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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분이 부부의 날 아침에 티격태격하셨단 얘길 보고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우리는 그런 날 있는 거 잘 모르고 사는 부분데요,
신랑은 출장맨이라 며칠씩 멀리멀리 다니며, 식당밥 먹으며 허벌나게 돈 벌고
저는 한 마리밖에 없는 중딩 아들 키우며 집에서 부업 게을리 하며 살죠.
중년의 나이에 장거리뛰기가 고단할 만도 하련만
힘든 기색도 없이 집에 들오는 게 안쓰러워
우리 모자는 일부러 요란스레 아빠를 남편을 맞이합니다.
무거운 출장가방을 채 내려놓지 못한 사람에게
마눌은 앞에서 끌어안고 아빠보다 큰 아들은 뒤에서 매달리며
아빠가 "무거워" 할 때까지 뽀뽀도 하고 등도 두드리고 얀단을 부립니다.
오늘 아침엔 5일 출장을 떠나는 남편을 끌어안고
"나만 집에서 편하게 있어서 미안해요." 하면서 뽀뽀를 해주니
아이는 아빠 뒤에서 "저도 미안해요." 합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씩 웃으며 "전화할께." 하고 현관을 나서는 남편을 따라나가
제법 큰 채소화분 즐비한 베란다에서 배웅을 하면서
"이번 주말에 이것들 따서 우리 식구 같이 쌈싸먹으려 했는데...." 했더니
"치화하고 둘이 맛있게 먹어." 하면서 손을 흔듭디다.
거실에 들어서니 아이가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길래 쳐다봤더니
집안에 아침을 좀 들여놓으세요, 하고는 학교에 갔습니다.
날씨가 종일 화창했지요?
아침에 미안했던 맘은 어디로 가고
일은 게을리한 채 종일 82쿡서 놀다가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갑니다.
---립서비스만으로 남편을 사로잡는 여편이 부부의 날을 즈음하여 닭살스런 몇 자 적었습니다.
사진은 제가 키우는 자스민인데 우리 시모가 부부꽃이라 명명한 꽃입니다.
뜬금없이. 자스민님께 바칩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부부
강금희 조회수 : 1,289
작성일 : 2004-05-21 18:17:42
IP : 211.212.xxx.4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토마토
'04.5.21 6:36 PM (218.145.xxx.218)그림이 그려지는 가정이네요. 굳이 무슨 날을 챙기지 않으셔도..
첫 부부의 날이라니, 난생 처음으로 남편에게 빨간 장미를 선물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항상 아내만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니....2. champlain
'04.5.21 8:13 PM (66.185.xxx.72)금희님이 집안 분위기를 밝고 환하게 잘 만들며 사시는 모습이 보여요..
늘 평안 하셔요~~3. jasmine
'04.5.21 9:59 PM (218.237.xxx.238)오마나.....
황송하게 받겠습니다......^^4. 호야맘
'04.5.21 10:12 PM (211.235.xxx.208)강금희님~~ 부럽습니다.
정말 가족끼리 뽀뽀 많이 하구 살아야 하는데....
전 거리가 멀어서리....5. 강금희
'04.5.21 11:12 PM (211.212.xxx.42)단란하게 사시는 분들 많겠지만 힘든 얘기가 많이 올라와서
좋은 얘기도 더러 껴야겠기에 총대 매는 기분으로
돌맞을 각오하고 쓴 얘기입니다.
다른 얘기지만 같은 놀이터에서 노는 사람들끼리 상처 주는 말은 안하고 지냈으면 해요.
우리들의 놀이터를 함께 가꾸어 나가기로 해요, 우리.
그런 의미에서 놀이터를 만들어주신 분에게 감사하는 맘도 필요할 것 같아요.6. 호야맘
'04.5.21 11:21 PM (211.235.xxx.208)맞아요.
요즘 분위기가 넘 험악해서리... 무서버요...
강금희님의 글 기분좋게 잘 읽었답니다.
열려진 사고와 마음으로 살았음 좋겠어요.
아... 딴 얘기했나??7. 파파야
'04.5.21 11:48 PM (221.139.xxx.92)좋은 얘기 감사합니다^^
8. 꾸득꾸득
'04.5.21 11:48 PM (220.94.xxx.10)아름다우세요....
9. 벚꽃
'04.5.22 12:53 AM (211.229.xxx.174)흠... 그렇게 챙겨주시니까 힘들어도
힘든기색 없이 다닐실수 있는거 아닐까요^^
우리들만이 놀이터! 공감 20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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