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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오이지담기, 이열치열 시원한 콩나물김치국밥

| 조회수 : 11,614 | 추천수 : 174
작성일 : 2010-06-15 12:04:32
14일, 유성 장날이다.
오후 7시, 목청껏 높이는 여기저기 “떨이”란 소리가 왁자하지만 파장이라 그런지 오히려 한가하다.
그늘 막과 천막 밑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걷는데,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몇 개씩 담긴 오이와 ‘2천원’이란 푯말이 보인다.
아삭하고 짭짤한 오이지무침이 떠오르며 신 침이 올라왔다.

2천원이라는 두부모가 너무 크다.
“혼자 먹는데 절반만 팔 수 있냐.” 물으니 두말 않고 절반 뚝 잘라주며 “천원.” 한다.
“콩나물도 오백원어치만 주세요.”



뭐니 뭐니 해도 장구경은 먹는 게 최고다. 수수부꾸미와 녹두전, 각종 튀김이 후끈한 열기를 더하고 있다.
‘장 국수나 한 그릇 먹을까.’ 하는데 부추전이 눈에 띈다.

“얼마예요.”
“한 장에 천원.”
“하나 주세요.”
“좀만 기다려요. 금방 데워줄게.”
“아니 그냥 주세요. 더워요.”
“가져가시게?”
“아뇨. 먹고 갈 거예요.”
“그래도 따뜻해야지, 좀만 앉아 있어”

어린 고추 잎과 애호박 파는 할머니에게 “고춧잎 어떻게 해요?” 물으니,
“이 천원” 하신다. “양이 많은데 천원어치만 주면 안돼요? 혼자 먹어서요.”
“안 많아, 삶으면 얼마 안 돼.” 하며 그냥 담으신다.
할 수없이 값 치르며 한주먹 더 담으시는 할머니께 덤은 안주셔도 된다 말씀드렸다.

아무래도 오이지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한 바퀴 휘 돌며 베주머니와 면 보자기도 사고 처음 그 자리에서 물건 차에 싣고 있는 아저씨께 오이 한바구니 샀다.



‘아~ 비!’하며 후드득거리는 소리에 잠결을 헤매다 벌떡 일어났다. 창문을 닫는다. 이미 비는 들이쳐 창틀과 바닥에 물기가 있다. 걸레로 물기 닦고 시계를 보니 5시다. 밝은 것도 어두운 것도 아닌 새벽녘, 다시 잠들긴 글렀다. 뒹굴뒹굴 책장 넘기는데 땀이 밴다. 한줄기 소나기가 퍼부은 아침은 덥다. 끈적거리며 은근한 땀이 나고 바람도 없다.

‘아침은 뭘 먹나?’ 우선 콩나물 꺼내 씻는다. 5백 원어치도 많다. 반쯤만 꺼내 씻는데 콩나물 길이가 길다. 지난 번 콩나물 냉채 준비할 때 마트서 긴 콩나물 찾던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침은 콩나물김치국밥이다. 날도 덥고 끈적거리는데 ‘이열치열이라고 이왕에 땀나는 거 콧잔등부터 확 흘려보자.’



냄비가 작을 듯해 양은 양푼에 콩나물과 김치, 적당량의 물을 넣고 끓였다. 김치 익는 냄새가 날 때쯤 다진 마늘 넣고 소금으로 간 맞췄다. 별다른 양념도 없고 맹물 넣고 끓여서 그런지 국물 맛이 별로다. ‘다시마라도 넣을 걸…….’ 후회는 늦었다. 궁여지책으로 신김치국물 한 국자 보태고 두부 좀 넣고 아예 찬밥도 넣어 팔팔 끓였다. 마지막엔 계란도 하나 얹어 ‘국밥집’ 흉내를 냈다.

김치국물이 그래도 좀 통했나보다. 밥도 좀 풀어져 걸쭉해진 게 제법 괜찮은 국밥이 됐다.
너무 뜨거워 콩나물과 김치부터 젓가락으로 건져 먹어가며 땀으로 목욕했다.



밤새 소금물에 절여진 오이, 색이 맘에 든다. 아침에 소금물 한 번 더 끓여 담아두고 출근했다.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영
    '10.6.15 12:34 PM

    오이지 넘 맛있을거 같아요.. 아삭아삭 짭쪼름....너무 더워서 부엌은 쳐다 보기도 싫어서 우리 아들들 대충 빵이랑 계란 후라이로 떼웠어요.
    사진보고 의욕충전해서 시원한 물김치라도 담가봐야 겟어요..ㅎㅎ

  • 2. 너트매그
    '10.6.15 12:56 PM

    전 서울변두리에서 태어났지만 네온사인이 없는 동네에선 잘 버티질 못하는 체질이에요.
    모든 건물에 편의점이 달려있고, 10분 거리에 극장이 있는 동네에서 산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가봐요.
    하지만 이런 장터를 볼 떄 마다 뱃속이 편해지고, 숨도 잘 쉬어지는 듯 하고....
    쓰신 글을 읽다보니 장터에 나간 것 마냥 등허리가 들척지근하기도 하고,
    햇살이 따갑기도 하고, 목덜미가 시원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장터에 가고 싶네요.

  • 3. 여인2
    '10.6.15 1:09 PM

    오후에님 글은 참 따뜻해요-
    콩나물김치국밥 무척 시원할듯 하네요~

  • 4. morning
    '10.6.15 2:30 PM

    어! 여기 우리 동네인데!!

  • 5. 정후맘
    '10.6.15 2:41 PM

    혹시, 장대동 드림월드 사시나요? 어제 유성장이라구 울 시어머님도 더운 날 오이 소박이 담아서
    오늘 아침 남편불러서 보내셨던데요. 직장핑계로 제대로 김치 한번 담아보지 못한 철없는 며느리인데도, 번번히 김치 담아서 혹시라도 너무 빨리 익을까봐 안타까워 김치 담그자마자 가져가라고 전화하시는 고마우신 시어머님! 오후에님도 유성근처에 사시나봐요? 저도 시어머니랑 가끔 유성장에 시장보러 가는데, 혹시 만날 수도 있겠어요. 반가워요~

  • 6. 변인주
    '10.6.15 2:45 PM

    정말 먹고싶어 잠이 안 올것 같아요.~

    저도 장날에 느릿느릿 걷다가 부추전하나 사먹어보고 싶네요.

  • 7. 이사도라
    '10.6.15 3:31 PM

    어 우리동네인데?22222222
    후후 사실은 좀 떨어진 동네 신탄진입니다
    여기도 5일장이 섭니다 유성장 하루 전날이죠...반갑습니다 오후에님

  • 8. jules
    '10.6.15 3:32 PM

    콩나물김치국밥...입맛없을때 먹음 최고에요!!
    근데, 전 왜 사진처럼 맑고 맛있어보이는 국밥이 안되고 뭔가 탁한 국밥이 되는걸까요...꼭 찬밥으로 해야하는건가요..? 얼마전 남편 속풀어준다고 끓였더니 심각한 얼굴로 멍멍이밥같어....하더라구요ㅜㅜ

  • 9. 요술공주
    '10.6.15 4:15 PM

    아.저도 대전사람인데~~실력을 함 전수받고 싶어요~~그럼 전 떡이라도 대접할께요...반갑네요..^^

  • 10. 오후에
    '10.6.15 4:55 PM

    김혜영님//맛은 아직.. 내일이나 모레쯤 맛 봐야죠. 물김치 맛있게 담으셨길...
    너트매그님//수도권도 장서는 곳이 제법 있을텐데요. 한번 가보세요. 성남만해도 모란장이라고 서던데...
    여인2님//항상 읽고 댓글 달아주셔 감사... 칭찬엔 백만배 감사
    모닝님//어 저희 동넨데요... ㅎㅎ
    정후맘님//예 유성살아요. 반가워요
    변인주님//굳이 장터가 아니라도 느릿느릿 걷는건 좋은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으면 더 좋고
    이사도라님//어 저희 동넨데...2222. 신탄진 장 가본적 있어요. 신탄진역 뒷편 순대국밥집이 생각나네요
    jules님//탁한 국밥이 된다? 하시니... 간장으로 간하시면 좀 탁해지겠죠. 조미료 재료중에도 그런게 있을 수 있고... 밥이야 찬밥이든 더운 밥이든 상관없을 듯한데요. 저야 맛이 안나길래 좀 틉틉한 맛이라도 내려고 오래 끓인거고요. 그리고 어른이 밥투정하면 그냥 주지마세요.
    요술공주님//네 반갑네요.

  • 11. 윤아맘
    '10.6.15 7:20 PM

    어머 그러구보니 대전분들 많이 사시네요 전 선서유적지부근 에 살지요 가끔 저도 유성장 (4, 9 일) 에 여는대 거기 보리밥 맛있죠 사람많을땐 서서 먹곤하죠 어제 아산갔다 유성터미널에서 내려서 유성장 갈까 했는대 ,,,,,

  • 12. 벚꽃
    '10.6.15 10:01 PM

    오후에님, 유성 사시는군요~ 전 대학을 그 주위에서 다녀서.. 대전얘기가 나오면 왠지 고향같은 생각이..^^
    저 완전 오이지 귀신인데.. 살살 썰어서 물 꼭 짜서 조물조물 무쳐먹고 싶어요.. 아.. 침고여요.. 참 페스토 레시피는요...(1컵=240ml)
    - 재료 : 시금치 큰 손으로 네 줌, 올리브유 1/4컵, 파마산 치즈갈은것 1/3컵, 마늘 2-3쪽, 잣 1/4컵 (호두로 대체 가능), 바질 말린 것 1/2티스푼 (전 생 바질 잎 10개 정도 썼어요), 소금 및 후추 취향에 따라 약간씩
    - 다 넣고 커터기에 드르륵 하시면 됩니다~^^
    맛있게 해드세용~^^

  • 13. 열무김치
    '10.6.16 5:21 AM

    어우~~ 시원한 김치 콩나물 국밥 저도 한 그릇 얻어 먹고 싶네요.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셔서 국밥에 오이지 소금물도 부으시고 정말 부지런 하셔요..

    고춧잎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나물인데, 다음 번에 꼭 무쳐 주세요~~ ^^

  • 14. 쎄뇨라팍
    '10.6.16 12:22 PM

    ^^

    인간극장 한 편을 보는 듯 합니다

    참!!!!! 인생을 잘 즐기시며 사시는 듯..


    오이지까지 담글 줄 아셔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ㅎㅎ

    오이지 색깔 정말 맛나보이네요

  • 15. 시네라리아
    '10.6.16 8:49 PM

    저도 어여 오이지 담아야 하는데 장마네요...
    내일 사올수 잇을지 모르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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