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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선생님 김밥이야기 보고.. 며칠전 김밥사건 쓸께요.

| 조회수 : 3,948 | 추천수 : 2
작성일 : 2004-11-27 23:33:50
며칠전, 그러니까 24일 수요일에 다섯살짜리 딸내미 유치원에서 11월이랑 12월생 네 명의 생일잔치를 했답니다. 이 유치원은 다른건 다 좋은데 생일날 엄마들에게 그날 잔치때 먹을 음식을 할당해서 준비하게 해요.
그런데요...

<22일 월요일>

오후 늦게 저에게 통보된(!) 메뉴는 김밥 20줄!
그것도 어른 사이즈 10줄과 꼬마 사이즈 10줄이었답니다.
(지난번 아이들 시장놀이 할 때도 저에게 김밥 5줄이 배당되었었는데, 평소에 소풍갈 때 김밥을 넘 잘싸줬나봐요... 잘쌌다고 생각 안했었는데, 암튼 뭐든지 조금이라도 잘하는 티를 내면 피곤한가봅니다.)

게다가 엄청 큰 과자 4봉지도 함께 준비해 달라시네요.

넘 기가 막혀서(20줄을 어떻게 아침에 말아서 유치원 보낼때 같이 가져가냐고요...),
케익을 구울 줄 아는데 두 개 정도 준비해 가면 안되겠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셋인 어머니가 계셔서 그 댁에 케익을 부탁했다고 말씀하세요.
그렇다니 할 수 없지만 앞이 깜깜했습니다...

저녁에 신랑에게 말했더니 그날 딸내미 유치원 보내지 말라고 하네요!


<23일 화요일>

오전에는 수서역 이마트에 가서 김밥 만들 재료 준비하고 (쌀 빼고 재료비와 과자값만 4만원입니다!),
바로 시댁가서 어머님이랑 과천에 가서 세 시간 정도 일보고 오니 딸내미 유치원 끝날 시간인 2시 50분쯤 되었답니다.

딸내미 픽업해서 집에 와서 5분후 오르다 선생님이랑 수업하고 나서 딸내미를 데리고 친정에 갔습니다.

사실, 화요일은 친정에서 김장하는 날이었습니다.
제가 배추 씻는 거부터 거들어드려야 하는데, 시댁약속이 선약이라 그거 끝내고 가겠다고 엄마께 말씀드렸던 차였습니다.
친정가서 엄마가 이미 담아놓으신 내 꺼 2통, 엄마꺼 보관용 2통, 둘째이모 보관용 1통, 겉절이 1통을 차에 싣고 (저희 집 김치냉장고가 커서 그렇게 되었어요) 셋이서 큰이모댁으로 갔습니다.
그때가 4시가 넘었네요...

큰이모댁 가보니 시작도 안했습니다. 엄마가 오시면 하시려고 했던 상황이었답니다.
일꾼은 저 빼면 엄마, 큰이모, 둘째이모. 근데 배추만 50포기! 동치미무랑 알타리무 등등은 별도로 또 있구요.
어차피 김장하면 일손 도와드리고 김치 얻어 집에 가는 터라 도와드리려고 앉았습니다.
50포기를 4등분해서 쪼개놨으니 200개나 되네요!

열심히 열심히 하면서 신랑에게 저녁 먹고 들어와달라고 부탁 문자메세지 보내고, 그 모습을 보신 엄마도 아빠에게 같은 문자메시지 보내달라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넷이서 하니 그나마 진행이 잘 되어 끝나고 나니 8시가 넘었습니다.
저녁먹고 한숨 돌리고 집에 오니 9시 20분쯤 되었어요.

김치통 가져온 거 김치냉장고에 정리해서 넣고, 대충 씻고
그 때부터 김밥 속 재료중 미리 해 놓아야 하는 것들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이 여덟 개 돌려깎기해서 채쳐서 초절임해놓고,
당근 500g짜리 한 개 살짝 절였다가 볶아놓고,
쇠고기 200g 양념해서 재 놨다가 볶아놓고,
달걀 다섯 개 풀어서 간 해서 야스야끼식 달걀말이해 놓고,
우엉 간해서 만들어놓고
맛살, 어묵, 햄, 치즈, 단무지는 어른용 사이즈와 꼬마용 사이즈로 나눠서 사이즈 맞게 잘라놨습니다.
쌀은 얼마가 들지 감이 안잡혀서 15인분 쌀 씻어서 전기밥솥 두 개에 새벽 4시 30분쯤까지 되도록 예약취사해 놓았습니다.

예전부터 딸내미 유치원에서 생일잔치를 하게 되면 쿠키를 아이들 명수대로 만들어 가져다 주려고 생각하던 터라 쿠키도 만들었습니다.
코코아가루가 들어간 초코쿠키 반죽을 해서 동물모양 찍개로 찍어서 구워놓고 갯수를 세 보니 40여남은개가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총 27명인데 두 개씩 주려면 갯수가 안맞네요. 근데 이미 그때 시간이 새벽 2시가 넘은 때라 모르겠다 싶어 일단 자기로 했습니다.

그 전에 다른 아이 세 명 선물도 포장하고...
못일어날 거 같아서 전화기 모닝콜에 핸드폰 모닝콜 해놓고...


<24일 수요일 생일잔치 당일>

세 시간 정도 자고 나서 5시 30분쯤 일어나서 밥 퍼서 쟁반에 펴 식히면서 배합초 만들어놨습니다.
식고 나서 섞어줬어요.
김밥 본격적으로 싸기 전에 모자란 쿠키 갯수를 맞춰야 할 거 같아
이번에는 코코아가루 안넣고 호두를 잘게 다져 넣어 열 댓개를 만들어 구웠습니다.
그리고는 두 개씩 쿠키포장용 비닐봉지에 넣어서 여분 포함 봉지 29개를 만들어 놨습니다.
김밥 싸는데 얼마나 힘든지... 첨에는 졸리더니만 나중에는 졸음도 달아나더군요.
스무개 싸고 나니 8시 20분쯤 되었나 봅니다.

딸내미 깨워서 옷꺼내 주고 혼자 입어달라고 부탁하고(!), 말아놓은 김밥에 참기름 발라가면서 자르기 시작했는데, 속 재료를 넘 많이 넣었는지 터진게 꽤 됩니다.
결국 괜찮은 것만 잘라서 락앤락 통 2개에 넣고 보니 세 줄 정도는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어쩌지어쩌지 하면서도 시간이 없는 관계로 더 말지는 못했어요.

암튼... 맘이 엄청 바쁩니다.
9시쯤 집에서 나와서 딸내미 데리고 대치동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저랑 딸내미 둘 다 요즘 감기때문에 월,수,금요일에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유치원에 간답니다. 아침에 가면 30분쯤 기다렸다 진찰 받을 수 있는데 오후에 가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해서 불편해도 아침에 병원에 가고 있습니다.

딸내미가 아침에 일어나서 재채기 몇 번 연달아 하더니 코피까지 난 상태였는데 진찰해보시더니 좀 심한지 지혈을 꽤 오랫동안 했습니다.
저랑 딸내미 둘 다 진찰받고 약 사서 나와 유치원 도착하니 10시 20분이 좀 넘었습니다..

선생님께 자초지종 말씀드리고 몽땅 (김밥통 2개, 큰 과자봉지 4개, 쿠키 2개씩 포장한 거 29봉지, 아이들 선물 3개) 드리고 나와서, 내일 이사하시는 큰이모 댁에 날아가서 어제 찍어놓은 버리시려던 세간살이 몇 개 들고 집에 와서 정리하고 나니 딸내미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유치원에 갔더니 김밥도 김밥이지만 쿠키땜에 원장선생님이 이제 콕 찍혔다고 하십니다!
내년에 올라갈 6세반 선생님이 5세반 생일잔치 구경와서 김밥이랑 쿠키랑 유심히 보시고 가셨다네요...
괜히 보냈나?
근데 딸내미 생일에 선물 가져올 친구들에게 고맙단 표시라도 하고 싶어서 쿠키나 미니 머핀 만들 생각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김장만 안겹쳤어도 여유있게, 편하게, 더 맛있는거 했을텐데 싶기도 했습니다만...

그날부터 넘 피곤해서 몸살기운이 있던 것이 오늘 아침까지 주욱~ 이어졌습니다.

그래서요, 김밥이 넘 징그러워요. 평소에 김밥 좋아했는데 이제는 김밥보면 그날 생각이 나서 당분간은 못만들지 싶습니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11.28 12:13 AM

    정말 대단하세요...
    문득 우리딸 초등학교 1,2학년때 빵집에 머핀 준비하고 새콤달콤(카라멜 비슷한 거)랑 요구르트 사가지고 반 아이들 나눠준 생각 나네요...
    쿠키를 굽는다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 2. 헤르미온느
    '04.11.28 1:04 AM

    헥헥....애 키우기 진짜 힘들구나...
    엄마들 한 번 더 존경존경^^
    근데 김밥은 조아조아..ㅎㅎ...

  • 3. 헤스티아
    '04.11.28 1:35 AM

    우앗 넘 대단하셔요!!

  • 4. 승연맘
    '04.11.28 1:40 AM

    애 많이 쓰셨네요...그런데 야쓰야끼식 계란말이는 뭔지...? (저만 모르는 건가요? ^^;)
    좀 가르쳐 주세요...계란말이에 대한 무지막지한 공포심이 있어서요...요령이라도....좀...
    한수 배워가렵니다.

  • 5. 빠끄미
    '04.11.28 1:59 AM

    꾸당...... 역시 엄마는 슈퍼우먼인가봅니다......
    어찌....저렇게........(절래~절래~ 전 절대 못합니다...ㅠㅠ)
    하지만... 엄마가 힘드셨던만큼.. 아이는 정말 행복한 하루였을거같네요~^^

  • 6. dabinmom
    '04.11.28 2:15 AM

    울 아들 엄마는 이쁜 수퍼맨이라고 했는데 메이지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요. 저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겠네요. 내년 1학년 입학하는데... 벌써 걱정입니다. 그래도 쿠키는 굽고 싶습니다. 낼 아니 오늘 당장 오븐 사달라고 조르겠습니다.

  • 7. blue violet
    '04.11.28 10:09 AM

    많이 수고 하셨어요.
    아이들 어렸을때 어린이날 쿠키 종류별로 5개씩 40명분 굽던 생각나네요.
    많이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행복해해서 피곤함이 달아놨던 그 시절....
    이제 아이들이 커서 그런 일 없어졌는 데 그때가 재미있었어요.
    다 컸지만 지금도 구어주면 좋아하겠지요.
    한 번 구워 볼까요?

  • 8. 메이지
    '04.11.28 12:05 PM

    딸내미가 좋아서 입이 찢어졌었더랍니다...
    데리러 가보니 아이들이 쿠키 봉지 하나씩 손에 들고 나오면서 자랑하더군요.
    이 일도 나중에는 다 추억이 될 거 같아요...

  • 9. beawoman
    '04.11.28 1:27 PM

    대단하십니다. 박수 짝짝
    저는 아침 7시40분에 일어나 1240분까지 부추 물만두 만들고 고구마경단했는데
    만두는 모양이 영 아니고, 고구마 경단은 아이랑 같이 드는 재미는 있었는데
    결정적인 한마디 "엄마 나 고구마 실어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 10. 머깨비
    '04.11.28 5:02 PM

    김밥 한두줄두 아니구 거기에 쿠키까지...야~ 정말 대단하시네요..
    속재료두 10가지나 넣으시구.....맛있겠다..

  • 11. 헤스티아
    '04.11.28 11:37 PM

    ㅋㅋ;; 비어우먼님.. 넘 재미있어요^^

  • 12. 히야신스
    '04.11.28 11:40 PM

    증말로 대단한 엄마이십니다....

    감탄!!!!!! 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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