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월에 사서 별 불만없이 쓰던 김치냉장고가 갑자기 미워졌습니다.
허리를 굽혀서 그 큰 김치통 번쩍번쩍 들어야하는 것도 싫고,
큰 김치통은 그렇다 쳐도 작은 통에 넣은 것이 아래쪽에 깔리기라도 하면 그걸 한번 꺼내기 위해 위에 있는 걸 몽땅 꺼내는 것도 짜증나고..
그러다 문득, '아,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생각이 난거에요.
그래서 지난 주 토요일날 kimys랑 전자대리점에 갔었습니다, 가격이나 알아보려구요.
그랬는데, 제 냉장고와 같은 문양의 김치냉장고는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거에요.
우리 동네 같은 전자 대리점 세군데나 갔는데,
두군데에서는 아예 취급을 안한다고 하고, 한군데는 진열품 판매중이라며 다른 것에 비해서 싸게 파는 거에요.
이게 작년에 찍은 우리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냉동고 사진입니다.
그 문양의 냉장고는 나오는데, 김치냉장고는 단종이라니, 말이 좀 안되지 않나요?
암튼, 주말 내내 고민을 했어요.
'아직은 쌩쌩 돌아가는 저 김치냉장고는 어쩌고 스탠드형을 사냐? 참아!!!!'
하는 마음의 소리와,
'그래도 지금 안사면, 니 로망인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세트로 쓰는 건 영영 글렀잖아? 질러, 질러, 질러!'
하는 소리요.
오늘 다시 전자대리점에 갔습니다, 오늘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하려고 했는데요,
지난 토요일날 분명 전시되어있던 것이 팔려나가고, 그 자리가 텅 비었는데,
'와, 지금 꼭 사야겠네!'하는 조급한 마음이 드는 거에요.
다른 곳에서라도 구해줄 수 있냐 했더니 한참 전화해보더니 다른 대리점의 전시품을 구해줄수 있대요,
가격은 지난 토요일가격보다 8만원이나 싼 가격으로.
생각이고 뭐고 할 거 없이 바로 카드를 꺼냈어요.
지르고, 선물까지 받아나오려는 순간, 우리집 세탁기가 간당간당한 생각이 나는거에요.
얘가 곧 숨을 거둘 것 같이 오늘 낼 하기는 했는데, 뭘 사야할 지 모르겠어서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었던 거든요.
드럼 세탁기를 써보고 싶은데, 통돌이만 써왔기 때문에 드럼세탁기가 좋은 지 나쁜지도 잘 모르겠고, 뭐가 좋은지는 더 모르겠고, 어떤 기능을 갖춘 걸로 골라야하는 지는 더 모르겠고...
드럼세탁기 구경하다가, 건조까지 된다는 모델로 결정하고,
또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당장 사흘내에 김치냉장고와 세탁기 배달해준다는데, 지금 김치냉장고는 어쩌나 싶어서,
검색질을 통해 우리 동네 중고가전매장 전화를 알아내, 전화를 했더니, 아, 사준다네요...^^
내일 와서 감정하고 바로 실어간대요.
김치통이 있으면 값을 더 쳐준다고 해서, 김치통 모두 찾아놓고 과일박스까지 창고에서 찾아 쌓아뒀습니다.
근데, 제가 요즘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요.
빌려쓰던 전기렌지 내일 반납하고, 빌트인으로 사기로 했었어요.
전기렌지 값은 카드로 안되고 현금줘야하는데...
우리집 현관문 아직도 열쇠로 열고 다니는데요, 이것도 바꾸자고, 우리 집 남자들 야단들입니다.
요즘 열쇠로 문 여는 집이 어딨냐고..
어디 있긴요, 우리 집 있죠, 열쇠도 별로 불편하지 않는데...^^;;
김치냉장고랑 세탁기 지른 김에, 지문으로 여는 도어락으로 바꿔준다고 큰 소리 빵빵 쳤습니다.
한동안 바빠서 지름신 내릴 겨를도 없었는데, 제가 요즘 정신을 차리고 여유가 좀 생겼나봅니다,
이것저것 지르고 다니고...
누군가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바쁜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많은 건,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쓸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제가...요즘...시간이 쫌 많이 많은가봐요...
p.s.
김치냉장고 팔지말고 베란다에 두라고 말씀들 많이 해주시는데요,
다용도실에 작은 뚜껑식 김치냉장고 하나 더있습니다.
거의 쓰지 않고 코드를 빼놓았는데요, 이거 쓰면 될 것 같아요.
그러지 않아도 지금 오래 보관해야할 김치는 옮겨넣는 중이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