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시래기 삶을때 좀 넉넉히 삶아서 딸네도 좀 가져갔습니다.
전, 시래기고, 우거지고 간에 국물용 멸치를 듬뿍 넣어 지진 것이 맛있는데,
우리 집 남자들은...고기를 넣어야 한답니다. ㅠㅠ
해서, 집에서 인기없는 거, 딸네 가서 했네요. ^^
시래기를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서,
된장과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서 잠시 간이 배게 둔 다음,
멸치를 한주먹 넣어주고, 물붓고 팔팔 끓이다가 불을 줄여서 은근하게 푹~~
파, 마늘, 그리고 맛내기 포인트 청양고추만 넣어주면 끝입니다.
요즘 날씨가 흐려서인지, 아니면 아이들이 좀 자라서 그런지,
밤잠을 8시간, 9시간씩 잔 아이들이 아침에도 낮잠을 꽤 오랜 시간 자줍니다.
아이들이 자는 고요한 아침시간을 이용해서 미리 시래기를 지져뒀습니다.
조리를 마치고 불을 꺼두었는데,
딸아이가 "엄마, 저 시래기, 이따 점심에 먹을 수 있나?" 합니다.
"왜?"
"저번에 아기 보러오려했다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온 친구, 그 친구가 온다고 하는데..."
"시래기 먹을 수는 있지만...다른 반찬이 아무 것도 없는데..."
"그럼 점심 사오라할까?"
"아냐, 시래기 하고, 반찬 몇개 차리고, 중국요리나 하나 시켜줄게 오라고 해"
이렇게 해서 갑자기 점심상을 차리게 되었는데요,
한두시간만 시간을 줬어도, 뭔가 좀 볼품도 있고 맛있는 것 했을텐데,
재료도 없고, 하필이면 감자 양파 달걀 같은 필수품이 모두 떨어져 장을 봐야하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아기 돌보시는 이모님마저 잠시 외출한 상태라서, 뭘 사러 나갈 수도 없어서 있는 그대로 상을 차렸습니다.
시래기지짐에, 감자샐러드 한접시, 두부 부침 한접시,
명이장아찌, 매실장아찌, 멸치볶음, 김구이, 이렇게 놓고서, 딸아이에게 "요리는 뭘 시켜줄까? " 하니,
"엄마, 이거면 됐는데. 요리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해서 딸아이와 딸아이 친구 둘, 점심을 차려줬는데요,
이래놓고 어찌나 미안하고 부끄러운지요...엄마가 집에 없으면 몰라도, 엄마가 있는데...
딸, 오늘은 엄마가 미안!
어제쯤 장을 봤어야했는데...비도 오고 해서 장을 못봤네.
친구들 다시 놀러오라고 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