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기 전부터,
덩치 큰 물건들, 음 휴지, 세제, 설탕 이런 물건들이 똑 떨어졌었습니다.
제가 없었으니..채워놓을 사람은 당연히 없는 거라서...오늘 아침 부랴부랴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아침이라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메모해놓은 것만 달랑 사들고 들어왔습니다.
마트에 다녀온 그날 저녁에도 해먹을 반찬거리가 없다는 황망함...뭔지 아시죠?
오늘 저녁 딱 그랬는데요,
그래도 돌아오는 길에 현금 좀 찾으려고 은행에 들렀다가 은행 근처 가게에서 근대 한단 사가지고 오길 얼마나 잘했는지..
저희 집 식구들도, 또 제게도 참 오랜만의 가정식 백반입니다.
오랜만에 부엌에 들어가서 밥하느라 시간은 꽤 많이 걸렸지만...
(정말 알 수 없는 건 겨우 1주일 비워뒀다고 제 부엌이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엉터리주부라 그런걸까요? )
그래도 참 반가운 밥상이었습니다.
멸치육수 절반에 쌀뜨물 절반을 섞어서 국물을 잡은 후,
마른 새우 몇 마리 넣고, 근대와 파 마늘로 끓인 근대국입니다.
된장도 진하게 풀지않고 약간 싱겁게 끓였습니다.
우리 국민들 나트륨 섭취량이 많다고 연일 보도를 하는 것 같던데요,
저희 집 음식이 워낙 싱겁지만, 그래도 더 싱겁게 끓였습니다.
샐러드는 매일 먹으려고 노력중인데요.
오늘 마트에서 드레싱 한병 사왔어요.
보통은 시판 샐러드 드레싱은 잘 사지 않는 편이에요.
그냥 제 맘대로 이 재료, 저 재료 넣어가면서 만들어 먹는 재미가 쏠쏠해서 그랬던 건데요,
오늘은 드레싱을 한병 그냥 샀습니다.
드레싱 만들기 귀찮아서 샐러드를 안먹는 것 보다는,
시판 드레싱이라도 사서 샐러드를 푸짐하게 먹는 편이 낫다싶었습니다.
우리 집의 부자(父子), 고등어에 푹 빠져삽니다.
있던 고등어, 제가 없는 동안 다 구워먹고, 또 사자고 해서 오늘 또 고등어를 샀습니다.
고등어 필레 두쪽을 구웠습니다.
제가 부산가기 전에 구워 주고 남은 닭날개가 있었는데,
우리 집 남자들이 그걸 찾아서 구워먹었을리 만무이지요.
오늘 식탁의 단백질 섭취는 고등어로 충분하나,
닭날개를 하루라도 빨리 먹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프라이팬에서 구웠습니다.
장인 제사에 참석한 사위에게 저희 친정어머니께서 떡 조금, 전 조금, 나물 조금 싸보내셨나봐요.
그릇을 보니, 제법 담겨져 있었던 것 같은데, 얼마 남지 않은거에요.
아버지 제삿상의 전과 나물은 늘 제가 했는데요,
(올케들이 바빠서, 늘 제가 즐거운 마음으로 해왔어요)
이번에는 친정어머니가 하셨어요.
남은 나물과 전들을 상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거의 다 제가 먹었습니다, 엄마의 손맛을 음미하면서.
밥을 하고,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시계를 몇번이나 봤는지 모릅니다.
'음, 지금 밥 먹겠네', '지금쯤은 유축하겠구나, 젖양은 좀 늘었는지..' '간식이 들어올 시간인데 잘 먹으려나',
입맛 없다고 잘 먹지 않으려고 해서 제가 살살 달래가며 조금이라도 먹이곤 했는데 그런 엄마 없다고 잘 안먹으면 어쩌나,
이런 쓸데 없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딸아이를 끔찍하게 위하는 사위가 어련히 잘 알아서 챙겨주련만, 공연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