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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너희가 표고 맛을 알아?

| 조회수 : 2,585 | 추천수 : 3
작성일 : 2004-01-03 05:33:31
  표고버섯 몸에 좋고 맛있는 거 아시죠?  아신다구요.  거짓말 마세요.
몸에 좋은 건 아실지 몰라도 얼마나 맛있는가를 아시는 분은 몇 안되실 겁니다.
뭔 얘길 하려고 하냐 하면 ....

  보통, 표고버섯이면 다 똑같은 표고버섯인 줄 아시겠지만, 저는 어머님 고향이 제주도라, 일찍부터 제주산 표고버섯을 맛볼 수 있었거든요.  지금은, 저희 외삼춘이 몇년전부터 한라산에서 표고밭을 하시는지라, 년말이면 조금씩 보내주시는 걸 아껴아껴 먹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표고를 "초기"라고 부르더군요.)

   내륙에서 가장 좋다는 게 지리산 표고인데, 마른 표고의 경우 제주(한라산) 것이 50% 가량 더 비쌉니다. 하지만 제주 표고의 맛을 보고 나면 지리산 표고 열근보다 제주 표고 한근을 선택할 정도입니다. (법성포 굴비가 그렇고 고흥의 파래가 그렇고, 이렇게 좁은 땅덩이 안에서도 맛이 다른 걸 보면 그저 희한할 따름입니다.)
   제주 표고는 보관과 운송 문제 때문에 말린 상태로 파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은 냉동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출하기에 관계 없이 생표고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표고는 가격이 비싸서 저도 감히 달라는 말을 못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레?"  의문이 드실겁니다.
   보통, 큰 냄비에 찌개를 끓일 때 표고버섯을 얼마나 넣습니까? 한두개? 서너개? 그래서는 맛이 안나죠. 한 반근은 넣어야 ...  하지만 제주 표고는 한두개만 넣어도 찌개의 맛이 확 달라집니다. 씹는 맛도 쫀득쫀득한 것이, 일반 표고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죠.  잡채를 할 때는 물에 불린 표고를 얇게 썰어넣으면 소고기 잡채가 울고 갑니다.
    한번은 명절때 삼춘에게 마른 표고를 주문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줬는데, 그 중 한사람이 글쎄 전을 해먹었답니다. 무지무지 맛있었다나요. 세상에 그 귀한 걸 전으로 한꺼번에 먹어치우다니 ...
    제게는 제주 표고가, 여늬 버섯처럼 마구 먹는 것이 아니라 아껴 먹는 귀한 음식입니다.  라면 끓일때도 갓부분 한쪽을 조금(새끼손톱만큼) 떼서 넣을 정도죠. 말린 표고 두근으로 일년을 먹는다면 대충 짐작을 하실런지요.

    마른 버섯을 보관하다 보면 가루가 생기는데, 이것은 요리에 넣어도 좋고, 떡국이나 칼국수 국물에 사용하면 좋습니다.  요즘에는 일부러 분말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밀가루의 1/3 정도 섞어서 수재비나 칼국수를 만들면, 정말이지 죽여줍니다.
   작년에 통신모임의 한 후배 집들이때 가서 몇가지 요리를 했는데, 배부른 상태에서 맨 마지막으로 이 수재비를 내놨습니다.  다들 "배부른데 형 뭔 수재비야" 했다가, 맛을 보고서는 감탄하면서 다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제가 강력추천하는 요리입니다. 국물에는 멸치와 국간장, 파밖에 딴 거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표고는 참나무 구멍에 홀씨를 뿌려서 재배하기 때문에 뿌리 부분은 나무처럼 딱딱해서 식용으로는 적당치 않은데, 이 부분은 모아서 차를 끓이면 은은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말린 버섯일 경우 줄기 부분은 딱딱해서 물에 한참 불린 후에나 자를 수 있기 때문에, 뿌리부분을 모은다는 건 사실 귀찮습니다.)

   말린 표고는 같은 무게일 경우 부피가 적을수록 값이 비쌉니다.  상품(上品)으로 갈수록 퍼지지 않고 동글동글하며 속살이 많고, 하품으로 갈수록 엉성하기 때문에 부피가 커지죠.  가격은 한근(400g)에 만2천원 부터 4만여원까지 다양한데, 집에서 먹기에는 만5천원에서 이만원 정도의 것이 적당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하기에는 이만원짜리도 모자라지 않구요. (맛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제 경우는 이만원짜리를 봉투 세개에 나눠달라고 해서 하나씩 선물했었습니다.)
   버섯 분말은 근에 만5천원 정도 합니다.  만2천원짜리로 만드는데, 가루 내는 비용이 삼천원 더해집니다.
   단 위의 가격은 작년도 제주 도매가격(삼춘네서 소매점에 내는 가격)입니다.  직접 주문하고 싶은 분은 우리 삼춘(064-752-8715로 해서 안받으면 011-9664-8715. 문영섭)에게 연락해서 제 이름(병태)을 대면 시세대로 보내줄 겁니다.  그리고 택배 송료(오륙천원 할겁니다)는 착불입니다.  한두근 사기에는 송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주변 분들과 함께 모아서 주문하도록 하세요. (구좌가 "농협 977-12-024628 문영섭"인데 확인해 보세요.)
   아 참. 위의 무게는 박스 포함입니다(분말은 봉투 포장만 있습니다).  따라서, 격식을 차려 선물하시려면 선물용 포장(박스)을 해달라고 하시고, 집에서 먹거나 가까운 분께 선물할거면 그냥 봉투에 담아 보내달라고 하세요. 무게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박스값 만큼 내용물이 적게 들어갑니다. - 이건 제가 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표고는 저도 주문한 적이 없어서, 때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모릅니다. 직접 확인하세요.

   글이, 제주 표고버섯 얘기라기보다는 삼춘네 버섯 선전이 되버렸군요.  표고버섯으로 어떤 요리를 하는지는 대충 아시잖아요.  하긴 뭐 중부시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제주 표고를 살 수 있을테니까, 믿을만한 데가 있으면 편하게 구입하세요.  제가 말할 수 있는건, 정말 맛있다는 것과 "얼마짜리 보내주세요" 하면 정확히 그 물건을 도매가격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에... 그러니까 말입니다.... 혹시 압니까?  여러분이 주문을 많이 하면 이번 구정때 어머니께 오는 표고가 좀 많아질지 ... (후다다닥)

- 수정해서 책에 넣을 원고라 글 퍼감은 사양합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나가다
    '04.1.3 10:24 AM

    책에 넣을 원고라는 걸 강조하셔서 글 읽기 굉장히 부담스럽네요.
    책 홍보를 미리 하시는 건지...

  • 2. 빈수레
    '04.1.3 10:28 AM

    아무리 그리 말씀하시어도~!!

    생표고버섯의 진짜 맛은....

    표고버섯전~!!!!!이라고 느낍니다, 히히.

  • 3. 대단해요
    '04.1.3 10:30 AM

    정말 대단하네요..
    직장일을 하다가 잠깐 들어왔는데, 읽기에는 너무 길어서 대충 볼려고 했는데, 끝까지 순식간에 다 읽었습니다. 도움말 고맙습니다. 표고가 정말 좋다고들 하데요..
    제 아이가 어릴때 이유식 만들때 표고를 잘게 잘라서 다른 야채들이랑 같이 죽해서 먹였는데 소아과 선생님 말씀이 표고버섯 국물은 괜찮지만 표고는 돌이 지난 다음에 먹이는게 좋다고 하시더군요.. 어린 아이들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구요.. 지금 제아이는 7살 .. 현재 버섯을
    무지 좋아합니다. 보통때는 느타리버섯을 요리할때 쓰고, 좀 더 신경써서 할때는 표고나 새송이를 넣지요..

  • 4. 무우꽃
    '04.1.3 12:10 PM

    강조한 것도 없고 쓴 그대로 입니다.
    그걸 굳이 삐딱한 눈으로 보시겠다면 저로서도 말릴 재간이 없네요.
    부담없이 그냥 지나가세요.

  • 5. applely
    '04.1.3 2:39 PM

    무우꽃님 ,
    담에는 표고로 할수 있는 요리들에 대해서 써주세요.
    저 지금 주문하러 갑니다.....

  • 6. 무우꽃
    '04.1.3 3:30 PM

    요리 레시피는 많은 사이트에 있으니까 그쪽을 찾아보세요.
    저는 제가 만든 레시피가 아니면 링크를 달지, 퍼오는 것은 피합니다. 양해를
    버섯가루를 이용한 칼국수와 수재비는 다른 사이트에 없는 얘기일 겁니다.
    실망을 드려서 어쩌죠?

  • 7. cutebird3
    '04.1.4 1:24 PM

    오랜만에 제주도 표고버섯 얘기를 듣게 되네요.
    어머니께서 제주분이셔서 제주도 고사리,표고버섯을 많이 먹었지요.
    마른표고버섯의 향과 맛은 정말 ....
    조금만 넣어도 그 맛이 살아있지요.

    구입처를 몰라 지리산꺼나 그냥 되는대로 사먹었었는데.
    정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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