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는 남편, 어제밤에 오늘도 제가 쌍둥이네 가는 줄 압니다.
"내일은 개천절이라 안갈건데.." 하니까, " 어, 그래, 그럼 내일 같이 있을 수 있네" 합니다.
그래서 " 내일 아무리 길에 차가 많아 길이 밀려도 어디 드라이브라도 갑시다" 했습니다.
우리 부부 둘다, 차가 밀리는 거 아주 싫어해서 주말엔 꼼짝하지않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주로 평일에 어딜 다니는데, 요즘은 평일에는 영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까 주말에라도 움직여야죠.
오늘 아침 일어나더니, 남편은 장모님께 연락해서 같이 대명항이나 가시자고 하라는 거에요.
그런데, 제가 싫다고 했습니다.
엄만, 그저께 저랑 같이 구리 코스모스꽃 보러 다녀오셨고, 어제는 친구분들이랑 용문사 다녀오셨어요.
피곤을 푸실 시간도 드려야 하고,
또 저랑 남편이랑 요즘 대화할 시간이 아주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둘만의 시간도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벌써 김장용 새우 사기도 그렇고, 꽃게도 아직 속이 안찼다고 하고..
집에서 11시쯤 나가서 일단 자주 가는 파스타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어딜 갈까 하다가 대명항으로 갔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길이 어찌나 밀리는지, 또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얼마나 힘이 드는지...
평일날은 1시간정도면 갈 수 있는데, 오늘은 2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아요.
그래도 일단 주차장에 들어서니, 주차공간이 여유있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몇대쯤 댈 수 있는 공간은 남아있었습니다.
물때를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물때가 좋을 걸 기대하고 가지는 않았어요.
그냥 뭐라도, 특히 병어 같은 생선이 있으면 좋겠다하고 들어갔는데,
사람은 너무너무 많아서 생선구경을 할 수도 없고, 주로 파는 건 김장용 새우젓이었어요.
꽃게는 1㎏ 5천원 정도 하는 냉동꽃게에서부터 1㎏에 2만원 하는 활꽃게까지 있었는데요,
사실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았었어요.
살짝 들어보니 가뿐하고( 묵직해야 살이 꽉 찬 건데..) 크기도 그렇게 크지 않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올 수는 없어서 1㎏에 2만원짜리를 샀습니다. 5마리 달리네요.
그리곤 또 뭐 살 거 없나 휘적휘적 다니는데 어느 한집에 참조기가 있었습니다.
주로 자잘한 조기, 젓갈 담그느라 많이들 사고 있었는데, 저는 그보다도 한쪽에 빼놓은 굵은 것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어보니 1㎏에 3만원 달라는 거에요.
그래서 마릿수는 적어도 좋으니 큰걸로 골라달라해서 사왔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길이가 20㎝가 넘는 큰게 다섯마리, 16~17㎝ 정도 되는 작은 거 다섯마리가 달렸습니다.
꽃게와 조기를 사가지고, 그냥 나왔습니다.
남편에게 "회 드시고 갈래요?" 하니 싫답니다. 밥 먹은지 얼마 되지않았고, 회 생각이 없답니다.
나오면서 들어갈때 미리 봐뒀던 비가림 머루포도 사가지고 왔어요.
과수원 옆에서 모녀가 직접 따서 파는 거라며 팔고 있었는데요, 한알 맛보니 맛있어요.
추석에 샀던 머루포도는 맛이 없었거든요.
머루포도 한상자, 몇㎏인지 확인도 안해보고 그냥 2만원 주고 샀어요.
포도밭 옆 트럭에서는 대파를 팔고 있었어요.
3천원짜리 한 무더기 사가지고 왔는데,
어제 동네 가게에서 1천8백원 주고 산 파 한단과 비교해보니까 3배 이상 많은 것 같아요.
한동안 대파는 안사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역시 대명항으로 들어갈때 눈여겨봐뒀던 발아현미찐빵집에서 발아현미찐빵도 사왔어요.
22개 1박스에 2만2천원인데 25개를 준다고 해서 그런줄 알고 가지고 왔는데 집에서보니 27개.
넉넉한 덤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저녁엔 꽃게 세마리 찌고,
또 조기 중 제일 굵은 것 세마리를 골라서 조림을 했습니다.
역시 꽃게는...아직 살이 덜 찼어요. 한참 더 있다 먹어야 하나봐요.
그런데 조기가 대박이었습니다.
조기 조림은 생고사리를 깔고 조리면 더 맛있다고 하는데 갑자기 생고사리 구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조렸어요.
일단 바닥에 양파채 깔고 조기 올리고, 양념장을 발라준 후,
다시 양파채, 풋고추 썬 것, 대파를 올린 후 바글바글 끓였어요.
양념장은 일단 작은 볼에 청주를 넣고, 왜간장을 조금 넣은 후,만능양념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고 섞어줬어요.
여기에 후춧가루, 통깨, 그리고 참기름을 살짝 넣어서 잘 섞어 만들었어요.
양념장의 ⅔쯤은 조기 위에 바르고, 나머지에는 물을 붓어서 조기가 충분히 잠기도록 국물을 잡았어요.
뚜껑은 덮지않은 상태로 처음에는 센불에서, 바글바글 끓으면서 중불, 중약불로 불을 줄여가며 자작하게 조렸습니다.
아, 그런데 여기서요..
제 솜씨로는 스텐냄비에 생선을 조리면 이렇게 국물이 자작하게 잘 안 조려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조리려면 무쇠냄비이거나 아니면 알미늄냄비인 것 같아요.
'우리 집 생선조림 자작하게 안조려지는데...' 하시는 분들, 냄비를 한번 바꿔써보세요.
무쇠냄비가 없으시다면 코팅된 웍이나 프라이팬에 조려보세요, 스텐 보다 잘 조려질거에요.
암튼 이렇게 조린 조기조림, 진짜 설탕을 뿌려놓은 것 같았어요.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재료 싱싱한 게 갑입니다. 양념이니 솜씨니 이런거 다 젖혀두고 재료가 싱싱해야 무슨 음식이든 맛있어요.
남편은 국물까지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이렇게 먹어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 지 모르겠어요.
엊그제 생각지도 않았던 풋고추가 너무 많이 생겼어요.
여기저기 나눠 먹어도 너무 많아서, 송송 썰어서 된장에 무쳐두고,
또 고추 몸을 포크로 콕 찍어준 후 간편장아찌 비율대로 간장을 끓여부어 장아찌도 했어요.
그래서 오늘 저녁 반찬은 그냥 풋고추, 풋고추 된장무침, 풋고추 장아찌, 이렇게 풋고추 삼총사였습니다.
이렇게 세가지 풋고추 반찬을 올렸는데...제 입에는 이중에서 장아찌가 제일 맛있었어요.
오늘 꽃게랑 조기, 포도, 대파, 찐빵, 이렇게 사왔는데요,
꽃게만 좀 그랬을뿐 나머지는 다 잘 사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