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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맞춤법 교실] 4. 돼지 '돼'와 된장 '되'를 어떻게 구분할까? -중모음 'ㅚ'의 경우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사람은 사형장에 끌려갈 때에도 무의식중에 수천 가지의 일들을 머리에 떠올리곤 하지.’라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그 음침한 러시아 작가는 실제로 사형장에 끌려갔던 경험이 있지요. 공상적 사회주의자 모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돼서 총살형을 언도받았던 그는 형 집행 직전에 황제의 특사로 풀려나는, 아주 극적인 체험을 했었답니다.
그렇잖아도 예민한 기질을 타고 태어난 아이, 유년 시절에는 아버지가 농노에게 도끼로 살해당하는 일까지 겪어서인지 선병질적인 기질은 급기야 간질 발작으로 나타나 평생을 두고 그를 괴롭힙니다. 유럽에서도 후진 농업국이었던 조국 러시아 상황은 어지러웠고 동포들은 착취와 기아, 무지와 야만, 저열하기 이를 데 없는 거짓과 모략 속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이란? 고귀함이란? 구원이란? 혁명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 인간에게 구원이란 게 가능할까? 그런 의문이 그 우울한 청년의 머릿속에서 떠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는 체험을 하게 된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 <백치>, <악령> 등을 거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다다르게 되는데, 거기서 그는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의 기획물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란 그토록 불완전하고 잔인하며 혼란스러운 존재인 것, 그렇기 때문에 그 관념의 기획물에라도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구원은 그럴 때만 가능하다’라고 말합니다.
지옥이 뭐냐구요? ‘간질 발작 - 도박 - 소설 창작’이라는 사이클 속에서 그 자신 혼란스러운 생활을 하며 인간 존재의 음험하고도 혼란한 심층을 파헤쳤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조시마 장로의 입을 빌어 이렇게 답합니다. ‘그것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데서 오는 괴로움’이라고.
어쨌든 ‘사람은 사형장에 끌려갈 때에도 무의식중에 수천 가지의 일들을 머리에 떠올리곤 하지.’의 상황은 유아인에게도 마찬가지였어요. 맞춤법 때문에 고민하다 ‘다음 생에서 뵈요.’라고 유서를 마무리 한 다음 자살시도를 했는데, 그 죽어가는 순간에 정말로 머릿속에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르는 겁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맞춤법이 틀렸다!’.^^
그래서 그 웃기는 고딩은 어쩔 수 없이 죽는 걸 포기해버립니다! 자기가 죽고 난 다음에 사람들이 자기 유서를 보면서 비웃을 생각을 하니 도저히 그대로 죽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또 썰이 길었네요.--; 자, 그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보도록 합시다.^^ <좋지 아니한가>에서 꽃돌이 유아인으로 하여금 자살까지도 돌이키도록 만든 문제의 단어 ‘뵈요’는 어떻게 써야 맞는 것일까요? 답은 이미 나왔죠?^^ 예, ‘봬요’라고 써야 한답니다. 그런데 ‘봬요’ 한 가지만 기억하면 ‘뵀습니다, 뵀군요, 뵀는데요’ 같은 다른 활용형은 또 틀리게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예 그렇게 활용되는 이유를 알고 있는 것이 두루두루 편해요.
‘뵈다’는 ‘되다’와 똑같이 활용합니다. (용언의 활용은 기본형, 그러니까 ‘되다’가 ‘되고, 되니, 되어서...’ 등과 같이 상황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걸 가리켜요) ‘되다’는 게시판에서도 여러 번 다루어졌었죠? 돼지 ‘돼’를 쓰는 경우와 된장 ‘되’를 쓰는 경우에 대해서요. 그게 헷갈릴 때는 ‘하다’의 활용형을 대입해보라는 말이 있었는데, 예, 그게 정답이랍니다.^^
‘밥이 다 됐다’라는 문장을 한 번 볼까요? ‘됐다’는 ‘되었다’가 줄어든 형태입니다. ‘되었다=되+었+다’에서 ‘되어’가 ‘돼’로 줄어들면서 ‘되어(돼)+ㅆ+다=됐다’로 변한 것이죠. 그래서 돼지 ‘돼’를 쓰게 된 거예요.
예)
난 됐거든(되었거든)~!
부모가 돼(되어) 봐야 부모 마음을 아는 법
선배, 거긴 안 돼(되어)~~~~’
일곱 시가 돼도(되어도) 밖이 환하구나.
반대로 된장 ‘되’를 쓰는 경우는 그런 축약이 일어나지 않거나 축약을 할 필요가 없는 때입니다.
예)
어른이 된다는 건 쓸쓸한 일이야
고학년이 되니 학원을 더 보내야 돼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더라
요렇게 활용하는 게 ‘하다’와 같아서 ‘해’를 집어넣어서 대~~충 말이 되면 돼지 ‘돼’를, ‘하’를 집어넣어서 대~~충 말이 되면 된장 ‘되’를 사용하라는 뜻입니다.
예)
밥이 다 ( )다--> 밥이 다 했다, 고로 ‘밥이 다 됐다’
부모가 ( ) 봐야 부모 마음을 아는 법 --> 부모가 해 봐야 부모 마음을 아는 법, 고로 ‘부모가 돼 봐야 부모 마음을 아는 법’.
고학년이 ( )니 학원을 더 보내야 ( ) --> 고학년이 하니 학원을 더 보내야 해, 고로 ‘고학년이 되니 학원을 더 보내야 돼’
이거 먹어도 ( )요? --> 이거 먹어도 해요? 고로 ‘이거 먹어도 돼요?’
그런데 이 법칙은 ‘되다’뿐만이 아니라 모음 ‘ㅚ’가 들어간 단어들에서 공통으로 적용된다는 것!
‘손으로 턱을 괴다’ 할 때의 ‘괴다’ 있죠? ‘사랑하다’는 뜻도 있구요. 그래서 저 단어도 활용을 할 때는 돼지 ‘돼’, 된장 ‘되’를 구분할 때와 마찬가지의 방법을 씁니다. 즉, ‘하다’의 활용형을 대입해서 말을 만들어보면 된다는 거죠.
예) 오른손으로 오랫동안 턱을 괬더니 손목이 얼얼하다. (턱을 했더니)
책으로 상다리를 괴세요. (상다리를 하세요)
부모가 큰아들만 괬다고 하더군. 그래서 큰아들이 저 모양 아니야. (큰아들만 했다고)
그밖에 모음 ‘ㅚ’가 들어간 단어에는 ‘뵈다, 쇠다, 되뇌다, 외다, 죄다’ 등등이 있습니다. 이 단어들도 마찬가지예요. ‘하다’의 활용형을 대입해보면 됩니다.
예) 다음에 봬요. --> 다음에 해요. (쓰고 보니 좀 이상???)
저번에 뵀을 때 --> 저번에 했을 때 (역시 요상???)
추석은 시댁에서 쇠고 설은 저희 집에서 쇘습니다. --> 추석은 시댁에서 하고 설은 저희 집에서 했습니다. (.....;;;)
혼자서 그 말을 자꾸 되뇄어요. --> 혼자서 그 말을 자꾸 했어요.
남편은 요령껏 좼다 풀었다 해야지, 그렇게 조이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 --> 남편은 요령껏 했다 풀었다 해야지...
그 시를 왰던 것도 벌써 십년 전. --> 그 시를 했던 것도 벌써 십년 전.
요런 식으로요.^^
음... 우리는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설이 다가오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미우나 고우나 설에 만나는 사람들은 ‘시간 속에 공간 속에’ 우리가 한때 이 지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함께 ‘새긴’ 사람들이겠죠. 그런 사람들과 미우면 미운 대로 고우면 고운 대로 ‘인간의 형상과 인간의 방식으로’ 사랑하시길.
제가 최근 2-3년 간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것에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라는 소설이 있는데요, 거기서 여주인공이 암에 걸려서 의식을 잃게 되자 남자 주인공이 시를 써서 여주인공인 아나벨에게 바칩니다. 그 시를 설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인간의 형상으로 마음껏 사랑하지 못한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매우매우 가슴이 아팠었답니다. 그러니 우리는 마음껏 사랑하자구요.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대는 행복을 주기 위해 태어난 아이였기에,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마음의 보물을 내밀었다.
다른 생명들을 위해, 자기와 인연을 맺은 어린것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릴 수도 있었으리라.
언제나 한결같던 사랑의 꿈은
아이의 고고지성을 통해
핏줄의 인연을 통해
어떤 자취를 남길 수도 있었으리라.
시간 속에 공간 속에,
자국을 새길 수도 있었으리라.
영원히 거룩해진 육신 안에,
산들 속에 바람 속에
강물에 하늘에
흔적을 남길 수도 있었으리라.
그대는 지금 여기,
빈사자의 침상에 누워 있다.
코마 속에서 이토록 평온하게
그리고 변함없이 사랑을 품은 채로.
우리 몸은 싸늘해질 것이고,
그저 풀밭 속에 있게 되리라.
나의 아나벨,
개인적인 존재의 허무함이란 그런 거겠지.
우리는 인간의 형상으로는
별로 사랑하지 않았어.
아마도 태양과 우리 무덤에 내리는 비가,
바람과 서리가
우리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어 주겠지.
1. 자유
'09.1.20 12:49 AM (211.203.xxx.231)늦은 밤에 좋은 글을 읽네요. 잠 안 자고 들어온 보람이 있군요...^^
맞춤법 강의보다 함께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더 즐겨 읽는 팬입니다.
오늘은 <미우면 미운 대로 고우면 고운 대로
‘인간의 형상과 인간의 방식으로’ 사랑하시길...>
이 부분에 꽂히네요.ㅎㅎ 편한 밤 되시길..2. 인천한라봉
'09.1.20 1:18 AM (211.179.xxx.43)프리댄서님도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글너무 잼있게 쓰시네요..^^3. 3babymam
'09.1.20 1:32 AM (221.147.xxx.198)프리댄서님은..
이야기 포따리..
오늘은 무슨 이야기가 가듯 들어 있을까?
읽어 가는 내내 즐겁기만 하네
맞춤법에도 이야기가 한가듯
새벽에 열공 하고 갑니다..ㄳ..=334. 농담
'09.1.20 1:34 AM (70.82.xxx.125)제일 어렵다 느끼던 활용법중에 하나예요.
(아, ~예요, ~얘요, 이것도 어떤 쪽이 맞는지 늘 헷갈립니다.)
그간 프리댄서님의 맞춤법 교실 읽으면서 '되다'와 '돼다'의 용법 구분을 부탁드리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터억~ 올라왔네요^^
'되다'와 '돼다'는 보통은 써놓고 그냥 쓰윽~ 읽어봐서 음, 뭔가 이상해 싶으면 고치고
아님 놔두곤 하다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가능하겠죠.), 갈수록 헷갈리고 자신이 없어지던 차입니다.
정 안되겠으면 (이건 맞는지 ^^;;) 아예 다른 단어로 바꿔 써버리기도 하구요.
아주 헷갈리는 것들은 국어도 문법 공부를 따로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님 글의 서정적인 느낌이 좋아요.5. 티나맘
'09.1.20 5:01 AM (221.140.xxx.206)왠지 프리댄서님은 온 우주를 알고 계실 것 같은 느낌이예요.
어떻게 이렇게 좋은 생각을 하실 수 있으세요?
우리가 한 때 이 지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함께 새겼다니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6. 읽으니
'09.1.20 7:40 AM (203.235.xxx.56)더 헷갈려요
7. 3babymam
'09.1.20 11:09 AM (221.147.xxx.198)한가듯 -> 한가득
죄송합니다..수정해요^^8. 아우
'09.1.20 11:11 AM (59.13.xxx.244)님 팬이예요 ^^
9. 하와해
'09.1.20 5:46 PM (124.50.xxx.92)되를 하로 넣고 돼를 해로 넣어보세요
되었다-하였다
됐다-했다10. 프리댄서
'09.1.20 7:20 PM (219.241.xxx.222)예, 위의 '하와해'님 말씀대로
'되=하, 돼=해'라고 기억하시면 더 쉬워요.
그걸 저는 더 복잡하게 설명한 것 같네요.^^
오늘 일 때문에 하루종일 밖에 있다 신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중간에 PC방에 들러서 동영상을 봤는데, 정말 할 말을 잃었어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네요.......11. 가원
'09.1.21 10:50 AM (152.99.xxx.14)우와!!~ 추천 있으면 추천왕창 누르고 가고 싶은 좋은 글입니다^^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