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절기라는 놀라운 것이..
어제 말복이자 입추를 지냈다고, 어제부터 바람이 달라졌습니다.
뭐, 뜨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불과 사나흘 전의 바람과는 사뭇 다릅니다.
저희 집 안방 온도도 드디어 30℃로 내려갔습니다.
33℃ 시절과는 차이가 엄청 납니다.
지금도 바람이 꽤 들어와서, 선풍기 없이도 에어컨 없이도 견딜만 합니다.
저희 집 밥상은 여전히 포장음식으로 채워지고 있는데요,
어제는 말복이라고 고깃집에 나가서 돼지고기 구워먹고는 갈비탕 포장해왔습니다.
갈비탕만 불쑥 올리기도 그렇고,
냉장고에서 울고있는 재료들도 먹어줘야하고 해서,
반찬 두가지 했는데요, 울 남편 그러네요, '뭘 벌써 음식했어? 며칠 더 있다 해!"
히히..내일도 모레도 또 포장음식인데..솔직히 뭐 사다먹을 것도 마땅한 건 아닙니다.
아, 내일은 월남음식점에서 파인애플볶음밥이나 사올까??ㅋㅋ
친정어머니 말씀이 "여름에 비름나물을 한번 먹어줘야 배탈 안난단다" 하시는 거에요.
무슨 근거가 있는 건지, 아니면 민간에서 내려오는 속설인지는 모르지만,
암튼 사다놓은 비름나물 끓는 물에 데쳐서,
고추장, 설탕, 식초, 매실액, 파, 마늘, 그리고 참기름을 넣어서 무쳤습니다.
갈비탕에 골몰하는 울 남편은 쳐다보지도 않고...제가 다 먹었어요.
요즘, 찬 걸 좀 많이 먹어서 이따금 배가 아픈데, 요 비름나물 먹어서 앞으론 배가 안아팠으면 좋겠어요.
부추전도 한장 부치고,
울 남편이 어제 낮에 저 없을때 사다먹은 돼지불고기 남은 것 팬에 다시 한번 볶아서 싹채소 곁들여서 놓았어요.
또 이러니까 이럭저럭 먹을만한 밥상이 되었습니다.
참, 올해 더위는 대단했습니다.
제가 생전 안하는 일을 몇가지 해봤다니까요.
하나는...전기 아까워서, 에어컨 한대도 잘 틀지않는 제가, 거실과 남편 서재의 에어컨을 동시에 틀어봤습니다.
남편이 놀랍니다, 전기라면 벌벌 떠는 사람이 웬일이냐고..
그래도 어쩝니까, 서재에만 틀자니 거실에 나와있는 저랑 아들이 더워 죽을 판이고,
그렇고 서재에서 글쓰는 사람, 한증막에 들어앉은 듯 땀 흘리라고 할 수도 없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에어컨 두대를 한꺼번에 돌리는 진기록을 세웠다는 거 아닙니까?
또 하나는 봉지에 든 얼음을 사봤어요.
얼음이야 항상 집에서 얼려먹는 것이었는데요, 올해는 얼음얼리는 통 4개를 가지고도 얼음을 당할 수가 없었어요.
해서, 집앞 가게에서 한봉지에 2천원짜리 얼음을 사다 먹었습니다.
봉지얼음을 냉장고에 채워놓으니까 얼음 걱정 안하고 먹을 수 있는 거 있죠?
이젠 지난 며칠같이 미칠듯한 더위는 없겠죠?
뭐, 또다시 더워진다고 해도 지난 며칠만이야 하겠어요?
이번 더위를 보낸 우리 모두 참 잘 견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박수라도 보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