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주인 `전셋값 시름`
집값이 급등한 2006년 하반기에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112㎡형을 12억5000만원(융자 5억원 포함) 주고 하나 더 장만했던 김모씨.최근 이 집을 10억원에 내놨다. 전셋값을 '토해내기' 위해서다. 아파트를 살 당시 2억2000만원에 전세를 줬는데 지금은 1억7000만~1억8000만원에 나온 전세 매물만 300여개에 달한다. 현재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5000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전셋값이 곤두박질치더라도 집값만 올라준다면 걱정이 덜하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매도 호가는 뚝뚝 떨어지는 반면 대출금리는 나날이 오르고 있어서다. 잠실주공 1.2단지와 잠실시영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마치고 집들이 채비를 갖추면서 강남권 집주인들의 걱정거리는 더 늘었다. 집주인들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역(逆)전세난'이다.
27일 부동산정보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에서 2년 동안 임대를 마치고 재계약을 앞둔 전세 매물 가운데 가격이 20% 이상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 올 강남권에서 나오는 입주 물량은 2만6502가구로 2006년(1만4455가구),2007년(9145가구)과 비교할 때 최대 2배가 넘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 지역의 경우 3개월 내 입주를 시작하는 엘스(잠실주공1단지) 리센츠(2단지) 파크리오(시영)가 1만8105가구에 달해 전세가격 하락폭이 가장 크다. 109㎡형 기준으로 엘스와 리센츠는 2억5000만~2억6000만원 선이고 입지가 다소 떨어지는 파크리오는 2000만~3000만원 더 싸다. 30년 된 주공5단지를 2억2000만원이나 주고 얻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송파구 신천동 A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크게 늘었던 2006년에 집을 산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출을 최대치로 받아 은행권에 더 이상 손을 벌리기 힘들어 졌다"며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출한도도 줄어들어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하면 제2금융권에서 고율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포자이(3410가구)와 반포래미안(2444가구) 등 대단지가 조만간 입주하는 서초구도 '역전세난'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이들 단지의 공급으로 서초구 전셋값이 10% 정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포자이 앞에 있는 동아아파트는 109㎡형의 전셋값이 2년 전 3억7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3억원에도 세입자를 찾기 힘들다. 연말께에는 3억원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강남 사람들의 자금 여력이 탄탄하다고 하지만 전셋값 물어주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가을부터는 세입자와의 분쟁도 곳곳에서 일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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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신문 1면
흔들리지 않게 조회수 : 347
작성일 : 2008-07-28 15: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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