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엔 싸리버섯을 볶았습니다.
지난 가을, 싸리버섯을 보내줘서, 시키는 대로, 대충 잘라서 굵은 소금을 잔뜩 뿌려 염장했더랬어요.
원래 소금에 절이는 것은 상온에 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냉장고 안에 넣어뒀어요.
그리곤 너무 깊숙하게 넣어서 잠시 까먹고 있었어요.
요기서 잠시 얘기를 옆으로 새본다면...
우리 집 냉장고 속은 늘 컴컴해서 깊숙하게 있는 건 잘 안보이는 거에요.
반면 딸 네 냉장고는 속에 있는 것도 잘 보여요.
그동안 저는 그 이유가 제가 냉장고안에 뭘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줄 알았어요, 딸아이는 냉장고속을 채우지 않고 살고.
그런데 요즘 딸네 냉장고도 저희만큼 뭔가 먹을 것들이 들어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보이는 거에요.
뭐지? 뭐지? 하고 살펴보니, 제 냉장고는 문쪽 천장에 작은 불이 하나 달려있고,
딸네 냉장고는 냉장고 안쪽 벽에 조명이 길게 달려있어서 환하게 잘보이는 거 였어요.
아...나름 주방제품에 대한 책도 쓴 사람이고, 냉장고를 살때 이모저모 살펴보고 샀다고 자부했는데,
결정적인 것을 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제조회사에 집착하다보니, 놓친 것이 있었고, 쓰면서 보니 그 놓친 점이 크게 느껴지는 거 있죠??
왜 이렇게 얘기가 옆길로 샜나 하면요,
바로 이 염장싸리가 들어있는 밀폐용기가 잘 보이지 않았거든요, 냉장고가 어두워서..ㅠㅠ..
싸리버섯은 들기름에 볶았습니다.
간은 소금으로, 양념은 파 마늘 깨소금 정도 넣구요.
식감이 뭔가와 닮았는데...그 뭔가가 영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데요,
버섯 답지않게 오독오독한 맛이라 할까요? 암튼 꽤 괜찮았습니다.
싸리버섯볶음과 더불어,
재워뒀던 돼지고추장불고기도 구웠습니다.
무쇠팬에 완전히 익혀서 팬째 식탁에 올려놓았어요.
이렇게 이 무더운 날 저녁식사를 마쳤습니다.
제가 겨울과 여름엔 고기반찬을 좀 자주 합니다, 먹기라도 잘해야 추위 더위에 견딜 수 있다고.
내일은 또 뭘 해먹어야 이 무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해볼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