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통에는 밥이 있었지만, 저녁 식사로 뭘 해 먹을까, 조금 고민하다가 문득, 베트남쌀국수 생각이 났습니다.
가끔 베트남쌀국수와 베트남쌈을 해 먹었기 때문에 베트남쌀국수는 집에 있었고, 다른 재료들은
전혀 없었습니다. 있는 건 고작 베트남쌀국수에 들어가는 소스 뿐.
음식을 만들기 전에 머리 속에서,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 것인지 미리 생각을 하고, 그림을 다 그려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사실 집에 있는 재료들을 쓰기로 생각했습니다.
먼저, 베트남쌀국수를 물에 불립니다. 보통 30분 정도라고, 레시피에는 나와 있지만 저는 1시간쯤 불렸습니다.
베트남쌀국수를 불리는 동안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냅니다.

묵은지입니다. 집에 3년된 묵은지가 있는데, 냉장고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서 서랍이 열리지 않아 포기하고,
작년에 담은 김장김치를 한 포기 꺼냈습니다.
저렇게 양념이 있는 상태로는 적당치 않아서 양념을 털어내고, 흐르는 물에 살짝 씻었습니다.
그리고, 국을 끓일 정도의 냄비에 물을 끓입니다. 물은 육수로 곧바로 쓰기 때문에, 육수를 냅니다. 쇠고기가 있으면
가장 좋겠습니다만, 집에 고기가 없으므로, 다시마와 북어를 넣고 육수를 냅니다. 멸치, 말린새우, 무를 넣으면 국물이 더
시원해질 듯 합니다.

그리고 잘게 썰어둡니다. 여기에 다진 마늘, 양파, 파 등 다른 채소들을 추가하면 더욱 좋습니다.
육수가 끓으면, 다시마, 북어를 건져 냅니다.
베트남쌀국수는 물기를 잘 털어, 끓는 육수에 넣었다가 곧바로 건져내야 합니다. 10초 이내에 꺼내는 게 중요합니다.

베트남쌀국수를 끓는 물에 데쳐내 찬물에 행궈둡니다. 물기를 잘 털어내야 합니다.
베트남쌀국수를 찬물에 행궈 건진 다음, 잘게 썬 김치를 육수에 넣습니다. 김치국을 만드는 겁니다.

베트남쌀국수를 그릇에 나눠 담습니다. 이 상태에서 비빔고추장과 각종 채소, 야채를 썰어넣어 비빔국수로 먹어도 됩니다.

김치국이 끓고 있습니다. 결국 이 냄비에서 낸 육수는 베트남쌀국수를 삶아내고 그 육수로 김치국을 끓이기 때문에
물을 한 번 끓여서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어 편리합니다.
김치를 넣고, 된장을 두 스푼 정도 넣습니다. 된장을 넣을 생각을 한 것도 즉흥적이었는데, 된장을 넣는 것이 조금 더
맛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념은 다진마늘, 간장 약간, 소금 등을 넣었는데, 후추가루를 조금 넣어도 좋을 듯 합니다.

김치국이 다 끓으면 국자로 베트남쌀국수를 담은 그릇에 담아 냅니다.
아, 중요한 것은, 김치국 양념을 조금 싱겁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그릇에 베트남쌀국수와 김치국을
담아낸 다음, 베트남쌀국수 용 소스를 넣어야 더 맛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쌀국수 양념으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매운 맛을 내는 칠리소스와 간장 처럼 짠 맛을 내는 해선장이 함께 들어갑니다.
소스를 꼭 넣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저는 두 가지 소스를 다 넣어 먹었는데, 훨씬 맛있습니다.
어제 처음, 머리 속에서 문득 떠올라 즉석에서 만들어 먹었는데, 생각대로 나왔습니다.
아주 훌륭한 맛은 아니지만, 충분히 색다른 맛으로 먹을 만 하더군요.
조금 더 추가하자면, 숙주와 두부 등을 넣으면 음식이 좀 더 풍성하고 맛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