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식혜를 자주 만들어 먹는 촌닭이라 물어보시는가 봅니다.
저야 주로 재래 시장 방앗간에서 사다가 주로 먹었는데 맘 먹고 한 번 길러 보기로 했다지요.
요즘 날씨 마냥 추웠다 얼었다 찬바람 쐬었다 하면서 말리면
더 당도가 높고 맛나다고 어머님이 말씀 하시네요.

1.겉보리를 사다가 하루 정도 물에 푹 담가야 한다며 어머님이 고무다라에 담가 주셨어요.
곁눈질로 대충 볼 때하고 맘 먹고 볼 때하곤 마음 가짐이 많이 달라집니다.
어머님이 해 주실때야 음~~키우시는 갑다~ 음 싹이 난가부다~~음 또 물을 주시나 부다~
하고 피동적이 였는데 지금은 능동적인 자세가 되어 묻고 또 묻고 한다지요.
어르신들은 평생 사신 것이 곧 교과서이자 참고서 인듯 합니다.
뭐 말로 표현 되지 않은 깊이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그 어려운 참고서를 가지고 문제집을 하나 하나 풀어가면서 살면 되는거구요.^^

2. 그 다음 날 커다란 떡 시루에 불린 겉보리를 담고 얇은 보로 덮어 청국장 방 한 켠에
얌전스레 놨다지요. 엿질금아 엿질금아 잘 자라다오~~하면서요~^^ (토닥 토닥 토닥~~)

3. 하루 반 정도 (대략 이 틀)지나서 살짜기 열어보니 뭔가 하이얀 것이
꼼지락 꼼지락 거리고 있었어요.

4. 자 보세요~ 막 태어난 신생아의 숨결 마냥 쌔근 쌔근 거리는 것 같았어요.
참 신기해요~ 생명력이 있다는 게 말입니다.
어머님 말씀에 또 물로 한 번 씻어 주면서 길러야 한다며 물로 헹구어 주시더라구요.
헹궜다 키웠다 또 헹궜다 키웠다 하면서 조절해 주어야 한다는 말씀에
끙~~이세상 정말 거저 먹고 쉬운게 없어!!! 하믄 하믄 ~하고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5. 또 하루가 지나고 나서 이번에는 빼꼼히 열어봤더니 더 자라 있었어요.
얘네들이 얼마나 많은 운동을 했을까 생각을 하니 정말 기특하더라구요. 기특하다~
난 운동한다고 폼만 잡고 픽 픽 쓰러져 코골고 잠만 잤구만...에이~

6.자세히 보니 꼬랑지가 더 길어 졌지요?

7. 오늘 아침에 또 열어보니 이제는 앞 부분에서도 뭔가 꼬물락 거리는 듯 합니다.
꼬랑지는 정신없이 길어지고 있었구요.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앞 부분에서도 뭔가 나오고 나면 금새 잘 자란다고 하시더만요.
무엇이든 싹이 나오기가 힘들지 한 번 나오면 정신없이 큰다는 말씀이셨어요.
너무 많이 길러도 맛이 없다하니 조금 더 있다가 잘 말려서 빻으면 될 듯 싶어요.
우리네 살아가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한 번 형편 펴기 힘들지 한 번 잘 풀리면 술술 잘 풀리지 않겠냐는 겁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다르겠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더불어 더 좋은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 뭐 그렇게 풀이를 하고 싶습니다.
자 명절 잘들 보내셨지요?
어떤 일이 있었던건???
모두 다 잊으시고 또 열심히 사십시다요~
그러다 보면 좋은 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속은셈 치고 또 달려가는 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