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는 오늘 개학을 했구요.
그러면서 오늘 밤에 (어젯밤이네요.) 벌써 고 3 이라고 대입 설명회를 하네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머리도 아파오고 정말 저는 정보에 그야말로 꽝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 우울해서 왔네요.
아이에게 뭐라고 말을 해 줄 수도 없고 그냥 열심히 잘 해라~하는 한 마디 뿐이네요.
선배들이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다 잘 가주어서 너무 기쁘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다들 고생들 했구나~ 하면서 엄마들이 더 많은 희망을 가진듯 합니다.
고 3 엄마들 또 계신가요? ㅎㅎㅎ 저야 쭈욱~~줄 서고 있네요.
오늘 하얀 칠판에 아이들 이름을 모두 써 놨습니다.
수빈이 3-7반 담임 누구 누구, 핸드폰. 이메일
경빈이 1- ?
형빈이 3- ?
제형이 1-?
이렇게요~
그래야 아이들이 몇 학년 몇 반 인지는 알것 같아서요.
가끔 전화 통화하다 보면 아이들이 몇 학년 몇 반인지 모를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다 써놓고 보니 3,1,3,1..두 명은 3 학년,두 명은 1학년 그렇네요.
그런데 이렇게 써 놓고 얘가 고 1이야,중 1 이야 하고 헷갈리면 우짠다지요? ^^
또 하나..
우리 시어머님 생신이 음력으로 1월 5일 바로 오늘 이시랍니다.
항상 그렇듯 설 명절때 온 식구들이 다 모여 복작 복작하다가 다 가버리고 난 뒤라
남아있는 식구끼리 썰렁하니 미역국만 먹게 된다지요.
남아있는 식구가 몇 명이냐구요? 아홉 명입니다.^^
별다른 반찬은 하지 않고 미역국에 시금치 겉절이에 잡채 조금, 조기새끼 몇 마리
튀기고 해서 조촐하게 아버님이랑 드셨어요.
조기 새끼도 가져가기 싫어 하세요. 잔가시 발라서 아버님 먹여 주는게 너무 힘드시다네요.
뜨겁다고 못드시고 가시 하나 걸린다고 못드시고 질기다고 못드시고
제가 챙겨 드린다고 한다고 해도 잘 안될때도 참 많답니다.
"그럼 어머님이라도 드시면 되잖아요~" 했더니 "어찌~ 나 혼자 먹냐~아~쳐다 보고 있는데..."
그러셔요.
때론 아버님 땜에 먹기 싫은 밥을 챙겨 드시기도 하지만, 또 아버님 때문에 마음 편하게
안 드시는 경우도 있답니다.
9 년 동안내내 버스 한 번 못 타보고 계신 우리 어머님 이세요~
그런 어머님의 마음을 아버님은 아실라나 ~~몰라요.
어머님...
나중에 같이 다닐 수 있을때 우리 시장도 가고, 시장에 가서 오뎅이랑 순대도 사먹고,
목욕도 마음놓고 가고, 아이들 학교 졸업식도 재롱잔치도 같이 가요~~

1. 진초록의 시금치 입니다.
요즘 시금치가 맛날때 입니다.
그 겨울 날 세찬 바람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초록빛을 내 주는 것이 바로 요 시금치 이지요.
우리 시금치처럼 살아요~^^ 씩씩하고 꿋꿋하게 말예요.
시금치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지요.
바로 만화의 주인공 뽀빠이 랍니다.
예전에 만화를 보면 뽀빠이가 힘이 없을때 생시금치를 아구 아구 막 먹고나서 두 팔을
으음~하면서 구부려 알통이 위로 볼록해져 힘이 세어져
악당 부루터스를 물리치고 그의 애인 올리브와 함께 승리를 맛보는 만화가 생각이 나네요.
참 재미있었는데...
우리의 뽀빠이는 누구인가요? (옆에서 코~~자고 있는 짝꿍 얼굴 한 번 쳐다 보세요.^^)
참 캔디 영화도 재미있었지요~^^ 은하철도 999도 그렇고 , 마징가 제트도 그렇고
슛돌이도 그렇고...

2.시금치 겉절이 입니다.
생시금치에+멸치액젓+참기름+파+ 마늘 다진것 +깨소금+고추가루 넣고 버물 버물 ~~끄읕.
시금치를 먹으면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고 하니 우리 자주 해 먹어봅시다요.
엊그제는 명절이라 떡국 먹고 한 살 더 먹고 이제는 시금치 먹고 나이 깎아 보십시다.
그런데 의외로 아삭하고 고소하니 맛난거 알아요?
조금 짜게 되었다고 잔소리 들었는데 액젓 조절을 잘 하시면 그 맛 오우케이~입니다.

3. 미역국 입니다. (어머님 생신 국이지요.)
평소에는 참기름만 넣고 달달달 볶다가 끓여 먹지만 식구들 생일일 때 만큼은 소고기 넣고 미역국을 끓여 먹습니다.
다 아시지요? 미역 잘 불려 냄비에다 참기름 국간장 마늘 넣고 달달달 볶다가 육수물 넣고
세월아~~네월아~ 하고 푹~~고듯이 끓이는거!
고기도 손으로 찧어 양념을 하면 좋은데 귀찮아서 그냥 결대로 얇게 썰었다네요.
미역국은 몰랑한 것이 더 맛나다지요.

4. 간단 잡채입니다.
남아있는 재료를 가지고 후다닥 만들었어요.
시금치 조금 남겨놓은 거하고, 새송이 버섯 길게 잘라 살짝 데쳐 조물 조물 무치고,
돼지고기 조막만 하게 남은거 잘게썰어 밑양념하고 달달 볶다가
쪽파만 넣고 대충한 잡채입니다.
당면만 간만 맞으면 그냥 저냥 맛난게 이 잡채이지요.
당면은 끓는 물에 살짝 삶아 건져서 널찍한 팬에 넣고 밑양념을 한 다음
식용유넣고 달달 볶아 주고 나서 야채랑 섞었어요. 너무 간단 대충이죠? ^^

5. 김치 된장국 입니다.
이런 저런 느끼한 음식 먹고 난 뒤에 끓여 먹은 이 국은 속이 다 개운하다지요~
너무 시어버린 김치를 헹궈놨다가 자잘하게 썰어 된장만 풀고 멸치 몇마리 집어넣고
삼삼하게 끓인겁니다. 마늘 좀 넣고 마무리 하면 끄읕. 다들 좋아하시죠?

6. 밀가루 묻혀 팬에 튀긴 짝퉁 조기입니다. ^^
막 튀겨낸 것은 뽀들 뽀들 하니 참 맛나지요. 이런것은 껍질도 맛나답니다.
가끔 혼자서 화가 나거나 뭔가 맘이 밸밸 꼬여있을때 나~억울혀~~이거 다 먹을껴!! 함시롱
제 앞에 두 마리 떠억 가져다 놓고 얌체처럼 막~~먹는다지요.
ㅎㅎㅎ누가 먹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거늘 그러네요.^^

7. 다들 아시죠?남아 있는 전으로 끓인 김치찌개 입니다.
이상하게 남아 있는 전은 왜 맛이 없는지 몰라요~ 차롓상에만 올린다고 조금 부쳤건만
그래도 남아 이리 저리 둥글러 다니는 것 꼴비기 싫어 얘야~김치하고 놀아라~ 하면서
바글 바글 널찍한 남비에 끓여 먹었습니다.
한 끼에 해결해야지 두 끼 넘어 가니 딸이 그러네요.
"엄마 완전히 x밥이네요~" ㅎㅎㅎ 그런것 같다.

8. 철원 누드배님 농장에 가서 맛을 본 배무침 인데요? 짝퉁입니다.^^
김선곤님은 싱싱한 오징어 넣고 무쳐 주셨는데 저는 재활용 차원에서 고막을 넣었음을
고백합니다.^^
설에 먹고 조금 남아 있는거 둥글러 다니니 얘도 꼴비기 싫더라구요.
얘야~ 너는 배랑 놀아라~앙~하고 냉장고에 있는 배를 적당하게 채를 썰고
남은 고막은 몽땅 다 까서 넣고는 골뱅이 무침처럼 새코롬이 달코롬이하게 무쳤어요.
상큼 달콤 시원 개운한 맛이라고 할께요~
이것도 한끼에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영장에 빠진 배무침이 되어 버리죠.^^

9. 죽음의 알타리 김치 입니다.
작년 겨울에 친구 어머님이 밭에 심어 주신 것인데 내 맘대로 자라서 그런지
더 아삭거리고 맛있었어요.
이분 저분 다 드리고 나니 우리 먹을 것도 모자라 설날 먹을 양만
저 구석탱이에 숨카 놨다가 친지 가족들 밥상에 내었더니 우왕~~맛나다~하시면서
잘도 드셨어요. 역시 개운한 반찬이지요.
아구작 아구작 베어 드시고 잡죠?
얼른 라면 하나 끓여 오세요~^^ ( 계란도 넣고 파도 넣고요...^^)

10. 황태 양념구이랍니다.
이틀 전에 미리 양념을 해서 통에 담아 숙성을 시켰지요.
남비에 육수물 조금 붓고 그대로 쪄내었는데 참 다 잘드셨답니다.
가운데 까지 양념이 쑤욱 배이니 더 맛있었어요.
그냥 하얗게 양념을 해서 계란 입혀 부쳐내도 고소하니 맛나답니다.

11. 얼큰홍합 볶음이라 할께요.
남자들 소주 안주로 제격인거 같아요.
싸고 푸짐해서 일단 좋습니다.
뭐 별다른거 있나요? 깨까시 씻어(시고모님 버전임)
큰 냄비에 물 조금 마늘 파 고추가루 넣고 살살 저어주면 끄읕.
익으면서 입이 벌어지니 먹음직 스럽더라구요.
국물이 조금 짜니 건더기만 먹게 되는게 아쉽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먹을만 했습니다.

12. 제일 흔하게 먹는 양념뿌린 고막입니다.
짭쪼롬하니 그래도 제법 폼이 나는 반찬이지요. 한 가지 가지고 이리 저리 잘 해먹었어요.

13. 고추장 돼지 불고기 입니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다들 좋아하지요. 팬에 굽는 냄새도 죽이지요~
여기에 쭈꾸미 넣고 하면 더 맛나다지요? (쩝~ 침 한 번 넘기시요~)

14. 달래넣고 보글 보글 한 두부 찌개입니다.
집간장 산간장 물 고춧가루 달래조금 쪽파 조금 마늘 참기름 내 맘대로 식
두부찌개 입니다.
반찬도 아닌것이 국도 아닌것이 그냥 수저로 똑똑 떠 먹기에 부담이 없는 음식입니다.
어머님이 잘 드시고 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소화가 잘 되고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콩나물과 두부는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고 참 부담이 없어요~
어떤 음식에도 참 잘 어울리고요.
우리도 콩나물 처럼,두부 처럼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무나 가까이 갈 수있는 넉넉한 사람이요~
뭔가 어렵고 가려야 하는 사람 보다는
하늘도 바람도 꽃도 머물고 싶은 그런 사람 말이죠.
나 자신에게 타인에게 조금은 정직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직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15. 남아 있는 무와 얻어온 무들이 바람이 나고 있어요.
사람이나 무우나 바람이 나면 무섭습니다. ㅎㅎㅎ 비유가 이상하죠?
촌닭 경빈이라 그래요~!^^
무는 바람이 들면 금새 썩어버리고 속이 터엉 비어버립니다.
그 단단한 구멍으로 어찌 바람이 들어가는지...
그래서 왕깍두기 만들기로 하고 큼직하게 썰었답니다.

16. 이렇게 큰 크기로요~^6^ 소금과 설탕 조금 넣고 까불려 놓았지요. 감이 오셨지요?

17. 새우젓 고춧가루 파 마늘 신화당 조금 더 넣고 버물 버물 했습니다.
설탕만 넣으면 끈끈해지니 안 좋아요~ 그리고 깍두기는 조금 달달해야 맛이난다죠.
이것은 집집마다 다 기호가 다릅니다. 그냥 참고만 하시어요.
잘 익으면 맛날 듯 싶지요. 새우젓으로 간하니 시원한 맛이 납니다.
지금도 드시고 잡다고요? ㅎㅎㅎ그러면 얼른 밥 한 공기 퍼 오세요. 통채로 드립니다.^^

18. 명절 잘 쉬고 가마솥에 콩을 삶았어요. 반가마가 들어가는 가마솥 입니다.

19. 참 말랑하니 이쁘게 잘 삶아 졌어요. 마당쇠님들이 자른 장작나무로
어머님께서 새벽에 일찍 불을 때주셨죠.
타닥 타닥 ~~장작불 타는 소리에 아침이 열립니다.

20. 뺀돌 뺀돌 말도 안듣게 잘생긴 사랑스런 콩 가족 입니다.

21. 아고 이뻐라~!~ 가까이 보니 더 뺀도로 하네요.^6^
따땃할때 어여 집어 드세요. 군밤이 따로 없습니다.
이 구수한 냄새가 또 아침을 맞이해 줍니다. 모락 모락 김을 내면서 말이지요.

22. 얘는 검은콩 일명 서리태라고 하지요? 가격은 좀 비싸지만
가끔씩 찿으시는 분들이 있어 조금 삶았어요.
얘도 청국장을 띄워 가루를 만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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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어찌 또 명절을 보냈습니다.
다 들 그러셨죠? 그러셨을 겁니다.
명절 쇠러 갈 집이 없어 혼자서 보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에이~ 내 식구도 많아 귀찮아~하고 모른체 내버려 둘까~하다가
또 맘에 걸려 시동생에게 대신 전화하라 해서 떡국 먹으러 오라고 했다지요.
꺼칠한 머리에 술이 덜깨인 얼굴이지만 그래도 와서 먹어주니 고맙더라구요.
마음이 참 짜안 했습니다.
그 사람이 남자이던 여자이던 다 마찬가지라 여깁니다.
갈때가 있고 찿아오는 이 있으니 그것도 감사해야 합니다.
또 하나...
우리는 내 자리에서 참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 한다는 거죠.
평소에 내 몫을 다 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한다면,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도
선뜻 떳떳하게 오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나마 용기내서 와 준다면 누가 뭐라 하나요? 가족이니 할 수 없지요.
그러나 자신 스스로가 그리 못한다는 거지요.
그게 또 속이 상한다지요.
직업에는 상관이 없습니다. 내 하는 일에 열심힌 사람 그러면 되는 겁니다.
안되는 것은 방법이 없잖아요~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둘...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몸이 아프니 그런 내 모습 보이기 싫어 모이기를 꺼려 한다는 거지요.
이런 저런 구찮은 말 듣기도 싫구요.
아프다 보면 생각도 마음도 다 아프게 된다는거
그래서 우리는 몸과 마음 다 건강해야 합니다.
특히 내 얼굴은 지금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겁니다.
거울 앞에 내 모습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요?
마음의 가난에서 벗어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경빈의 마음입니다.
늘 그랬었지만
이래 저래 생각이 많은 명절이였습니다.
주절 주절 쓴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