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내 놔두고 쪄먹고 구워먹어도 되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얼어 버리거나 금새
썪기 쉬운게 바로 이 고구마라지요.
시댁 고향에서 동네 아시는 분이 우리집 식구 많다고 작년에 김장 배추 싣고 오는
막내 시동생 편에 넉넉히 보내셨어요.
달디 단 물고구마를 보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얼지 말라고 따뜻한 방에 두었더니 지 맘대로 싹을 틔우지 뭡니까? (너~나빴어!)
보관을 잘 한다 하더라도 해마다 꼭 썪어 나가는게 있기 마련입니다.
작년 가을에 김치 강의로 유명하신 강순의 여사님에게 배운게 있는지라
고구마 가루를 만들기로 했답니다.
시는 것을 억제해주고, 단맛을 가미해주는 고구마 가루를 넣으면 더 깔끔하고
맛있다고 하셨거든요.
마침 여기 저기서 조금씩 얻어 놓은 고구마도 있기에 지금 구워 먹을 것만 조금 남겨놓고
깨끗히 씻어 모두 껍질을 벗기기로 했습니다.

세수 말끔히 한 고구마 입니다.
역시 무엇이든 잘 씻어야 예뻐요.^^ 큰 고구마 하나는 널찍한 유리 그릇에 담아 실내에서 싹을 틔워 잎을 키워도 이쁘지 싶네요.
결혼 전에는 아기자기 참 잘도 했는데 결혼하고 살림하고 남편 공장 뒷바라지하고
아이 줄줄줄 키우기에 지치고 힘들어 이제는 귀찮아서 못하겠어요. 좁기도 하구요.

어머님이 껍질도 벗겨 주시고 썰어도 주셨어요. 저는 한 쪽에서 고구마를 썰다가
다른 일 하다가 왔다리 갔다리 하느라 진득하게 일을 못했다네요.
그러니 어르신들이 뒤에서 해 주시는 일 들이 얼마나 큰 지 몰라요.
파 다듬어 주시고... 마늘 까 주시고... 멸치 똥도 까 주시고...절여주시고...씻어주시고...
모르면 쪼르르르 달려가 물어보고...
가만 보면 어머님 손길 안 닿은 것이 없습니다.
어르신 하고 사시는 분 들 계신다면 불편한 것 보다는 함께 해서 편한 쪽을 생각하면서
살아 보십시다. 다 싫어도 어느 한 구석이라도 좋은게 있지 않겠습니까?
그 안에서 또 삶의 지혜를 공부하는 거구요. 복잡 미묘한 사람 관계 까지도 스스로
배우게 되는 겁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것이지요. 암요~ 암요~
돌멩이 던지지 마세요.
어차피 나의 일이고 나의 몫이기에 함께 하자는 겁니다.

이 틀 동안 큰 고무 다라에 담가놨다 다시 물을 바꿔주고를 몇 번 한 후에 마지막으로
찬물로 남아 있는 전분을 다 헹구어 건져놨지요. 뽀도록 하니 이쁜 고구마네요.^^
이 자체로 먹어도 시원하니 참 맛있었어요.
역시 울 어머님이 다 도와 주셨어요~

건조기에 고르게 펴서 바짝 말렸더니...

톡~톡~잘 부러지면서 특유의 고무마 과자 내음이 나네요.
한 손으로 탁~누르니 톡~잘라지네요.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어도 제법 맛있더라구요.

자 ~이렇게 곱게 빻아왔습니다.
방앗간 사장님이 뭐?하려고 이리 많이 말렸냐 하시더라구요. ㅎㅎㅎ김치 담그려구요!
가루도 먹어보니 고구마 향이 살짝 나면서 달콤한 맛이 납니다.
김치 담글때 단맛을 내기 위해 감미료나 설탕을 넣는 대신
찹쌀가루랑 같이 끓여 김치에 넣으면 달달하고 고소한 천연 밑 양념이 될 듯 싶습니다.
혹시 굴러 다니는 고구마 있으신가요?
다 드시기 힘드시다면, 이렇게 껍질을 벗겨 말려서 빻아 놓으세요.
따뜻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더위에 지칠 봄날과 여름 날에 먹을
맛있는 열무김치를 위해 준비해 보심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