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년쯤 전,
제가 다니던 신문사 부근의 한 일식집에 가면,
물론 그 집 지금 없습니다, 아예 그 건물이 없어지고, 큰 빌딩이 들어섰더만요,
암튼 일식집에 가면 점심메뉴로 대하탕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거기에 들어있는 새우, 물론 지금 흔하게 볼 수 있는 그 시커멓고 사납게 생긴 타이거 새우가 아니라,
정말 대하인데요, 커도 너~~~무 큰 새우 였어요.
대하탕 한 그릇에 달랑 한마리, 너무 크니까 통째로 끓이면 매운탕을 담아주는 뚝배기에 삐져나와,
절반으로 잘라 넣었는데요, 그때 그게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국물이 시원하면서 달달하고 또 개운하고, 새우살은 쫄깃쫄깃하고..
다만, 가격이 가격인지라, 평범한 샐러리맨이 매일 사먹을 수 있는 그런 매운탕은 아니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제가 어렸을때, 혹은 제가 젊었을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서 자꾸 집착을 하게 되는데요,
그 대하탕이 가끔씩 생각납니다.
그런데 아마도 제 평생 다시는 그 대하탕을 먹을 순 없을거에요,
그렇게 큰 대하 요즘엔 눈을 씻고 찾아도 없거든요.
꿩 대신 닭이라고,
오늘 지난번에 사서 먹고 김치냉장고 안에 몇마리 남아있던 대하 중 작은 것으로 몇 마리 골라 찌개를 끓였습니다.
정말 단순한 찌개!
맹물 2컵(저 240㎖짜리 계량컵 씁니다)에 고추장 2큰술 풀고, 새우 여덟마리 넣고,
대파 ½대, 다진 마늘 1작은술 넣고 보글보글 끓이기만 하면 끝!
국물에 설탕을 풀어넣은 것 처럼 얼마나 달착지근하고 맛있는지...
새우는 그렇게 맛있진 않아요, 맛있는 게 다 국물로 빠져서 그런가봐요.
다른 반찬 아무 것도 없이 김치와 멸치볶음, 그리고 이 새우찌개 한냄비에 저녁식탁이 즐거웠습니다.
정말 날씨가 너무 많이 쌀쌀해졌죠?
날씨의 급격한 변화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며칠전만해도 시원한 음식 아이디어 나눠달라 했는데, 이젠 따끈한 음식 아이디어 좀 나눠보자 할판이에요.
날씨도 그렇고, 내일쯤에 부대찌개 한번 끓여볼까 싶네요, 콩통조림 있나 찾아보고 없으면 한통 사야할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