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그리운 토란국, 눈물로 먹다.
아직도 추석 얘기 하면 너무 웃기지만...
우리 친정에서는 추석이면 늘 토란국을 먹었습니다.
아버지네 본가 풍습은 아니고, 할머니 돌아가시고 살림 물려받은 엄마의 친정-그러니까, 외할머니 풍습이지요.
어쨌거나, 자라면서 늘 토란국을 먹어와서 저에겐 추억의 음식입니다.
우리 엄마는 토란을 썰지도 않고 그냥 통째 넣어 국을 끓이시는데, 어렸을때는 저게 어찌나 미끈거리면서 먹기가 싫던지, 국그릇에 떠주면 건져내고 국물만 마시다가 혼난적도 여러번이지요.
나이가 먹어 그런가, 결혼하고 나서는 늘 친정음식이 그립습니다.
몇만리 떨어져 사는 것도 아니고, 차타고 3시간이면 가는 곳인데, 돌아서면 그립습니다.
우리 시댁은 풍습이 친정하고는 아주 많이 다르더군요.
송편 빚는 방식부터, 차례지내는 방식, 음식 하나하나...모두 달라요.
울 시댁은 토란을 먹지 않아요.
3년전 결혼 하고 첫 추석때, 처음으로 허리 휘지도록 일하다가, 문득 우리 친정에서도 지금쯤 빈대떡 부치고 송편 빚고...재밌겠구나, 싶어 눈물이 글썽 했던 적이 있어요.
그렇게 일은 죽도록 했는데, 30년 가까이 추석에는 당연히 먹어야 하는 줄 알았던 습관같은 엄마의 음식들은 하나도 없고, 그건 어쩐지 내겐 명절을 박탈당한것과 같은 기분이었지요.
올해도 시댁에는 일찍 가서 3박4일 있다 왔거든요.
친정에는 추석 지난 첫 주말에 따로 찾아뵙구요.
오빠네 식구들도, 작은댁 식구들도 없이 엄마, 아빠만 조촐히 계신 집에는 명절 지낸 파편들-먹다 남은 음식들 찌꺼기만 남아 있고, 너무 조용해 우울할 지경이었지요.
그렇게 명절 지내고 전 또 한 며칠을 늘 그렇듯이 몸살을 앓았답니다.
며칠 죽도록 아픈 다음, 문득 엄마가 챙겨주셨던 보따리들 냉장고에 대충 쳐박아 둔것이 생각났지요.
정신차리고 꾸물꾸물 보따리를 하나씩 펴보니, 한 구석에 정성껏 껍질 깐 토란이 한 봉지 있더라구요.
어느때인가, "엄마, 추석에 토란국을 안먹으니까 추석 안같아"-라고 무심히 얘기했던게 생각났습니다.
양이 꽤 되던데, 토란 까는게 얼마나 손 가고 간지럽고,,,힘든 일입니까?
딸자식은, 정말 태어난 순간부터 불효인가 봅니다.ㅠ.ㅠ
양지머리 반근쯤 꺼내 삶고, 다시마 넣고, 엄마식으로 통 토란 넣고,
국간장으로 간해 맑은 토란국을 끓였습니다.
한그릇 먹고, 또 한그릇 먹고, 하간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눈물의 토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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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화공주
'04.10.13 11:06 AM그래도 친정엄마 밖에 없죠??
다음번엔 친정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한번 해드리세요....좋아하실것 같아요...^^2. 신효주
'04.10.13 11:16 AM괜시리 제가 눈물이 나려합니당....에휴.
3. boodysmile
'04.10.13 11:26 AM30대가 된 전 아직 한번도 토란국 못 먹어 봤어여.
울엄마는 토란국 안끓여주던디...........4. 화정댁
'04.10.13 11:55 AM어머, 오렌지피코님
어쩜 저랑 똑같아요.
저는 친정도 서울이고, 시집도 서울인데 왜 그리 명절음식이 틀린지..
시집에선 토란국을 한번도 끓여본신 적이 없대요.
추석에도 그냥 기제사처럼 무국이죠.
저두 결혼전에 토란국 줘도 싫어했었는데,
지금은 시집에서 무국 먹으면서 얼마나 토란국이 먹구 싶은지 ㅠ.ㅠ
첫 명절 때 느낀 박탈감도 그렇고.
정말 눈물 나려구 그래요 ㅠ.ㅠ5. 쮸미
'04.10.13 12:16 PM그러고 보니 저도 시집와서 토란국 한번도 못먹어봤네요.....ㅠ.ㅠ
6. 미스테리
'04.10.13 12:31 PM저두 시집와서 첨으로 토란국을 먹었는데 ....
정말 시집과 친정이 명절 음식이 다르니 첨에 적응하는데 난감 하더군요^^
괜히 이 울보 아줌마 눈물 나려구 해요..에효~ 명절이 뭔지...ㅠ.ㅜ7. 유진맘
'04.10.13 2:57 PM오렌지 피코님~~왜 멀쩡한 사람 울리고 그러십니까..
전 토란국 한번도 못먹어 봤는데
왜 오렌지님이랑 같이 앉아서 토란국먹으면서 울고싶지요..??8. 하루나
'04.10.13 5:01 PM저도 시댁에가서 너무나 다른 음식문화에, 하루종일 힘들게 일해도 별로 입에도 맞지도 않는 음식이라서 서운하더라구요.
결혼하고 또 이런것이 친정이랑 멀어지네라고 생각했어요. 이젠 친정집 제사음식도 따끈할때 맛도 못보겠지요...그땐 그게 냄새도 맡기 싫아서 짜증냈었는데...일도 한개도 안했으면서...
ㅠ_ㅠ......9. 오렌지피코
'04.10.13 8:54 PM쭈미님네도 토란국 드시나봐요? 한그릇 퍼드리면 좋을텐데...벌~써 다 먹어 버렸어용.=3=3=3
...참...집집마다 풍습도 다 달라요.
근데 늘 시댁 풍습만 내리받고, 친정 풍습을 잊혀져 버려지는 것 같아 쓸쓸하네요. 다른님들도 공감하시는가봐요.
..우리...힘내자구요...아자아자아자10. 엘리사벳
'04.10.14 1:37 AM토란국을 보면서 토란 색깔이 심상치 않아 했더니,
역시나 냉장고에 쳐박혀? 있던 것이군요.
맛나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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