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어제 저녁 중대선언을 합니다..
"날씨가 시원해질 때까지...집에서 밥하지 마"
"??"
"사다먹든, 배달해먹든, 나가먹든, 당분간 집에서 밥하지마, 땀 쏟고 그럴 거 없어"
작년에도,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난 뒤, 여름엔 더우니까 집에서 보리차 끓이지마라, 옥수수 수염차 사서 마시면 된다,
더울땐 밥하지마라, 나가서 사먹자 하긴 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아예 밥을 하지 말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
저 역시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못이기는 체 하고,
"정말?? 정말 나 밥 안한다?" 했습니다.
허긴 비교적 시원한 편인 저희집의 실내온도가 33℃까지 올라가긴 이번 여름이 처음입니다.
94년이 더 더웠다고 하는데, 그땐 회사에 다녀서 낮에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있어 그리 더운 걸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는 아주 숨이 턱턱 막힙니다.
특히나 어제와 그저께, 저희 집 실내온도는 33℃, 그나마 오늘은 좀 나아서 32℃인데요,
재밌는 건 1℃인데도 너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저 지금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이 앉아있는데 땀이 안나요. ^^
암튼 그래서 점심은 이걸 먹었습니다.
제가 아침 나절에 잠깐 외출할 일이 있었어요.
나간 김에 보리밥을 포장해왔지요.
이 집은 된장찌개까지 포장해주대요.
된장찌개만 팔팔 끓여서 점심은 보리밥, 나물에 비벼서 먹었습니다.
이 보리밥은 매일이라도 사먹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밥과 나물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잖아요.
점심을 먹고난 남편, "저녁은 어떻게 할래?" 하는 거에요.
"뭐 햄버거 같은 거 먹어도 되고, 아니면 집에서 밥해서 대충 먹어도 되고.."
"그럴거 없어, 햄버거 먹지 뭐"
"근데 우리집은 맥***도, 롯***도 배달이 안되는 지역인데.."
"내가 나가서 버** 사올게"
그러더니 정말 나가서 사오는 거에요, 그것도 버스타고 가서..
오늘 점심, 저녁 이렇게 때웠습니다.
당분간 이럴 것 같아요.
이번주 내내 덥다가 주말이나 되어야 좀 나아질거라니, 이번 주 내내 이렇게 먹자네요.
사먹는 것 역시 마음이 편한 건 아닙니다.
"동남아시아 더운 나라 사람들, 집에서 밥 안해먹고 나가 사먹는 이유를 알 것 같아, 더운 나라엔 부엌없는 집도 있다잖아"
하는 남편의 말에 큰 위안 삼고, 눈 질끈 감고 이렇게 좀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밥을 안해서 편하고 좋은 것도 있지만,
남편이 저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 기분이 좋습니다.
남편이 얼마전 자기 블로그에 친구에 대한 글을 쓰면서, 자기는 친구가 별로 없는데, 그래도 아내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썼더랬습니다. ^^. 아마 밥 하지 않게 하는게 친구에 대한 배려이자 애정인 모양입니다.
이 배려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대신 더위가 물러가고 나면 맛있는 거 많이 해서 상에 올리리라 다짐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