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얼마전, 자기는 아무래도 쓸 수 없을 것 같다며, 엄마가 쓰라며,
온누리상품권을 꽤 여러장 주었습니다.
"왜 니가 쓰지 그래?"했더니,
"엄마 써" 라며 "받는 곳도 있고 안받는 곳도 있으니 꼭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가" 합니다.
온누리상품권은 아시죠?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가까운 시장을 검색해보니, 인왕시장은 100% 사용이 가능하고, 연신내시장은 80% 사용이 가능할 걸로 나와서, 인왕시장에 가서 써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짬이 나질않아서 가지 못하고 있었어요.
오늘, 딸네서 돌아오는 길에 보니 날씨가 너무 좋은거에요.
날씨도 좋고, 선선하기도 하고..
해서 들어오자마자 남편에게, "영감, 우리 걸어서 인왕시장이나 다녀올까?"했더니,
흔쾌하게 OK 합니다. 아예 저녁도 먹고 들어오자고.
둘 다 반바지에 운동화차림으로 저녁무렵 인왕시장엘 갔는데요,
제가 20년전 인왕시장 건너편 아파트에 살때만 해도 시장이 정말 크고 사는 사람 파는 사람으로 북적였는데요,
저희가 너무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건지, 아니면 시장이 예전만 못한 건지,
사람도 별로 없고, 가게 수도 예전에 비해서 눈에 확 띄게 줄었습니다.
전통시장을 살리자 하는 캠페인을 보면서도 인왕시장만큼은 여전히 활기찬 시장으로 믿었는데 그렇지않은 것 같아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시장에 지붕을 덮고, 바닥을 정비하고 시장차원에서 배송도 해주고 심지어 아이들 놀이방도 있던데...
오늘 쓰지 못해서 고스란히 들고온 온누리상품권 다 쓰고나서도 인왕시장을 좀 애용해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뭘 사야겠다 하는 계획없이 간 탓에 뭘 제대로 사지도 못하고,
저희가 가끔 비빔밥 포장해다 먹는 식당에 들어가서 비빔밥 한그릇씩 먹고,
그리고 디저트로 빙수 한그릇 둘이 나눠 먹고 돌아왔습니다.
(저흰 얼음도, 팥도 추가 안했습니당~ ^^그냥 숟갈만 둘 달라해서 사이좋게 나눠먹었네요. ^^)
이 유명한 커피체인, 전 이 집 커피가 제 입맛에 안맞아서 별로 안좋아하는데요,
누가 그러는 거에요, 빙수는 괜찮다고.
그래서 오늘 처음 이 집 빙수를 먹어봤는데요, 딱 제 스타일입니다.
이 집의 특징은 견과류를 충분하게 넣는 건데요, 너무 맛있었어요.
특히 피칸과 아몬드의 씹히는 맛이 좋았어요.
저녁도 사먹고, 팥빙수도 사먹고 그리고 또 걸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슬그머니 제 손을 잡는데, 저는 슬그머니 뿌리칩니다.
'남이 보면 웃어요, 노인네들 손잡고 다닌다고.."
늙수그레한 부부의 데이트는...이렇게 싱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