 사람도 많고, 한적하고 한산하기 짝이없는
    심심한 도시에요.

  • 10. caffreys
    '09.4.18 1:58 AM

    동동이님, iuna님//
    잡지 제목이, 이탤리어어 일거라고 짐작은 했어요.
    그리고, 읽는 걸 물어보면 누군가 뜻도 알려줄 거라고도
    생각했구요.
    울아들이은 아마 맛있는 에피타이저 라는 뜻일거라고 하고...
    전 웰빙 비슷한 뜻으로 짐작했었죠.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려요. ㅎㅎㅎ

    부끄러운앤님//
    요즘 나름 열심히 해먹긴 하는데...
    그게요... 준비할 땐 허둥거리느라 사진을 못찍구,
    다 하고 나선 사진보다는 먹는 거에 집중하느라 사진을 못찍구...
    어제 저거 저렇게 올리느라 네시에 잤답니다.
    보통 일이 아니더라구요.
    사진 자르구 사이즈 줄이구 ,블로그에 올리구
    복사해서 키톡에 올리는 전반적인 일이 아주 몹시 노동이에요

    정말 키톡에 글 많이 올리시는 분들 넘넘넘넘 존경해요~~~

  • 11. Terry
    '09.4.18 10:35 AM

    저 접시가 레녹스의 모든 라인들 중에는 최고가에 속해요. 일반적인 라인들의 서너 배도 넘는 고가이죠. ^^ 10불이라니...ㅎㅎ 그 포도송이들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찍어서 엠보를 내거든요... ㅋㅋㅋ 한국서는 디너 접시 한 장에 도대체 얼마를 할 꺼냐... 요즘 환율엔 아마 기절할 액수일 거예요.

    그런데 앤 아버가 미시건에 있는 건 첨 알았어요... 참 상식도 는다니깐요. ^^

  • 12. caffreys
    '09.4.18 12:43 PM

    횡재한 거네요.
    어쩐지 정말 사고 싶더라구요.

  • 13. CAROL
    '09.4.18 3:37 PM

    미국에 정착하신 거예요?
    아휴 무지무지 부럽습니다.
    제 꿈이 해외파견나가는 남편따라 외국 생활 해보는건데
    직장은 그럴 기회가 있는 직장에 다니면서 정작 남편이 외국어에 자신없어 해서
    제 희망은 완전히 물건너 갔어요.

    정말 부러워서 눈이 띠용하네요.

  • 14. caffreys
    '09.4.19 3:06 AM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서 살면 즐길 거리가 많겠지만
    계란이 떨어져도 차를 타고 이마트보다 큰 마트가서 사와야해요.
    1년이라... 오래 있을 수는 없구요.

    외국어에 자신없어도 가자고 해보세요.
    미국이란 나라가, 영어를 전혀 못해도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 15. j-mom
    '09.4.20 1:00 PM

    재료도 간단하고 체다치즈도 무쟈게 많이 있는데 해봐야겠네요.
    아는 엄마가 1년코스로 온가족이 갔다가 벌써 올때가 되서 넘넘 아쉬워 하더라구요.
    적응될만 하니까 간다구.....
    후회없도록 여행도 많이 하시고 쇼핑도 팍팍 하시공...
    어쨋든 쬐그만 섬나라(대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갑갑해하는 저로썬 대륙이 부러울따름입니당....ㅎㅎㅎ

  • 16. caffreys
    '09.4.21 4:31 AM

    이걸 잘 응용하면 훨씬 우리 입맛에 맞게 깔끔한 요리를 해먹을 수 있을 듯해요.

    치즈를 좀 덜 넣어도 되겠구요.
    리크 대신 바짝익힌 베이컨과 양파 정도로 바꾸면 더 달달할 것 같아요.

    맛있게 해 드시고, 인증샷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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