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우리 모두 울지만 말고 화 좀 길게 냈으면...

담비부인 조회수 : 402
작성일 : 2009-05-29 17:18:18
프레스센터앞에서 인사는 못나눴지만 회원분들과 함께 마지막 길 배웅을 하고
사무실에 와 앉아 있으려니 햇볕에 쓰라린 뒷목과 함께 여러 장면이 눈앞에 떠 올라
일이 손에 안 잡히네요.

길을 가득 매운 추모 인파속에서 시원하게 울지도 목청 높혀 소리지르지도 못하고 그저 울먹울먹 개미소리만하게
혼잣말을 하며 (그래도 할 건 다 했습니다. 야유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마지막으로 이름도 불러 드리고...)

그냥 그자리에서 떠오른 몇가지 단상은  

1. 한명숙 선생님 참 멋지시다. 정말 품위 있는 애드립으로 한방 날려주시는구나.
    
2. 우리 국가 원수께서는 추모도 인색하게, 참 티나고 어색하게, 진짜 속 보이게, 딱 자기 인상대로 하는구나.

3. 이러니 저러니 해도 김대중대통령이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주시는구나.

정도였습니다.

다들 목을 빼고 집중하는 와중에 도로에서 진행된 일부 만장 추모행렬이 너무 큰 음향으로
다소 방해가 되긴 했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래도 참고 이해해주시더군요.
(전 상당히 언짢았습니다. 저런 행동으로 꾹꾹 애써 감정 추스리며 조용한 참여로 고인을 기리는 분들에게
방해가 되는 건 반대입니다. 소음에 가까운 음향 안 틀고 만장만 들고 행진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민소매 차림으로 트럭 위 확성기 옆에 앉아 계시던 분들, 반성하십시오. 댁의 집에는 검정 티셔츠 하나 없답니까?)    
      
그리고 정말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광장에서 저들이 그토록 두려워 벌벌떠는 촛불들고 하는 반정부 시위, 그렇게 무서워 한다니 해주지 말구요.
(아마 살짝 당황들하겠죠. 살짝 터져주면 아싸 기회다 싶을 수도 있으니까.)
대신 여기 슬퍼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내 작은 이기심과 타협하지 말고 길게길게 분노하고 절대 잊어버리지말고 평생 표로써 응징하기를,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이제는 광장을 열어주고 촛불을 나눠줘가며 사과를 해도,
검찰총장을 해임해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암담함을, 절망을 아주 뼈속깊이 느끼게 해줬으면...

그래서 오늘 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 조용히 품위있게 자리를 뜬다해서 결코 지들이 좋아할 일이 아니였음을 앞으로 남은 기간 내내 두고두고 곱씹는 기회를 많이 많이, 제발 선거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을만큼 물리게 만들어 줬으면...

그렇게 바라며 결심했습니다. 나부터 라고.

ps. 맨 바닥에 앉으려는데 신문지 두장 겹쳐 앉으라고 펼쳐 주시던 신사분, 혼자 앉아 훌쩍거리는 옆에 역시
      혼자 앉아 훌쩍거리시며 눈 마주쳐 주셨던 아주머니, 그리고 한승수 추모사 낭독할때 뒤돌아 서는 거
      알려주신 회원분들,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IP : 61.254.xxx.9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9.5.29 5:21 PM (115.139.xxx.149)

    잊지 말아요.

  • 2. vi
    '09.5.29 5:25 PM (218.49.xxx.190)

    제발요.

  • 3. 한없이....
    '09.5.29 5:34 PM (59.18.xxx.124)

    맞아요...제발...제발 다들 잊지 말자구요.

  • 4. 까만봄
    '09.5.29 5:34 PM (114.203.xxx.189)

    미움보다는 무관심이 더 처절한 징벌이지만...

    이번 정권만은 잊지않을것입니다....

    앞으로 저만의 연대기를 만들어서라도 제 아이와 그아이의 아이에게까지...

    부정부패와 타협하지않은 훌륭한 대통령,우리하고 똑같은 대통령이 있었음을 ...

    가르쳐 줄것입니다.

  • 5.
    '09.5.29 5:40 PM (114.202.xxx.254)

    저 뒤끝 길~~~~~~~~어요

  • 6. 국민
    '09.5.29 7:09 PM (122.37.xxx.147)

    우습게 보지말어
    이것들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6123 아래 어느 분이 요청하신 사진..이거 말씀이죠..?? 23 별사랑 2009/05/29 3,434
466122 서울광장에서 6 오늘은 제발.. 2009/05/29 628
466121 모금 안하시나요? 8 누가 2009/05/29 508
466120 [펌글] 왜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校內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는가? 10 별사랑 2009/05/29 761
466119 노무현 죽인 이명박, 몇백 년 기억될 것(오마이뉴스펌) 2 내마음속 노.. 2009/05/29 489
466118 내일부터 시작될 언론플레이에 놀라지 마세요 7 걱정거리 2009/05/29 1,504
466117 서울광장 다녀왔는데 명박이가 더 싫어지네요 3 제니 2009/05/29 868
466116 오늘을 잊지 않겠습니다. 4 우리 국민들.. 2009/05/29 213
466115 시청광장 부랴부랴 잔디깔고 좋아라하던 당신... 통제공화국 2009/05/29 342
466114 월요일, 봉은사에 갈 때 바로 옆에 있는 음식점 2 별사랑 2009/05/29 678
466113 범인은 장례식장에서 웃는다 ! 사실로 확인 16 ▦맹박타도 2009/05/29 2,195
466112 반포지역에 어린이시력검사 하려는데요 3 죄송합니다 .. 2009/05/29 184
466111 [펌]노 전 대통령 추모 메일 가장한 악성코드 '주의' 2 별... 2009/05/29 164
466110 낼 부터 국면 전환용으로 큰이슈들 팡팡 터뜨릴텐데... 8 무딘 사람도.. 2009/05/29 670
466109 이명박 대통령각하 절대 질 수 없습니다!!! (광팔아님의 요청에 따라 다시 옮겻습니다.) 10 ㅠ.ㅠ 2009/05/29 808
466108 MB, 盧 영결식도 언론 통제(펌글) 5 통제공화국 2009/05/29 779
466107 영결식때 김대중 전대통령이 권양숙여사 위로할때 이MB는.. 6 .... 2009/05/29 1,843
466106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나요? 5 민주주의 2009/05/29 496
466105 지금어디쯤인가요? 4 .. 2009/05/29 307
466104 저 지금 들어왔는데요. 서울역 맞은편 하노이의 아침에서... (훈훈한 미담) 13 전기밥솥 2009/05/29 1,636
466103 노제랑 영결식 재방송 해줄까요? 1 내마음속 노.. 2009/05/29 201
466102 오래오래 살겠습니다. 3 한없이..... 2009/05/29 202
466101 이런 시점에 여쭤보기 정말 민망하고 죄송스럽지만 여드름 치료기.. 2 궁금한점 2009/05/29 187
466100 방금 운구차량만 빠져나갔습니다. 7 삼각지 2009/05/29 1,192
466099 이대로면 9시뉴스때까지도 봉하가는길 중계할듯 1 운좋은 삼성.. 2009/05/29 344
466098 이시국에 죄송하지만..얼렸다 데워 먹기 좋은 국이 뭘까요.. 12 죄송.. 2009/05/29 702
466097 질문좀)..조기는 언제까지 걸어야하죠? 8 인천한라봉 2009/05/29 678
466096 시청에 가고픈거 참느라 힘든 하루였어요. 1 오늘 2009/05/29 154
466095 운구차량 2 .. 2009/05/29 477
466094 우리 모두 울지만 말고 화 좀 길게 냈으면... 6 담비부인 2009/05/29 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