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1년도 채 안된 새 건물입니다.
사방으로 나 있는 커다란 창들이 벽을 이루고,
도서관을 짓기 위해 잘라야했던 나무들이 가공되지 않은 채로 그대로 한쪽 창가에서 기둥이 된
낙원같은 도서관입니다.
책을 무한대로 빌릴 수 있고, 찾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컴퓨터로 책들을 브라우징하고 원하는 책을 예약하면 한쪽에 사용자 이름과 함께 잘 포장해 둡니다.
컴퓨터로 책을 찾고 그냥 들고만 오면 됩니다.
책과 커피와 무선인터넷과 사람들과 대화와 커다란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그런 것들이 작은 순간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곳입니다.
울아들... 몰래 찍었는데.. 들켰어요.
나보러 파파라치냐구
꽤 어릴 때부터 자기 사진을 못찍게.. 얼굴을 안 대줘요
책을 빌리다 빌리다, 잡지 과월호를 빌렸어요.
요리책도 많지만, 잡지책은 딱딱하지 않고,
잡다한 광고며 세상 한귀퉁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은 일들이며
요리 말고도 볼 거리가 많아요. 새로운 것들이요. 몰랐던 가재도구까지..
음 야미~~ 정말
근데 저 잡지는 뭐라구 읽어야 하는지 쩝.
이 많은 먹을 거리 중에서 하나 골라봤어요.
생긴 것도 익숙하고 면 요리라면 파스타에서 라면에이르기까지 모두 좋아하는 지라
저 국수의 이름이 PENNE 이군요.
길쭉하게 생겼든, 납작하게 생겼든,
구멍이 뚫렸든, 수제비 모양이든, 만두처럼 속을 채웠든
몽땅 파스타로 불렀었는데
잘난척 할 거리가 하나 생겼어요
근데 펜 이라구 읽나요?
동네에 크로거 라는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데,
늘 한산해요. 이마트갈 때처럼 주차하기 힘든 적이 없어요.
점원들은 항상 오늘 너 어땠냐구 묻지요.
그게 좀 이상하구 귀찮았는데...
한달 정도 지나니 이제 그걸 안물어보면
내가 아시안이라서 그런가 싶구 기분이 나빠지려구 해요.
영국 사람들은 그냥 하이 정도만 했거든요.
저기 저 재료를 저기 사라는 대로 다 샀어요.
우유도 집에 있는데 하프팻이라.. 풀팻으로 골라 샀구요
버터와 계란만 집에 있었네요.
Dijon mustard라는 건 못찾아서,
그냥 집에 소스로 쓰는 씨도 들어있는 머스타드로 했어요.
Leek는 대파처럼 생겼는데, 별 향을 모르겠더군요.
Chop을 하라고 써있는데... 어떻게 Chop을 하라는 건지... 사진을 자세히 들이다봤더니
거의 조밥을 내놨더라구요.
정말 정말 힘들었어요.
겨우 세뿌리인데 잎과 잎사이로 틈틈히 흙이 들어가서리 몽땅 뜯어서 씼고,
푸른 부분을 제거하라 해서 제거하다 하다 보니 하얀 부분이 너무 별로 안담아
좀 덜 파란 부분은 다시 주워담고....
썰어도 썰어도 끝도 없고
완전 난장판에... 이걸 왜 시작했나 싶고...밤에 몸살났어요.
소금을 넣고 penne을 삶고, 부드럽지만 쫄깃하게...
그러나 홀밀 파스타를 샀더니 쫄깃 대신 색다른 텍스처를 경험했습니다.
아뭏든 세상의 모든 면들은 자기만의 특색이 있는 거 같아요.
크림소스를 만드는 방법은
1. 버터와 함께 리크를 마구 볶다가
2. 불을 낮춰 부들부들해질때까지 뚜껑을 덮어 부드러워지면
3. 밀가루를 흩뿌려 다시 볶으면 뻐덕뻐덕해지는데
4. 거기다가 우유를 넣어 끓인 후
5. 저 많은 체다치즈를 몽땅 다 넣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체다치즈의 그 끈적끈적함이... 음.. 냠냠 입니다.
울아들와서 자꾸 찝쩝거려 쫓아냈어요
6. 다른 그릇에 계란을 풀어 잘 섞다가 저 치즈소스를
조금씩 조금씩 넣어가면서 약 한컵 정도의 치즈를 계속 저어주고
7. 그 계란+치즈소스 믹스를 다시 저기다가 부어줍니다.
계란믹스를 부어주니 끈적함이 사라지고 마네요. 아쉽. 그게 오리지널 인가봐요.
여기에 penne을 섞고 400도로 미리 히팅된 오븐에 넣었어요.
배는 고프고,
냄새는 솔솔 나고,
애랑 어른은 언제 되냐고 기다리고
쩝 색깔이 사진에 있는 것처럼 맛있게 되려면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그냥 꺼냈습니다.
계란 믹스 때문에 소스가 조금 푸석거리는 느낌이 났어요.
뭐랄까 ... 그 많은 치즈는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다음번엔 그냥 우리식으로, 계란 빼고, 치즈의 끈적거림을 즐겨야겠어요.
오븐에는 안넣어도 될 것 같구요.
ps) 앤아버에 한 달 전에 도착해서 이제 자리잡았어요.
82님들 덕분에 짐싸고 힘들때 많이 힘이 되었구요.
MB 대신 넘흐넘흐 잘생긴 오바마를 매일 감상하는 낙에 산답니다.
요리도 안하고 매일 사먹구 그럭저럭 살다가..
처음으로 요리다운 요리 해보고,
처음으로 사진 찍어 올려 보고,(바쁘고 정신없어 죽겠는데 사진까지 찍느라..휴)
정말로 처음으로 키톡에 내놓아요~~
넘넘넘넘 자랑스럽고 흐뭇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