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파트 1층에 살다가 도망나온 사연

1층 조회수 : 2,768
작성일 : 2006-09-26 23:35:12

저는 모모 신도시의 모모모 마을 모모 아파트 1층에 살았어요. 10층 짜리라서 사람들이 번잡스럽게 많이 드나들지도 않았고 앞쪽으로 출입구가 있어서 도둑 걱정도 별로 안하고 잘 살고 있었는데 문제는 겨울에 발생을......

지하에서 하수관이 얼어버렸지요. 관리실에서는 매일 여러 차례 방송을 했답니다. 역류한다, 뒷베란다에서 물 쓰지 말아라 등등. 그런데 정말 사람들 너무하더군요. 물론 방송을 못 들어서 그랬던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알면서도 나 하나 쯤이야 했던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뒷베란다로 물이 역류해서 퍼낼 지경이 되었지요. 며칠 동안 악에 받쳐서 구정물을 퍼냈는데 강추위가 계속되다 보니 뒷베란다로 역류해서 올라온 물이 그대로 얼어붙는 거예요.깨끗한 물도 아닌데 얼어붙더군요. 그러니까 나름대로 편하기는 하대요. 더 이상 물은 퍼내지 않아도 되니까요. ㅠ_ㅠ

그래서 한시름 놓고(--;) 30분 거리의 무무 신도시에 있는 친정에 뭐 갖다 드리러 갔습니다. (그동안은 구정물 퍼내느라 못 갔음) 몇 시간 만에 돌아오니까 주차장 앞에서부터 우리집이 훤한 게 뭔가 예감이 이상하더군요. 출입구로 들어가는데 물이 마구 흘러나오고 있더라구요. 열린 현관문으로 들여다 보니까 열심히 물을 퍼서 화장실로 밀어넣고 있는 남편과 경비 아저씨...

제가 몇 시간 집을 비운 틈을 타서 뒷베란다 벽에서 수도관이 터진 거예요. 졸졸 틀어놓으라고 해서 틀어놓았는데 너무 약하게 틀어놓았던 것인지......

온집안의 가재도구가 다 물에 젖었답니다. 다른 거야 다 말리고 곰팡이 좀 피고 버릴 건 버리고 했는데 바닥에 내려놓았던 컴퓨터 두 대가 제일 피해가 심했지요. 그나마 한가지 좋았던 것은 뒷베란다에 무려 20cm 높이로 쌓여있던 남의 집 구정물 얼음이 싹 녹아버렸다는 거. 온수관이 터졌거든요. ^^ 그 겨울에 그 동네 1층에 안 터진 집이 별로 없어서 벽을 '땜빵'할 분을 부르는 데도 며칠이나 기다렸고, 그동안은 수도관을 잠가놓고 지냈어요.

그뒤로 소소한 1층의 단점 같은 건 아무 것도 아니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1층의 장점도 - 집앞의 대추나무도, 집뒤의 목련도, 시원한 바람도, 가까운 주차장도, 다 싫어져 버렸어요.

다음 겨울이 돌아오기 살 때보다 더 손해 보고 집 팔고 이사했지요.

요즘 그 모모 신도시 집값이 몇 배로 뛰었네 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속이 좀 쓰리기는 한데  (사실은 많이 쓰려요) 그 당시에는 거기서 겨울 한 번 더 나라고 하면 개나리 봇짐 지고 피난길에 올랐을지도 몰라요.    

이런저런에 1층 얘기 물으시는 분이 계시기에 생각나서 주절주절 써 봅니다. ^^
IP : 59.14.xxx.220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상에
    '06.9.26 11:47 PM (221.165.xxx.203)

    글만으로도 어이없고, 얼마나 힘이 들고, 화나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살아본적 없지만 앞으로도 살고싶지 않군요..
    마음 편한곳이 되려면 몸도 편해야할거 같아요..
    힘든 기억이시네요...

  • 2. ..
    '06.9.26 11:59 PM (211.176.xxx.250)

    저는 반찬 많이 하는 능력도 안 되고... 꼬꼬와황금돼지님처럼 남기는 것이 싫어요.
    다시 밥상 위에 올라가면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남매 이쁘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

  • 3. 고층
    '06.9.27 12:01 AM (211.53.xxx.10)

    저희 아파트에도 겨울엔 자주 방송합니다.
    세탁기 있는 반대편 베란다에서 물 쓰지 말아라
    세탁기도 기온 많이 내려가는 저녁시간 아침시간에는 가급적이면 1층을 위해 피하라고요.
    물 역류문제로 그래요.
    돈 주고 살거라면 1층은 피했으면 좋겠어요.
    장단점이 있겠지만 단점이 더 많은거 같아요.

  • 4. ...
    '06.9.27 12:03 AM (219.250.xxx.148)

    겨울철이면 종종 방송이 나오지요...
    베란다에서 물사용하지 말라고...
    그럼 저는 정말 사용하면 큰일나는 줄 알고 몇날 몇일을 빨래도 못하고 날 풀리기만 기다리고...
    그러다가 관리실에 전화해서 오늘은 물사용해도 되냐고 묻고 쓰고 그러거든요...

    그런데도 물내려가는 소리가 종종 들리는 걸 보면 아마 아무 생각없이 쓰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일 거고...
    그로 인해 원글님 같은 분들이 고생하시는 거겠지요...

    그전에는 막연히 쓰면 안 되겠지 하고 생각해서 안 썼는데
    원글님의 생생한 글을 읽으니 앞으로는 진짜 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글님 진짜 고생하셨네요...

  • 5. 원글이
    '06.9.27 12:41 AM (59.14.xxx.220)

    몇년 지난 일이다 보니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어요. ^^
    4년 살다가 맨 마지막 해에 그런 일이 생긴 게 저희와 인연이 다 끝나서 그랬던 건가 봐요.
    저는 이제 15층 아래로는 안 내려가는데요...
    베란다에서 물 쓰지 말라는 방송 안 나와도
    아주 추운 날에는 먼저 관리실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쓴답니다.
    경험이란 역시... ^^;;
    안녕히 주무세요.

  • 6. ....
    '06.9.27 12:45 AM (211.104.xxx.176)

    아웅... 정말 왕빵 고생하셨네요.. 갑자기 수재민이 생각나는건 왜인지..
    앞으로는 편안하게^^ 사시길 바랄게요.. ^^;;

  • 7. ...
    '06.9.27 1:50 AM (58.232.xxx.123)

    저희는 2층인데도 이번 집중호우때 베란다 물이 역류해서 엄청 당황했었어요.
    겨울은 한번 지났고 세탁실이 따로 없어서 베란다에 다들 세탁기를 설치했는데도 다행히 수도관이 얼거나 하진 않았는것 같아요.
    이번 겨울도 걱정되기는 합니다.
    참 원글님 개나리 봇짐이 아니라 괴나리 봇짐이 맞는 표현이에요.
    이 와중에 맞춤법 운운하기는 우습지만 그래도 좀 걸려서요.

  • 8. 2층도
    '06.9.27 2:28 AM (24.87.xxx.195)

    맞아요.2층이라고 안심 할 게 못 된답니다.
    저희 아파트도 2층이 그 라인의 생활 쓰레기로(돼지기름등등)인하여 하수관이 막혀 역류가 되었었어요.
    그 주인이 즉시 발견 한 게 아니라 저녁에 들어와서 보니 집이 한강이 되어 있었대요.
    급기야 그 집 마루 전체가 다 일어나고 그로인해 1층도 물이 스며들어 벽지 다 젖게 되었구요.
    그래서 1,2층 집주인이 피해 보상을 해달라고 했나봐요.
    그 문제로 아파트 반상회도 열었는데요.
    이 피해를 아파트 전체 주민이 보상을 해 줄 것이냐,
    아님 그 라인의 사람들이 할 것인가?
    제가 이사 오는 바람에 결론은 어찌 났는지 알 수는 없는데요.
    아무튼 1층 아닌 다른 층도 역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답니다.

  • 9. 1층 저두 싫어요
    '06.9.27 2:43 AM (124.49.xxx.186)

    신랑이 높은곳을 싫어하는데다가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이 싫다고 1층을 구했는데,
    어릴적 제가 살던 1층과는 전혀 딴판인겁니다.
    베란다에서 들리는 콸콸콸 세탁물 소리
    다양한 섬유유연제 냄세
    그 물이 고여져서 날아드는 수많은 모기들
    아주 짜증 지대로 나지요.
    컴하면서 앉은 자리서 10마리는 죽여야하니...
    하루죙일 모기들을 수십마리 죽이며 사는게지요.
    아직도 모기장을 치고 자야하는 이 아픔!!!
    게다가 여름철에는 한 습기 머금어 줍니다.
    바람은 제대로 통하지도 않고, 햇빛도 윗층보다 덜 받으며 살다보니
    광합성하러 나가주셔야하고...
    내년3월이 만기인지라 죽어도 다시는 1층에 살지 않으리 부르짖으며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10. ..
    '06.9.27 8:07 AM (59.11.xxx.116)

    콸콸콸소리는 17층에도 나고, 곰팡이, 17층에도 다 폈어요,,
    흑흑,,,

  • 11. 근데..
    '06.9.27 9:39 AM (211.213.xxx.39)

    그 집 사서 이사오신 분은 참 안됐네요..

  • 12. 16층
    '06.9.27 11:48 AM (221.161.xxx.93)

    16층에도 곰팡이 다 피고 난리던데..꼭 1층이라고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 13. 방송못들어
    '06.9.27 11:57 AM (211.186.xxx.133)

    아... 그렇군요.
    좀 비싸도 컵제품 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

  • 14. 모모
    '06.9.27 1:15 PM (218.144.xxx.160)

    신도시의 모모모 마을 모모 아파트 1층에서 고생 많이 하셨네요

  • 15. 원글이
    '06.9.27 1:29 PM (59.14.xxx.220)

    맞아요. 괴나리 봇짐이 맞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은 있는데 손이 안 따라 주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
    그리고 저희 집 사신 분께 대강 말씀드렸답니다.
    그래서 1층 시세보다 싸게 드렸고
    (다른 집도 대부분 다 수도관은 터졌지만 집안까지 물이 들어온 집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외에도 잔금이라든가 편의 많이 봐드렸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3173 몸 뭉친곳 풀어주면...피곤함이 좀 줄어들까요? 1 마사지 2006/09/27 477
83172 열아홉순정 5 드라마 2006/09/27 1,118
83171 피로티있는 아파트 2층도 일반아파트 1층처럼 단점이 많은가요? 10 아파트입주예.. 2006/09/27 1,421
83170 인터넷수퍼마켓 2 궁금 2006/09/27 322
83169 드라마 흉좀 봐도 되나요? 21 럭키 2006/09/26 2,433
83168 핸드폰 구해요. 3 중고로 2006/09/26 211
83167 음식 갖다주면 접시는 누가.. 15 오지랖 2006/09/26 2,218
83166 정말 못된 세입자...꼭 답글 좀 부탁드립니다. 2 너무착한주인.. 2006/09/26 829
83165 아파트 1층에 살다가 도망나온 사연 15 1층 2006/09/26 2,768
83164 시고모부님 상을 당했는데.. 4 부고.. 2006/09/26 492
83163 이사가는 이웃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까요? 5 선물 2006/09/26 772
83162 동그랑땡을 많이 했는데요..(보관법질문) 4 땡구리 2006/09/26 568
83161 초6인데,, 중학미술실기준비해야하는지,,, 3 초6 2006/09/26 555
83160 제일 무난한 사과요리는?? 9 사과 2006/09/26 955
83159 혹시 나흐트만이란 브랜드 아시는 분 조언 좀^^ 1 오늘도 외롭.. 2006/09/26 264
83158 시아버지의 비밀 17 답답 2006/09/26 2,942
83157 자신의 건강을 위해 얼마나 투자하세요? 4 자기 건강 .. 2006/09/26 626
83156 다른분들은 아그들 교육 어떻게 시키시는지 1 서먹 2006/09/26 459
83155 천재테스트 18 나름 2006/09/26 1,434
83154 목욕탕(사우나)에서 전신마사지 받으신적 있으세요? 7 목욕탕 2006/09/26 2,896
83153 홈베이킹 사이트 괜찮은데 없나요?(영어) 3 baker 2006/09/26 354
83152 학원 보내시는 부모님... 이런 일이 많나요? 8 학원 2006/09/26 1,593
83151 면세점 쇼핑시 공항에서 물건 픽업 하나요? 1 외국인 2006/09/26 415
83150 윗층소음에 의연해지도록... 5 정신수양 2006/09/26 701
83149 유도분만을 해야하는지....... 9 예정일 지남.. 2006/09/26 416
83148 예전 글들이 자꾸 올라가요. 4 새로 글 쓸.. 2006/09/26 447
83147 이사온지 1년도 안됐는데 집주인이 이사가달라고 해요... 6 완이엄마 2006/09/26 1,120
83146 저 이남자랑 살아야하나요? 5 답답함 2006/09/26 1,453
83145 82cook 아주 인기가 많은 23 82cook.. 2006/09/26 3,652
83144 정신없이 오르는 집값 땜에 울고 싶어요... 5 ㅠㅠ 2006/09/26 1,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