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정말 새반찬 하나도 안하고 있는 반찬으로만 밥상 차렸습니다.
연근조림, 고구마정과, 굴무침, 멸치볶음, 조개젓, 그리고 삼겹살 수육.
이만하면 훌륭하죠??
우리집 식구들은 밑반찬 스타일의 반찬들은 많이 안먹어서, 이렇게 연근이니 고구마니 하는 거 조리면 며칠씩 갑니다.
어쨌거나 뭔가 있어보이는 밥상이라 미안해하지 않기로...^^
국은 콩나물김치국을 끓였습니다.
오늘 이 국을 두번 끓였는데요...점심엔 쌍둥이네서 끓여먹고 저녁은 저희집에서 끓였는데요,
두번 다 제가 끓였음에도 불구하고, 점심때 국이 훨씬 맛있어요.
김치 같은 김치이고, 콩나물 역시 같은 회사의 같은 상표 콩나물이고..그럼에도 불구하고 맛 차이가 나는건..
역시 고기입니다.
고기가 진리입니다. 점심엔 한우 양지넣고 끓였고, 저녁엔 멸치 뒤포리 새우 등등이 들어있는 종합육수주머니 하나 털어넣고 육수를 펄펄 끓여서 국을 끓였는데요...맛 차이가 많이 납니다. ㅠㅠ
요즘 쌍둥이를 보면서,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할 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아기들이 스펀지 같아요, 뭐든 쫙쫙 흡수하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 구별하고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하양 검정을 구별하는 그런 것뿐아니라 뭐든 쫙쫙 흡수하는 것 같아요.
얼마전 딸아이가 영국 출장 갔을때,
자꾸 제 어멈을 찾고 보채는 작은 아이에게 진정시키느라 손가락으로 몇밤을 꼽으며,
이렇게 몇밤 자면 엄마가 돌아온다고 알려주면서 제가 이랬습니다.
아이가 알아듣든 못알아듣든, 물론 알아들어줬으면 하고 바래긴 했죠.
"소이야, 엄마의 엄마가 할머니지? 엄마가 없을땐 할머니가 엄마야, 할머니랑 잘 있으면 엄마가 금방 돌아올거야"이렇게요.
이렇게 딱 한번 얘기했는데, 그저께 작은 아이에게,
"엄마가 없을땐 누가 엄마라고 했지?"하니까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엄마" 합니다.
저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한달쯤 전에 딱 한번 한 얘긴데 이 아이는 기억하고 있는 거잖아요.
제 말 하나하나, 제 행동 하나하나 이 아이는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늘 고운말만 쓰고, 늘 바른 행동만하고...특히 운전하면서 나쁜말 쓰지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실천이 어렵습니다.
오늘만 해도 아이들 태우고 소아과 다녀오다가 이상하게 운전하는 앞차 운전자에게 참지못하고 그만,
"미친거 아냐" 했다는 거 아닙니까? 물론 큰소리로 안했으니까 아이들이 못들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러고 나니 후회스럽습니다, 한번만 말을 삼키면 되는 건데..
요즘 쌍둥이들을 돌보면서...제가 더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그저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아야한다는 걸 새삼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오늘 하루를 되짚어보면 반성할 것 투성이인 아직은 많이 모자라는 인간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