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센터앞에서 인사는 못나눴지만 회원분들과 함께 마지막 길 배웅을 하고
사무실에 와 앉아 있으려니 햇볕에 쓰라린 뒷목과 함께 여러 장면이 눈앞에 떠 올라
일이 손에 안 잡히네요.
길을 가득 매운 추모 인파속에서 시원하게 울지도 목청 높혀 소리지르지도 못하고 그저 울먹울먹 개미소리만하게
혼잣말을 하며 (그래도 할 건 다 했습니다. 야유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마지막으로 이름도 불러 드리고...)
그냥 그자리에서 떠오른 몇가지 단상은
1. 한명숙 선생님 참 멋지시다. 정말 품위 있는 애드립으로 한방 날려주시는구나.
2. 우리 국가 원수께서는 추모도 인색하게, 참 티나고 어색하게, 진짜 속 보이게, 딱 자기 인상대로 하는구나.
3. 이러니 저러니 해도 김대중대통령이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주시는구나.
정도였습니다.
다들 목을 빼고 집중하는 와중에 도로에서 진행된 일부 만장 추모행렬이 너무 큰 음향으로
다소 방해가 되긴 했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래도 참고 이해해주시더군요.
(전 상당히 언짢았습니다. 저런 행동으로 꾹꾹 애써 감정 추스리며 조용한 참여로 고인을 기리는 분들에게
방해가 되는 건 반대입니다. 소음에 가까운 음향 안 틀고 만장만 들고 행진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민소매 차림으로 트럭 위 확성기 옆에 앉아 계시던 분들, 반성하십시오. 댁의 집에는 검정 티셔츠 하나 없답니까?)
그리고 정말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광장에서 저들이 그토록 두려워 벌벌떠는 촛불들고 하는 반정부 시위, 그렇게 무서워 한다니 해주지 말구요.
(아마 살짝 당황들하겠죠. 살짝 터져주면 아싸 기회다 싶을 수도 있으니까.)
대신 여기 슬퍼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내 작은 이기심과 타협하지 말고 길게길게 분노하고 절대 잊어버리지말고 평생 표로써 응징하기를,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이제는 광장을 열어주고 촛불을 나눠줘가며 사과를 해도,
검찰총장을 해임해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암담함을, 절망을 아주 뼈속깊이 느끼게 해줬으면...
그래서 오늘 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 조용히 품위있게 자리를 뜬다해서 결코 지들이 좋아할 일이 아니였음을 앞으로 남은 기간 내내 두고두고 곱씹는 기회를 많이 많이, 제발 선거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을만큼 물리게 만들어 줬으면...
그렇게 바라며 결심했습니다. 나부터 라고.
ps. 맨 바닥에 앉으려는데 신문지 두장 겹쳐 앉으라고 펼쳐 주시던 신사분, 혼자 앉아 훌쩍거리는 옆에 역시
혼자 앉아 훌쩍거리시며 눈 마주쳐 주셨던 아주머니, 그리고 한승수 추모사 낭독할때 뒤돌아 서는 거
알려주신 회원분들,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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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울지만 말고 화 좀 길게 냈으면...
담비부인 조회수 : 402
작성일 : 2009-05-29 17:18:18
IP : 61.254.xxx.9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녜
'09.5.29 5:21 PM (115.139.xxx.149)잊지 말아요.
2. vi
'09.5.29 5:25 PM (218.49.xxx.190)제발요.
3. 한없이....
'09.5.29 5:34 PM (59.18.xxx.124)맞아요...제발...제발 다들 잊지 말자구요.
4. 까만봄
'09.5.29 5:34 PM (114.203.xxx.189)미움보다는 무관심이 더 처절한 징벌이지만...
이번 정권만은 잊지않을것입니다....
앞으로 저만의 연대기를 만들어서라도 제 아이와 그아이의 아이에게까지...
부정부패와 타협하지않은 훌륭한 대통령,우리하고 똑같은 대통령이 있었음을 ...
가르쳐 줄것입니다.5. 네
'09.5.29 5:40 PM (114.202.xxx.254)저 뒤끝 길~~~~~~~~어요
6. 국민
'09.5.29 7:09 PM (122.37.xxx.147)우습게 보지말어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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