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악몽과도 같았던 지난 한달~
태어나서 이렇게 마음고생을 해보는 것이 몇차례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밤은 길고 ~
춥고 긴 겨울밤 못지않게 뱃속도 춥고......
비상식량으로 챙겨둔 삼겹살과 김치를 김치냉장고에서 꺼내오며
야~ 삼겹살 구워먹을 사람~
두녀석이 침대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아주 딱~ 고기굽기 좋을 정도로 남은 화목보일러의 잔불에 삼겹살 구워 소주한잔 걸치는데
제비새끼들 입벌리듯 하는 녀석들 입에 넣어주다보니......
얼레? 술안주도 모자라는 형국......ㅠㅠ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내린 눈~
집 앞마당 뒷마당 눈치우는 것도 버거운데......
농장 진입로 300미터에다가 화목하러 다니는 작업로가 200미터~
눈삽이나 넉가래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
고성능분무기로 눈을 바람으로 불어내어 치워냈더니 이틀만에 또 눈~~~
다시 또 치우고는 몸살......
갑작스러운 강추위에 화목보일러의 온수배관마저 얼어 붙었습니다.
싱크대에도 세면대에도 온수가 나오질 않으니......
헤어드라이어로 얼음을 녹이고 동파방지열선을 감고나니
손발은 얼음짱~
그래도 이때까지는 봄날이었는데......
농장에 올라가 아내와 화목을 하던 어느 오후에
아내에게 느닷없이 걸려온 막내처형의 전화~
'오빠가 죽었대~'
아내는 멍하니 서서 눈물만 흘리고
저는 무언가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몸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처남이기 이전에 동창이고 친구고......
게다가 이제 쉰 두살을 목전에 둔 나이인데......
비록 UDT에서 탈영을 해서 골치를 썩이긴 했어도
그래도 해병특수수색대를 나온 강건한 녀석인데~
건강에 문제가 없던 몇해 전까지만 해도 잠수해서 용접을 하고 침몰선 인양작업을 하던 놈인데......
그렇게 처남을 묻고 돌아와 밀린 일들을 하느라 허덕이던 와중에
또다시 막내처형의 전화가 왔습니다.
처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처남녀석 죽은지 열 하루만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할머님의 연세가 올해 104세~
그래도 슬픔을 잊을 만한 사유는 되질 않는가 봅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올려 보내고 혼자 남았던 저녁~
아침에 일어나보니 소주 두병에 맥주 두병째까지는 기억을 하는데......
대체 맥주 한병은 누가 마신거여~?
세상사 어찌 돌아가던 달구들은 그저 무심한 것인지 그런척 하는 것인지 초연한 모습입니다.
혼자 지붕에 올라가 일광욕을 하는 놈도 있네요.
빤쓰나 제대로 챙겨입던지 하지 못하고......
인천을 오르내리며 닭밥 챙겨주고 장례식장으로 향하기를 몇차례~
할머님의 발인에 참석하는 것을 포기하고 농장에서 집으로 내려 오려는데......
아침부터 굶고 다된 저녁에 생각나는 것은
그저 아무거라도 뱃속에 집어 넣고 뜨끈한 방에서 지지고 뒤집어 지고 싶은......
3키로 남짓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허기에 차서 떨리는 손으로 치킨집에 전화하기를
아무거나 안주거리에 생맥주 네개에 소주 두개~
할머님보다 처남의 머언 산토끼행각으로 충격이 크신 장인장모님덕에 친정행이 잦았던 마님께서
어느날 마음을 다잡고 차려주신 김치콩비지찌개는 어찌나 맛이 환상적인지......
오이지에 들깻잎장아찌에 제가 좋아하는 순무김치에 소주를 정신없이 들이 붓기도 했었고......
모처럼 달큰한 속서리태가 들어간 밥에 초장에 찍어 먹는 미역줄기에
남은 고등어조림의 국물에 밥비벼 흡입하다가 아이들에게 죄다 뺏기기도 하고......
보름남짓 굶주림에 지친 당쇠를 위해 마님이 구운계란을 하사해 주시기도 했고......
그에따른 보은의 의미로 폐목재를 다듬어 주방에 쓸 선반장을 짜다가
갑자기 정말이지 거의 순간적으로 몰아친 한파에 대에충 막~ 짜서 넣기도 하고......
거의 정신줄 살짝 나간듯한 마님께서 퇴근을 하며 닭장문을 제대로 잠그지 못한 바람에
달구들 대참사가 일어나 죙일 개고생하고는
그 정신줄 다시 붙들어 매지 못하시고 김치찌개에 닭볶음탕에
친히 시장가셔서 열무김치까지 담가 올리셨음에도
압력밥솥에 밥을 올리시고 가스불 켜는 것을 깜박하셔서
찬밥덩이 찌개국물에 말아먹기도 했는가 하면......
모처럼 새우소금구이를 했는데......
대체 출처가 어디인지 선도 제로에 가까운 새우가 껍질까기조차 버거워
딸래미와 대충 먹는 척 하고는 갈치구이로 돌아서기도 했고......
마님 기분좀 바뀌실까~ 김치냉장고 위로 작은 선반도 만들어 드렸음에도
한번 빠진 정신낫자루는 돌아올 기미가 별로 없더라구요. ㅠㅠ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는 법~
보일러에 땔 화목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이 아빠~ 를 외치며 튀어 나옵니다.
그 와중에도 딸래미가 잊지 않는 것은 캔맥주 하나 혹은 맥주 한잔~
아빠 힘들까봐 차에서 화목 내리는 것을 돕는 아이들~
시골 촌뜨기 아이들에게는 화목을 날라다가 가지런히 쌓는 것도 일종의 놀이입니다.
저는 굵은 통나무들을 쪼개 한켠에 따로 쌓고......
그래도 이번 설명절을 지내며 아내도 저도 마음이 다시 서는 모양입니다.
장인장모님도 그렇고 처형들도 그렇고......
아내가 설명절 친정에 다녀오며 가져온 벌벌이묵~
박대껍질을 푹 고아서 만드는 것인데 제 처가에서는 설날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입니다.
만드는 과정이 정말 힘든 일이라 이번에는 다른 분이 만드신 것을 사왔다고 하네요.
벌벌이묵에 코다리에 소주한잔 들이키며 드는 생각이
아~ 이거 죽은 처남놈이 진짜 좋아하는 건데~ 이자식이 코다리도 무척 좋아했는데......
개복숭아술을 담근 항아리를 열어 한잔 퍼내면서 드는 생각이
아~ 이거 그자식 준다고 하고 깜박했었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