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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요즘 우리집 풍경.....

| 조회수 : 5,658 | 추천수 : 2
작성일 : 2004-10-14 16:12:30
농사짓는 분들에겐 가을이 참 바쁜 계절이죠?
논이고 들이고 사방천지에
거둬들이고 갈무리해야 할 것들 투성이일겁니다.

농부도 아닌제가 요즘 가을걷이하는 농부마냥
마음과 몸이 무척 바쁘답니다.
10월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려서
한낮의 햇살과 바람 한줌이 아쉽군요.

예전 저희 엄마.
가을이면 온갖 종류의 부각을 하셨어요.
고추부각,깨송이부각,김부각,배추잎부각,깻잎부각.
그리고 감자를 소금간해서 살짝 쪄서 말린 감자부각(?)

그리고 고추를 삭혔죠.
간장에 삭힌건 그냥 건져 먹고,소금물에 삭힌건 양념
맛있게해서 무쳐 먹고...

깻잎과 콩잎도 삭혔다가 김장할때
맛있게 양념해서 작은 항아리에 하나씩 담아 두셨지요.

이양념을 얼마나 맛있게 하셨는지
지금의 저는 흉내도 못내겠습니다.

무우도 썰어 말리고
호박,가지도  썰어 말리고
고구마 줄기,토란대,아주까리잎,고춧잎.
기타등등의 여러가지 나물들을 손질해서
가을볕에 열심히 말리셨어요.

그리고 장아찌를 만드시죠.
여름에는 안익은 참외를 한자루씩 사오셔서
약간 말려 꾸득꾸득 해진것을 된장에 박아 두셨고
가을엔 익지않은 토마토나 감, 무우를 된장에 박아 두거나
간장을 다려 장아찌를 만드셨습니다.


가을내내 장만하신 이런 밑반찬은
6남매 겨울나기 밑반찬이 되었지요.
아!!! 길다란 무우로 단무지도 한항아리씩 만드셨군요.

전 지금도 이런류의 반찬을 무지 좋아 합니다.
햄,오뎅 먹고 자란 울신랑은 쳐다도 안보는것들을...

제가 평소에 시댁이든 친정이든
어느 한쪽이 시골이어서 쌀이나 채소 가져다 먹는 집을
무척 부러워 합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시골사람한테 시집이나 갈껄...
그래서 어쩌다 무우나 호박하나라도 누가 주면
그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죠.

여름내내 옥수수도 얻어먹고
풋고추도 얻어먹고 감자도 많이 얻어 먹었어요.

추석땐 전라도 신안으로 고향 다녀 오신분이
일부러 저 주려고 고구마,단감,얼갈이,풋고추등을
따로 가지고 오셨더군요.
그분은 매년 소금도 가져다 주시고 된장도 가져다
주시고 했답니다.
  
그리고 얼마전엔 어느분이 풋고추를 정말 너무도 많이 주셨어요.
밀가루 묻혀 쪄서 말리고,
소금에 삭혀도 두고  간장에는 작년것이 여태 남아있어 안했구요.
그리고 함께 주신 가지가 많아서 실에 궤어 말리고
호박도 썰어 말리고 ...
늙은 호박을 10통쯤 주셨는데
단호박처럼 그냥 쪄서 양념간장 끼 얹어 밥대신 먹고
호박죽 끓여 먹고...벌써 많이먹어 겨우 4통 남았습니다.
고구마 줄기도 많이 주셔서 김치 담갔구요.

제가 몇그루 심었던 토마토가
익지는 않고 자꾸 썩어서 몇일전
죄 따다가 예전 엄마처럼 장아찌 만들었습니다.

민물참게 2kg 사다가 게장 담궜는데
그 양도 적은듯해서 어제 1kg 더 사다가 또 만들었습니다.
오빠네도 두어마리 언니네도 두어마리
제게 자꾸 뭘 주시는 분들께도 두어마리  
그러다보면 게 40마리도 적을듯 싶습니다.

이젠 제가  엄마를 닮아 가나봅니다.
우리집 식구들 저랑 시어머니빼고는 아무도 이런
밑반찬 안좋아하는데 저는 며칠전부터 내내 퇴근만 하면
가을 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군요.

우리신랑 누가 먹을려고 그 고생을 하냐?
시어머님도 자꾸 일거리 만든다고 ....
일하는사람이 짬내서 쉬지않고 잠시도 안쉰다고
은근 나무라십니다.

정말 제가 왜 이럴까요?

토요일은 어느댁 마당으로 은행 따러 가기로 했어요.
제가 아는분께 어디 가면 은행좀 주울수 있겠냐고 여쭈었더니
자기네 마당에 은행나무가 있는데  우린 필요없으니
모두 따가라 합니다. (ㅎㅎ 미스테리님 부럽지요?)
일요일은 언니네 시댁이 고구마 캐는데 거기서
고구마 줄기 따기로 했어요.
깻잎도 좀 따면 좋겠다 싶는데 이미 다 뽑았다는군요.

이번 주말 저는 완전 농사꾼 아낙으로 지낼렵니다.

* 김혜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14 20:44)
달개비 (eun1997)

제가 좋아하는 것은 책. 영화. 음악. 숲속 산책. 밤의 고요. 이 곳 82쿡. 자연이 선사한 모든 것.... 그리고 그 분.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비꽃
    '04.10.14 4:26 PM

    달개비님 ^^
    반가와요 ㅎㅎㅎㅎㅎ
    호박이 뽀얗고 이쁘게 말랐네요
    단단히(?) 무장하고 가을햇빛으로 나가세요 ^^

  • 2. 키티
    '04.10.14 4:43 PM

    달개비님, 넘 부러워요~!
    갈무리 잘 하시고 맛있고 정겨운 겨울 되세요!

  • 3. 몽쥬
    '04.10.14 5:32 PM

    입이 쩍벌어지네요.
    얼마나 부지런하시면....닮고싶어지네요.
    달개비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 4. 빨강머리앤
    '04.10.14 5:38 PM

    달개비님..
    저도 약간 그런 성향이 있는지라..
    그게 천성이라 쉽게 바뀌지 않을 듯 싶습니다만..흐흐

    그나저나 저 채반 오랜만에 보는군요.
    어릴때 보고 처음 보는 듯 싶어요..

    그리고 고추부각, 김부각..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랍니다. ^^;

  • 5. 새콤달콤상큼
    '04.10.14 5:42 PM

    안돼요, 안돼... 그러다 병나심 어떠케요?
    평범한 가정주부 (아니, 게으른 가정주부)인 저도 안하는 일을, 직장까지 다니시면서...

    정말 입이 쩍쩍 벌어지네요. 저도 어제 풋고추 사왔는데 아직 열어보지도 않았네요...ㅠ.ㅠ (반성중..)

  • 6. 헤르미온느
    '04.10.14 6:38 PM

    달개비님, 저도 그렇게 살구 싶은데, 몸이 안따라주네요. 부러워요, 달개비님 주변분들..호호..

  • 7. 마농
    '04.10.14 6:41 PM

    ^^......보는내내 흐뭇합니다......

  • 8. yozy
    '04.10.14 8:40 PM

    저도 달개비님처럼 하고 싶은데....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겠죠.^^
    보기 좋습니다.

    근데 저 김부각, 고추부각은 잘되는데 이상하게 감자부각은 실패를 해서요
    (자꾸 곰팡이가 피어서...)
    혹 감자부각 잘만드는 요령이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 9. 지성조아
    '04.10.14 9:05 PM

    역시나~~~ 달개비님...
    꼼꼼히 글을 읽고 있는데. 괜시리 가슴이 푸근하고 따뜻해집니다.
    우리 동갑 마져요??
    걍 언니~라 부르며 졸졸 쫓아다니고 싶어요.^^

  • 10. 일랑일랑
    '04.10.14 9:43 PM

    제 시댁은 고추 나무를 뽑더니 버리시더라구요...
    에구구 너무 아까웠어요...
    저도 밭에 있었으면 분명 챙겨와서 여기 저기 필요한분 드릴텐데...

  • 11. 서산댁
    '04.10.14 9:54 PM

    촌아줌마 서산댁은 한번도 안해봤답니다.
    대단하십니다. 직장생활하시면서 참 부지런도 하십니다.
    저도 이가을엔 꼭 한번 해볼랍니다.'

  • 12. 메밀꽃
    '04.10.15 12:16 AM

    참 보기 좋은 풍경이네요...^^
    살림꾼이신가봐요...

  • 13. 유진맘
    '04.10.15 12:44 AM

    모두다 귀한것들 이네요~~
    저는 저런것들이 더 어려워보여서 감히 엄두도 못내는데..
    엄마가 가을마다 멸치젓갈이랑 된장섞어서 삭히시던 고추가 먹고싶네요..
    참 보기좋으세요..

  • 14. 미스테리
    '04.10.15 1:17 AM

    나 이젠 달개비님 말 못믿어요...!!
    아주~ 음식 못하는척 하시면서 기죽이기...ㅠ.ㅜ
    지성조아님...우리 달개비 언냐(?)한테 가서 걍 뺏어올까요???

    글구 오늘보니 날씨도 아주 쌀쌀해 졌던데 달개비님께서 그 댁에 가서 제은행까지
    따다 주신다니 전 낼부터 벙개에 대한것에만 몰입할께요...
    (울딸 버젼).....고~~~마워용 =3=3=33

  • 15. 달개비
    '04.10.15 11:42 AM

    이런 모습만 보면 제가 엄청 부지런한것 같죠?
    사실은 아니랍니다.
    게으른 막내 기질이 어딜 가나요?
    하기 싫을땐 손도 꼼짝 안한답니다.
    yozy님 감자부각 곰팡이 피는건 잘 안말려서
    그런것 아닐까요?
    엄마 하실때 제가 관심있게 보질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고
    대충 기억속에는 감자 얇게 썰어서 소금에 살짝 절였다
    살짝 데쳐서 말리는것 같았어요.
    별 도움이 못되죠?

  • 16. 소머즈
    '04.10.15 12:05 PM

    어머나 얌전하게 곱디 고운 달개비님은 이런 갈무리와는 안 어울릴것 같았는데....
    정말 살림꾼이시군요.^^*

  • 17. 헬리맘
    '04.10.15 12:18 PM

    넘 알뜰살뜰 하시네요...
    배워야 할텐데.....그쵸....
    그런데....토마토로 짱아찌를???? 엄청 궁금한요

  • 18. 겨니
    '04.10.15 12:27 PM

    일까지 하시는분이 이리도 정성스럽게...정말 반성중입니다...반성...반성...ㅜ.ㅜ
    그래도 시어머님께서 하지말라고 하시기 망정이지, 만약 시어머님께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라...하시는 분이었다면 정말 하기 싫었을거예요...그쵸...? ^^;;;
    예쁘고 깔끔한 반찬거리들 구경 잘하고 갑니다...^^

  • 19. 칼라(구경아)
    '04.10.15 3:03 PM

    숨은살림꾼이셨군요..........부럼부럼

  • 20. yozy
    '04.10.15 8:13 PM

    달개비님! 고마워요~~~(도움이 많이 됐어요.^&^)
    햇볕도 잘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한번
    말려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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