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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설날 뜬금없던 손님치레

| 조회수 : 4,345 | 추천수 : 12
작성일 : 2004-01-24 20:59:10
저희는 아직도 옛날처럼 종가부터 주욱 순서대로 다섯집을 돌면서 차례를  지냅니다.
집안이 많지 않고, 거의 한시간 거리안에 살고, 우애가 좋은 편이라~~~~ 대신 죽어나는 것은 며느리들입니다.~~~특히 종부인 우리 사촌형님.
저는 종가 작은집 맏며느리...동서가 둘 더 있어도 한명은 늘 큰댁으로 파견 보내야 합니다.

차례순서가 두 번째인 저희집에서는 차례 끝나면 간단히 차, 과일만 대접해드리면...남자들-어림잡아 30명 - 은 모두 다음 집으로 향합니다.
마지막 집은 거의 점심때쯤 차례를 지내는 거죠.

저희 식구들 여자들은 모두 차례가 끝나면 큰댁에 가서 아침 먹고 설거지하고, 점심은 큰댁식구들 여자들이 우리집으로 와서 먹고, 저녁은 온전히 우리식구들끼리 먹는 것이 설날 하루의 일과였거든요.

그런데 이날 얼마전 큰아버님 돌아가시고, 갑자기 집안어른이 되어버리신 사촌형님이 우리도 빨리 밥 먹고 남자들 차례 지내는 코스대로 인사하러 가자고 하셔서 모두 그러기로 했습니다.
예고 없는 방문에 나머지 세 곳에선 칠촌아줌마들이 깜짝 놀라시고...
늘 점심상을 차리시는 아줌마는 우리 다섯 여자들 덕에 설거지며 일이 끝났다고 아주 좋아하시고요.

그리곤 어찌어찌 얘기 끝에 저녁을 우리집에서 먹기로 했답니다.
이건 여자만도 아니고, 남자만도 아니고...남녀 모두..아이들 빠지니 한 사십명 되더군요.
제 평생에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손님 밥을 차려보기도 처음이었구요.
사촌 형님이 반찬 가지고 오신다는데 그만 두시라고 하고 설날 개운하게 식구들 먹을 것 준비한 걸로 먹자고 했답니다.
전혀 명절 음식이 아닌 멸치고추장볶음, 미리 해둔 어리굴젓, 홍어회 무침, 장아찌(마늘종, 고추, 깻잎) 바지락 된장찌개...그리고 버섯전만...
이 날 하늘높이 오른 인기 품목은 약식이었습니다.
차례 지내면 나오는 밤, 대추 있기에 오후에 약식이나 해야지 하고 찹쌀을 담궈 두었었는데 아주 요것이 힛트했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찔합니다.
아마 미리 저녁 먹자고 했으면 까무러쳤을건데 갑자기 치루게 되니 아이고 모르겠다하고 해치워버리게 되네요.
다시 한번 일구뎅이에 빠졌더랬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괜찮네요....맛있다는 인사치레에 뾰~옹 가서요.ㅋㅋㅋㅋ
또 칠촌 아줌마들이 두세달에 한번씩 얼굴이라도 보자고 하셔서 그러기로..여자 열두명이 약속했습니다.
이 날은 * 씨 남자들 성토장이 될 것입니다요.

그런데 내년에 또 하라면 절대로 안한다고 할 겁니다.ㅋㅋㅋㅋㅋ


* 김혜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1-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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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빈수레
    '04.1.24 9:03 PM

    아이고~~, 대단하십니다~!!!

  • 2. 푸우
    '04.1.24 9:09 PM

    꽃게님 쪽지 봐주세용~!!

  • 3. 꾸득꾸득
    '04.1.24 9:50 PM

    저희 친정이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제사 지냈는데요.
    저희는 절 다하면 오후 3시가 되었죠..ㅎㅎ
    갑자기 옛날이 생각나네요.
    우애가 참 좋으신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 4. 능소화
    '04.1.24 10:29 PM

    일을 즐거움으로 승화시켰네요
    이 것 저 것 요모조모 다 부럽고,
    대단해요!

  • 5. 깜찌기 펭
    '04.1.24 11:04 PM

    수고하셨어요.
    우리 시댁만 그런줄 알았더니.. --;
    아직도 그렇게 차례지내는 곳이 있구나...--;

  • 6. 뽀로로
    '04.1.24 11:51 PM

    저 오늘 꽃게님 레시피대로 약식했어요! 때깔이랑 씹히는 감이 제법이라며 친정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약식 전문가한테 배운거라며 폼좀 잡았죠^^ 근데 저희 입맛에는 좀 달아서 다음에 할 때는 설탕 양을 좀 줄여서 하려구요. 암튼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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