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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해진 부부; 제 잘못이 이제야 보입니다

... 조회수 : 6,313
작성일 : 2009-09-05 06:35:33
남편과 대학 때 만나 오래 연애하다 결혼했어요.
연애할 때 남편이 절 많이 사랑했고 헌신적이었는데 결혼하고부턴
부부 사이가 정말 소원해졌어요.
서로 맞지 않은 부분, 미워하다 한이 쌓이고 결국 포기하는 마음.
근본적인 원인이 남편의 인정머리없는 성격탓이라 늘 생각했는데
친정에 온 아침 제 성질부리는 모습을 보더니 어머니가 한말씀하시네요.
카메라 렌즈를 멀리 놓고 보는 것 처럼 비로소 우리가 객관적으로 보입니다.
제 부족한 부분이 보입니다.
시작이야 어찌됐든,
남편에게 한 번도 살갑게 대한 적이 없었고,
그를 아끼는 마음도 없었네요.
남편이 저랑 살면서 참 외로웠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아이 학교 보내느라
친정에 와서 자고 새벽에 아이업고 짐까지 싸들고 집으로 향하는 남편의 뒷 모습을 보니
내 아들이 저처럼 차가운 여자 만나서 살면 어쩌나 싶어요.
내 안의 공주병으로 인해  
늘 제가 사랑받는 건 당연하고
자신이 가장 옳은 줄, 잘난 줄, 똑똑한 줄, 이쁜 줄 알았어요.  
남편입장에선 이런 아내가 얼마나 피곤했을까...
항상 저와 엇갈리는 남편 의견은 한심한 것으로 치부하고 마음으로 묵살했는데
진정으로 사과하고 그리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요.
저희 부부 겉으론 잉꼬부부랍니다.
그러나 마음 속 제가 남편을 포기하고 무시하고 있었어요.
제 잘못이 10 가지 정도라면 그의 잘못은 만가지 쯤 된다 생각했는데..
좀 착하거나 잘난 사람의 전형적인 문제가 이런 오만입니다.  
죽기 전에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IP : 125.129.xxx.209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감백배
    '09.9.5 7:17 AM (211.176.xxx.88)

    들어왔다가 너무나 제얘기 같아서 놀랐습니다.

    제가 바로 그렇게 살았었네요..결혼한지 12년만에 객관적으로 제가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보이고 남편이 저를 어떻게 느꼈을까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저희부부가 좀 다른점은 제가 어리석어서 저는 잘났다고 남편 지적하고 화내고 탓하고 하면서 남편속마음이 그로인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러면서도 아무리 화내고 싸우고 뭐하던간에 남편과 저는 가족으로 이렇게 지지고 볶으면서도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남편은 속으로 저와 점점 멀어지면서 급기야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었던거였습니다.

    따로 만나는 여자도 만들어놓고, 높아져가는 연봉도 속이고 늘 집에와서는 바쁘다고만 얘기하고 껍데기같은 생활을 해왔던 겁니다. 집에서는..

    결혼하신지 얼만큼 되셨는지 모르지만, 화내지 마시구요..이게 모든 나쁜일의 근원이더군요..

    그리고 남편한테 잘 해주시고 잘 관찰하세요..제 경험으로는 남편은 부모자식간과 달라 나빠지면 남이 되어버리더란 말입니다..

    그걸 모르고 저는 죽으나사나 함께 갈 사람으로 여겼으니 저도 참 우둔했습니다...

    암튼 여기 후회하는 일인 있으니 원글님은 마침 깨달으셨으니 지금부터라도 좋은가정 만드세요..

  • 2. 동경미
    '09.9.5 7:22 AM (98.248.xxx.81)

    아, 제가 언젠가 인용이라도 하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글이네요.
    여러 모습의 부부들을 만나보면서 느끼는 것이 둘 중 한 사람만 깨우쳐도 그 가정이 믿기지 않을만큼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한쪽 배우자가 정말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상대를 괴롭히는 경우는 예외가 되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양쪽이 다 의사소통 기술의 부족, 감정 표현의 부족, 마음의 여유 없음, 지고 싶지 않은 마음...등 이더라구요.
    원글님은 아주 아주 빨리 아신 거구요.
    제가 아는 어느 분은 남편 장례 치루시고 집에 돌아와 혼자 방에 앉았는데 그 생각이 들어 너무 힘드셨다고 하네요.
    평생 미워하는 감정만 보여주고 산 남편인데 그렇게 밉던 남편이 방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너무 보고 싶고 외롭더래요.
    남편 돌아가시 전 몇 해를 대소변 받으시고 고생 많이 하셨거든요.
    젊어서 고생시킨 것까지 합쳐서 정말 밉고 싫었는데 막상 보내고 나니 집 안이 휑하고, 병자이긴 했지만 말 한마디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남편이 그리웠다는 말씀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숙연해졌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례식에 갈 일이 점점 늘어가네요. 한번 갈 때마다 우리 부부 많은 생각을 하고 돌아옵니다. 있을 때 잘하자...
    원글님의 가정에 언제나 큰 행복이 넘치길 바랍니다.

  • 3. ...
    '09.9.5 7:44 AM (121.132.xxx.115)

    지금이라도 깨달으셨으니, 분명히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이 되실거예요..^^

    ㅎㅎㅎ 뉘신지 모르겠지만, 남편분은 정말 좋으시겠네요

  • 4. ^^
    '09.9.5 7:48 AM (218.238.xxx.229)

    맞아요..상대만 잘못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나도 상대방에게 어떨까를 생각하면 피차일반일거 예요.
    남자는 표현을 안하잖아요..싫어도..

  • 5. 이러한
    '09.9.5 7:56 AM (211.205.xxx.211)

    글이 올라올때 보통은 상대방에서 원인을 찾고 탓을 하는게 일반적인데
    원글님의 자기성찰적 글을 보니 참 감동적이에요
    남편께서 외로움을 더 느끼기전에
    얼른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서로 사과하는 자리를 꼭 갖기를 바랍니다
    아이는 가급적 친정어머니께라도 부탁드리고
    집 말고 조용하고 멋진곳.. 또는 두분의 추억이 있는 좋은곳에서
    의미있는시간 만들어보세요
    분명 마음속까지 잉꼬부부가 되실것같네요

  • 6.
    '09.9.5 8:04 AM (119.64.xxx.78)

    14년만에 깨달았어요.
    저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걸....

    님은 일찍 깨달으셨네요.
    지금부터 시작하시면 정말 행복한 가정 만드실 수 있을
    거에요 ^^

  • 7. 맞아요
    '09.9.5 8:08 AM (116.122.xxx.194)

    내가 힘들때 상대방을 먼저 한번 생각하고 그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면 얼마나 현명하겠어요
    좋은 부부가 되리라 봅니다
    행복하세요

  • 8. 저도
    '09.9.5 8:18 AM (125.187.xxx.195)

    결혼 생활 조금 오래....25년 넘었어요
    18년 동안은 남편을 원망만 하면서 살았어요
    강하고 거칠고 자기 밖에 모르는 못 된 인간 이라고 규정짓고
    전 늘 불쌍하고 남편에게 당하기만 하는 역활을 했어요.
    뒤에서 남편 미워하고 험담하고 내 신세 때문에 눈물짓고 그랬어요
    원글님 처럼 어느날 갑자기 남편보다 내가 더 잘못이 많고 나쁘다는걸
    깨달았고 그 때 부터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저절로 남편에게 맞추고 잘 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구요
    억지로 노력이 아니고 저절로........
    지금은 정말 친구 같고 서로 의지 하는 부부가 되었답니다.
    내가 이사람을 안만났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고
    남편도 저와 한평생을 같이 살게 된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해요
    내가 변하면 상대방도 변하는가 봅니다.
    원글님도 앞으로는 행복하실 일만 남은거에요~

  • 9. 아침에
    '09.9.5 8:49 AM (121.144.xxx.80)

    좋은 글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결혼 생활 10년 동안 지옥처럼 살면서 힘없는 아이들한테 화풀이하고 시어님의 한 마디에 상처받곤 고통스럽게 살았었는데 천주교의 꾸르실료 3박 4일동안 피정을 하면서 제 잘못을 깨닫고 지금은 천국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느 신부님의 말씀 " 내가 변해 있으면 주변이 따라서 변해있다"는 말씀을 늦게야 깨달았습니다.

  • 10. 그렇군요
    '09.9.5 8:55 AM (124.2.xxx.55)

    저도 딱 제 얘기 같아요.. 결혼전 애지중지해주던 모습만 남아있고 전 항상 그런 대접 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그런데 저를 바꾸기가 힘들어요

  • 11. 뜨끔
    '09.9.5 8:57 AM (121.161.xxx.89)

    항상 남편 원망하는 글들만 읽다가
    이런 글을 읽으니 기분이 남다르군요.

    저도 원글님 성격과 비슷한 유형인데
    읽다가 제 이야기 같아서 가슴이 찔립니다.
    저도 잘해야 되겠어요.
    가만 생각해 보니 제 남편도 항상 저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해왔는데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네요.
    저도 변해야겠어요.

  • 12. 원글님이
    '09.9.5 10:23 AM (124.56.xxx.97)

    누구신지 모르지만 이 글을 읽고 있으니 마음에 무언가 기쁜 마음이 솟아 오르고..뭉클해 지는게...
    원글님이 참 좋아지네요...

  • 13. ...
    '09.9.5 10:53 AM (218.233.xxx.184)

    상대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원글님 댓글들...흐뭇합니다~~

  • 14. 다몬
    '09.9.5 12:03 PM (59.187.xxx.233)

    많이 찔리는 1人입니다.
    반성하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네요 ㅡ,.ㅡ;;;

  • 15. 다행이네요..
    '09.9.5 12:33 PM (125.190.xxx.17)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 많으시길 바랍니다..

  • 16. 맞아요
    '09.9.5 1:21 PM (220.117.xxx.153)

    문제있는 집은 어느집ㅇ나 둘다 문제가 있죠 ㅠㅠ
    그나저나 제가 이런말 할 자격이 있나몰라요 ㅠㅠ

  • 17. 상대방만
    '09.9.5 7:45 PM (59.23.xxx.225)

    탓하다가 제대로 자신을 들여다 본 님 장하십니다.
    남편에게 살갑게 잘 해주셔서 다시 좋은 관계 평생 유지히시기 바랍니다.

  • 18. 새로운세상
    '09.9.5 7:48 PM (119.199.xxx.11)

    원글님
    글을 읽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눈에는 뭉클함이
    뿌듯한 마음 한아름 안고 갑니다
    예쁜글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프린트 해서 우리 마누라 보여 줘야지.....

  • 19. ...
    '09.9.5 8:49 PM (118.39.xxx.210)

    40을 넘긴 저보다 낫네요...
    너무나도 현명하시고 바람직하십니다...
    제가 살짜기 부끄럽네요...

  • 20. 저도..
    '09.9.5 10:05 PM (122.34.xxx.188)

    지겹게 싸웠는데 16년 되니 남편이 좀 불쌍하더라구요..
    정말 남편한테 잘해주는 아내도 많던데..
    남편도 저에게 그리 잘해주진 않았지만 문득 미안할때가 많아요..이제 철이든건가??
    이렇게 살다 가면 무지 후회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아들이 저같은 여자 만날까 걱정도 되더라구요..
    이제부터 잘할려구요~~

  • 21.
    '09.9.6 1:11 AM (210.97.xxx.116)

    원망투성이인 저,, 반성하게 됩니다..ㅜ

  • 22.
    '09.9.6 11:39 AM (59.186.xxx.147)

    남편이 봐야된는데. 나는 항상 반성하고 이해하고. 이젠 나도 한계가 오네요.
    몸과 마음이 지치고. 애들 건사시키느라 고생하는 내 맘 몰라주는 인간 정말 밉습니다.
    맨날 스트레스에 건망증만 심해지고. 팔목과 팔굼치도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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