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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털이
아, 놀라지마세요. 그렇다고 돈다발을 터는 은행털이는 아니니깐요.
어느해부턴가 거리 가로수로 심어져있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은행을
줍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아예 은행나무 흔들어서 떨어뜨려 주워가는
얌체족들이 늘기 시작했죠. 아마 방송에서 은행이 건강에 좋다고 했나보죠.
그런데 그대열의 원조가 제가 아닌가 싶어요. 그 원조의 대가는 심히 충분히 치루었지만.
그것이 봉투 들고 다니면서 줍는 작은 얌체족이 아니라, 용달차 대기 시켜놓고 터는
대도에 가까운 얌체족이요. ㅎㅎㅎㅎㅎ
종로구 채부동에서 효자동에 이르는 거리에 있는 은행나무는 주시를 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 은행의 열매가 아주 실하죠. 그리고 그 무게로 늘어지는 나무가지는
충분히 유혹의 손길이었어요. 늘상 그 은행들 누가 털어서 어떤 경로로 시장에
내모습자랑하러 나오는가 궁금했는데, 그 경로 큰 돈 치르고 배웠다 아닙니까.
한 7년전인가, 이 유혹에 머리회전이 빠른 나, 순간적으로 결정했죠. 운전하고 지나는 길에.
"이번 주말에 저 나무의 은행은 모두 내꺼다" 하고 쾌재를 부르고, 아는 남정네 친구
수배해서 용달차도 준비해놓고, 대낮에 은행털이는 쉽지가 않으니깐, 달님이 마중할
때까지 친구하고 술한잔하며 그때 유행하기 시작했던 노래방에서 목청 높여가면서
화이팅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땡 5분전에 찜했던 나무밑으로 그 용달차 짐칸을
대기시켜 놓았죠. 그리고는 그 기운좋은 세남녀, 젖먹던 힘까지 함쳐 은행나무 흔들었는바,
흔들자 1-2분후에 우리 세 누가 먼저라고 할새도 없이 땅바닥에 주저 앉어버렸는데,
6.25때 없었기에 노인네들이 하는 중공군이 넘어왔을때 나던 그 따발총소리, 이
종로통 한복판에서 그것도 그 한밤중에 "타타타타타타타" 요란도스럽게 용달차 짐칸에서
나오니, 도둑이 당사자 우리 세남녀 놀랜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타타타타타타타" 소리와 동시에 1-2분사이에 이창문 저창문 그리고 요란스럽게
움직이는 그 장정들의 발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금방 우리 세남녀와 차를 장막처럼
둘러싸고 있는 그 장정들의 모습에 오줌을 안쌌으니 (나중에 안 사실이미만 친구는 쫴개...ㅎㅎ)
다행이지, 지옥의 저승사자도 그보다는 좋은 모습이 아닐까 할 정도였으니깐.
알고보니 그 주변이 누군가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의 숙소였던 것이에요. 그러니
그 사람들 얼마나 놀랐겠어요. 우리보다 더 놀랬죠. 한밤중에 그것도 따발총소리가
났으니, 김신조가 다시 종로통에 나타난줄 알았다죠. 그래, 결국은 세남녀 용달차는
그곳에 두고 가까이에 있는 파출소에 불려가, 심문아닌 심문, 조서아닌 조서, 당직
파출소아자씨 그리고 그 당직보호주임 그 따발총의 주범이 은행이자 그리고 그 은행털이
에 주범이 멋진 아가씨라는 것에 뒤로 그냥 넘어갔죠.
손 크고 담 큰 나, 은행나무 하나 털어서 이친구도 주고 저친구도 주고 그렇게 후한
인심을 쓰쟈는 생각에 덤석 종로 한복판에서 그리고 나랏님 주무시는 집 바로 옆에서
간도 크게 털었으니, 그렇다고 은행장사하자고 턴것도 아니고.... 하여간 그 한밤에
여기저기 전화해서 SOS 보내느라고 정신이 없었죠. 겨우겨우 애교반 통사정반해서
한밤중의 에피소드로 끝내고 파출소를 나왔는데, 용달차까지 걸어가면서 세남녀 배가
빠지도록 웃었죠. 여자의 발린 입소리에 쫓아나온 두남자 그리고 흔들어 주었던 그 힘,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혼자 웃죠.
헌데, 이때 배운것이 한가지 있읍니다.
그 서울시내 거리에 심어진 은행나무의 은행은 각 관할 구청의 청소미화원 아저씨들이
주인이랍니다. 구청에서는 날자을 정해서 은행을 털어서 관리 판매한후 수익금전부가
미화원자녀분들의 장학금으로 쓰여진답니다. 그러니 은행을 일반 시민들이 많이 수거
하면 그만큼 장학금액이 줄어드는 것이죠. 비.바람에 떨어진 은행을 주어가는 것은
괜잖은 일이지만, 임으로 나무 흔들어서 떨어뜨려 주워가다가 고발당하면 법적인 제재를
받는답니다.
그러니 혹여 임으로 나무 흔들어서 은행털이를 하실려고 하셨던 분들,
안됩니다. 안되요.
은행털이는 이은행이나 저은행이나 털이하면 죄가 됩니다.
1. 하루나
'04.10.1 3:10 PM (211.217.xxx.222)ㅋㅋㅋㅋ 넘 웃었어요...아..이젠 그만웃고 일하러 가야지...나도 혼날라...ㅋㅋ
이거 라디오 사연에 보내시면 꼭 뽑히실꺼에요...ㅋㅋㅋㅋ
저랑 동창녀석이랑 은행나무길에 폼나게 걸어가다가 머리속으로 떨어지는 은행 덕분에 하루종일 쾌쾌한 은행냄시에 어쩔줄 몰랐다는 추억이 있네요...
은행나무는 덕수궁 돌담길 은행나무가 젤 이뻐요...특히 비올땐 죽음임...바닥이 온통 샛노란색으로 도배되어서 아트랍니다...2. 마시오에
'04.10.1 3:11 PM (222.115.xxx.127)ㅎㅎㅎㅎ
저 배꼽빠지겠어요.
마지막부분.....진짜 맞는말이군요 ㅎㅎㅎ
좋은(?)경험하셨네요.3. 마농
'04.10.1 3:15 PM (61.84.xxx.22)ㅎㅎㅎ...요즘 제가 유난히 수다가 고프고..
82가 너무 재밌어서..지금 몇시간째 이러고 있어요.
키미님 정말 즐거운 추억이네요. 용달차라니...ㅎㅎㅎㅎ
정말 손이 크십니다..
서울 가로수길은 낙엽질때 참 멋있더군요. 은행잎으로
길이 온통 금빛인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올 가을에..노란 은행잎 좀 주워서...앞 베란다에 폼으로
펼쳐두려고 벼르고 있어요.운치있쟎아요.4. 헤르미온느
'04.10.1 3:34 PM (61.42.xxx.86)은행 냄새 정말 고약한데, ㅋㅋㅋ...
그 고약한 은행들이 좋은 일에 쓰이는군요...^^
마농님, 저도 누가 수다좀 떨어주었으면 좋겠어요...ㅎㅎㅎ...^^5. Ellie
'04.10.1 3:34 PM (24.162.xxx.174)아.. 은행털이 제목 볼때 마다 속네..
저는 bank털이 인줄 알았다는.. ㅜ.ㅡ (작년인가에도 그랬었는데...)
구운은행 고소하니 맛있는데... 먹고 싶어지네요.
가을인가 봐~~~~아요. *^_______^*6. 키세스
'04.10.1 3:38 PM (211.176.xxx.188)ㅋㅋㅋㅋㅋㅋ 넘 웃겨요.
7. 야옹냠냠
'04.10.1 3:44 PM (220.78.xxx.100)하하하... 정말 놀라셨겠네요.
그래도 읽는 저는 웃음이...^^8. 이규원
'04.10.1 4:02 PM (220.127.xxx.36)은행 덕분에 인도가 까마잡잡하게 얼룩덜룩 하네요.
부부가 열심히도 은행 털이 하던데
쫌 그래 보였어요.
은행값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얼마나 한다고 .....9. 창원댁
'04.10.1 4:22 PM (211.50.xxx.162)야 좋은 정보 얻었네요
여기 창원에도 은행이 다닥다닥 열려서 나도 용달차한대 대기시키고 털면 간단하겠다,
군침을 흘리는 중였는데.....
걍 사먹어야 겠네요.10. kimi
'04.10.1 5:01 PM (211.215.xxx.159)정보하나,
용달차에 가마니나 이불깔고 터세요.
그러면,,,,,,, 혹여......
에이 그래도 우리 미화원아자씨한테 돌려줍시다.11. 깜찍새댁
'04.10.1 5:19 PM (218.154.xxx.238)ㅎㅎㅎㅎㅎㅎ
님 너무 재밌으세요..
위에 똥침놓은 얘기로 뒤집어졌었는데..
근데 이렇게 이야기보따리 있는 분들은 가만 보믄 실생활과 성격이 모두 낙천적이고 또 재미있는 분들이더라구요...
오랫만에 많이 웃었어요^^12. 나너하나
'04.10.1 5:34 PM (211.217.xxx.187)전 울 동네 지나가다가 아예 은행나무를 차로 받는거 봤어요...
무심코 음주운전이 아닌가했거든요..근데 그 담에 우두두두 떨어지는 은행들..
요즘 회사근처 여의도 길거리에도 비닐봉다리들고다니는 아짐들 많습니다.
근데 저도 미화원아저씨들한테 돌려줬으면 하네요..
혹여 떨어진 은행잎들 비라도 올라면 정말 쓸어도 쓸어지지 않는데...13. 알로에
'04.10.1 6:24 PM (220.84.xxx.105)태풍매미지나갈때 우리지방을 강타한다고했거던요 그날밤 정말 생전처음보는 태풍의 위력에 놀랐더랫죠 완전아수라장이엇죠 간판떨어져날라다니고 온갖물건휘몰아다니고그랬는데 다행이 몇시간뒤에 잠잠해졌죠 그래서 동네피해가 어떤지 보러나갔더니 몇사람이 푸대들고 막 뛰자나요 피해가큰가 싶어 따라갔더니 글쎄~태풍부는 바람에 떨어진 은행 자루에 줍느라 바쁜거대요 그은행줍는사람들 정말 대단하더군요 저 놀랐습니다.
14. lyu
'04.10.1 10:00 PM (220.118.xxx.98)ㅋㅋㅋ
잠실로 오세요.
털것도 없다우.
지금 우리아파트는 조심해서 다녀야 되요. 머리위로 투둑 떨어지고 있답니다15. 선화공주
'04.10.2 9:03 AM (211.219.xxx.163)하하하하....
정말...즐거운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그런데..길거리 은행은 자동차 매연때문에 먹으면 안좋다고 들은것 같은데...
시장에서 파는 은행이 다 길에서 수거한 것이란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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