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엔 오랜만에 콩나물을 무쳤어요.
콩나물 무침, 그거 뭐 별 반찬도 아닌데 뭐 이렇게 제목에까지 밝혔나 하면요,
콩나물 하나 추천하려구요.
혹시 마트에 가시면 어떤 콩나물을 사야하는지 혼란스럽진 않으세요?
전 아직도 마트에 가서 그 수많은 콩나물을 보고 있노라면 뭘 사야할지 늘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늘 집어들 때는,
제가 습관적으로 집어드는 브랜드에서 나온 씻어나온 콩나물, 유기농 콩나물, 우리콩 콩나물 등등 봉지에 써있는 이름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아요.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콩나물도 어떤 건 더 맛있고, 어떤 건 덜 맛있고 한 것 같은데,
문제는 요, 더 맛있었던 콩나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
암튼 그런데요, 수많은 콩나물 중에 찜용 콩나물 따로 있는 거 아셨어요?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찜용 콩나물 따로 나오는거. 제주도콩 콩나물이라는 써있는데 암튼 좀 통통한게 따로 있더라구요.
오늘 이걸로 무침을 했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있는 것 같은거에요.
혹시 콩나물 무침했을때 콩나물이 너무 비실비실해서 제 맛이 안나는 것 같다 싶으시다면 다음에는 찜 무침용으로 한번 사보세요. 통통하고 아삭아삭하고 꽤 괜찮네요.
점심에는 취를 삶아서 무쳤습니다.
간은 국간장으로 하고, 들기름으로 맛을 냈어요.
마른 취, 삶아서 해도 좋지만, 이렇게 생취 삶아서 무치면 한결 싱싱한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집 해마다 김장을 넉넉하게 담가서, 다음해 김장을 할때까지도 먹고 남는데, 작년에는 김장이 좀 적었던가봐요.
아니 김장이 적었다기 보다는 여기저기 김치를 많이 퍼줬습니다, 우리집 김치 맛있다는데...나눠먹어야죠.
그러다보니, 김치가 똑 떨어졌는데..제가 명색이 주부면서 김치 조달을 안한거에요.
제가 담든, 아님 친정어머니께 부탁하든 그래야 하는데, 재작년 김치가 몇쪽 남았길래 김치걱정은 안했는데,
재작년 김치는 찌개나 국은 모를까 그냥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인거에요.
그럼, 김장을 빨리 해야하는 거잖아요? 집에 김치가 없는데..
그런데 김장은 서두르지않고 늦장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배추 작황이 안좋다며, 좀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는 말만 믿고.
집에 먹을 만한 김치가 단 한조각도 없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정신이 들었어요, 아, 김장!
낮에 허겁지겁 김장 담그는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ㅠㅠ 여전히 예약이 밀려있더만요..ㅠㅠ...
그래도 오랜 단골이라고 다음주에 하루, 가장 예약이 적은 날로 끼워넣어줬어요.
오빠네까지 같이 하자고 해서 70포기 예약하고는...그 집에서 담가파는 김치 3㎏을 사왔습니다.
제 평생에 김치를 사먹은게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거에요.
한 이십년쯤 전에 여름에 농협 김치 한두번 사먹은거,
@@집 김치가 하도 맛있다고들 하길래 호기심에 사먹은 거 등등.
사실 살다보면 김치가 떨어질 수도 있고, 김치를 사먹을 수도 있는 건데요,
김치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요즘 살림권태기인가봐요.
요리도 시들하고, 재봉질도 시들하고, 집안 치우는 것도 시들하고. 살림이 시들합니다.
그냥 끼니만 대충 때우면서 살고 있어요.
희망수첩에서도 몇번이고 앞으론 열심히 요리하며 살아보리라 다짐도 한 것 같은데,
그냥 다짐일뿐 건달처럼, 건들건들 살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요.
이러다가 제 자리로 돌아올까요? 아님 영영 살림을 손에 놓고 집안을 엉망으로 하고 살게될까요?
후자가 될까봐 걱정스러운 밤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