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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

만삭의여름 조회수 : 447
작성일 : 2008-08-10 00:13:58
곧 둘째가 태어날텐데...
지난 주 금욜부터 몸살기로 고열이 있던 남편이...
병원에도 안가고 약도 안먹고 식욕 없다고 밥도 안먹고 버티다가
자가로 소변검사에서 간수치를 좀 보구선 개인병원에 혈액검사 의뢰해서
어제 대학병원에 소견서 들고서 가서 진료받고 바로 입원했어요....

병명은.....A형 급성간염일 확률이 높다는데 어제 오늘 검사로
월요일이 되어야 뚜렷하게 병명이 나올거 같은데....
어제....입원하는 남편을 자세히 보니...얼굴과 눈 흰자에 황달기가 심하더라구요.
만삭이고 고속도로 운전경혐이 전무한 상태라 30분거리 병원에 고속도로 운전을
남편이 식은땀 흘려가며 해서 병원에 부랴부랴 갔었는데....

집에서 큰아이 데리고 택시타고 나가는데
덜컥 겁이 나더라구요. 곧 둘째도 태어나는데
남편이 잘못되면 우리셋은 어찌되나.......30대초반에 애둘 딸린 청상과부되면 어쩌나......별별생각들...
아직까진 현실로 다가오지 않고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
진료실에 함께 들어가기전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진심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심호흡하구서 진료실에 들어갔어요. 과로로 인한....요즘 유행한다네요.급성간염....
처음 몸살감기인줄 알고서 버티다가 자기도 이상했던지....
전 아파서 끙끙 앓는 남편한테 한다고 했지만 마음 편하게 해주진 못했거든요.
잔소리하다가 지쳐서 날은 덥고 내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만삭이라는 이유로.......

큰애가 있는 상태로 둘째아이다 보니...더운 여름이라 시원한 아이방에서 자게 된지도 몇달에...
각방을 쓰고 제몸이 힘드니 남편이 제옆에 올 엄두도 못내고....또 큰아이까지 옆에 오는것도
제가 힘겨워해서........이래저래 짜증의 연속이였었는데.....
아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점심은 일하면서 사먹고...저녁도 간헐적으로 외식아님 대충....

저때문에 아픈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제 시모님이 병원에 오셔서 남편만 두고서 큰아이때문에 집에 돌아왔는데...
그리고 마음이.........참.........무너지더라구요.
미안해서....남편을 사랑하는지 의문의 연속이였던 시간들이 몇년째였거든요.
내마음으론 그래....이혼보단 허울좋고 보기좋은 직업의 남편에 경제력튼튼하고
가정적이고 아이한테 자상하고 주변에서 대우받고 존경받고 보기에 나무랄데 없는 100점짜리
남편인지라 평생보험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살자였던 마음이였거든요.
남편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환자복을 갈아입고 소매를 걷어주는 내손길조차
남편은 낯설어하고 저도 서먹해하고.......시모님이 오셨는데 화색이 도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솔직히 충격받았어요. 아내인 제가 옆에 있는것보다 더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솔직히.....늘 남편에게 불만이...나라는 존재는 당신에겐 파출부요.하숙집 아줌마요
그런 존재라고 늘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더 소홀하게 되어지게 되고....
내삶을 업글하자로 모든것들이 바뀌어서 거기에 집중하고 아이에게 집중하고....
따지고 보면 우리집 돈벌어주는 기계에 불과하지 않았던거 같아요. 제가 남편을 생각했던것들이....

그 모든것들이 참 너무나 미안해지고 불쌍하고......
전 남편을 존중했던 적이 없었던거 같아요. 저 먼저.......
이틀째 남편없는 집에서 아이와 둘이 자는데....쉬이 잠을 못들겠네요.
오늘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어떤 아저씨가 끝내 돌아가셨거든요.
남편 병문안차 교회식구들이 많이 오신 상황이였었는데........
어제 입원할때부터 좀 안좋은 눈치였거든요. 간암이였나봐요...
울음바다가 된 그곳에 남편혼자 남겨두고서 집에 돌아오는게 참....발걸음이 안떨어지는데...
집 가까운곳이였음 좋았을텐데 다른지역인지라......
아이때문에도 그렇고 임신막달이라 그렇고 잘 수도 없고....ㅠㅜ
집에 돌아올때 가슴이 두근거려서 끝내 운전대를 잡을 수 없어서
운전을 부탁해서 돌아왔어여......

집에 와서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어제 새벽내내 돌아가신분이 헛소리하는거 때문에 잠을 못잤다고 해서인지
연락이 없네요. 빨랑 퇴원해서 돌아오라고.......집에 없으니깐 넘 적막하고 그렇다고...
집에 돌아오면 정말 잘해주겠다고..........

사람이 죽고사는건 한순간이고 한평생 사는게 아닌데도
왜 다들 그순간엔 아웅다웅 살아지는건지.....이걸 잊지 않는다면 용서못할 일도...
화낼일도 과연 있을까요?!

돌아가신분이 잠깐씩 의식이 돌아올때쯤이면 자꾸만 어딜 가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분집에서 식당을 하시나보던데...거기 상호였나봐요....
저처럼 임신한 딸이 사위랑 다니러 왔었는데....유언한마디 없이 갑자기 돌아가셔버리네요.
맘같아선 손한번 꼭 잡아드리고 한번 안아드리고 싶었는데.....그냥 무덤덤 그자릴 피해주기만 했어요.
아무일 없는듯이.........

언젠가는 우리모두다 죽는거고 돌아가는게 좀더 빨리가냐 늦게가냐의 차이니깐.....
넘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그게 또 쉽지가 않더라구요.

낼은 남편혼자 있어야 할꺼 같은데...시모님께 좀 함꼐 있어달라고 전화드렸는데
통화가 안되네요. 월욜에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바로 내려갔다 와야겠어요.
오늘밤......남편이 평안하게 잠들었으면 좋겠어요........그리고 무지하게 보고싶어요....
IP : 211.186.xxx.9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8.10 12:43 AM (85.18.xxx.16)

    그동안 남편을 사랑하지 않으셨던게 아니네요.
    아이낳고 생활에 치여 살다보면
    뜨거운 사랑웠던 사랑은 이미 사라지고 사랑이 아닌듯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고 필요로 하며 살아오는 동안
    사랑은 더 세련된 형태로 다가오는것같아요.
    대화를 많이하세요..
    관심과 대화는
    서로간의 신뢰와 더 깊은 사랑의 기본이며 시작입니다.
    심각한 시련이 아니시라면.. 곧 소소한 행복이 시간이 온다는걸 잊지마시고 기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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