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아내로, 누구의 엄마로 살다보면,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보다는 남편이나 자식이 좋아하는 음식, 먹고싶어하는 음식을 주로 만들게 되는데요,
저도, 제가 먹고 싶은 걸 만드는데는 참 인색합니다.
'가족들 좋아하는 걸 만드는 것도 힘드는데 나먹자 뭘 만드나..'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참는거죠.
그런데..오늘은 안참았어요.
며칠전부터 제가 먹고 싶었던 건 김밥입니다.
무슨 김밥을..귀찮게...1천5백원, 2천원만 주면 한줄 사먹을 수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시기 쉬운데요, 저는 어려서부터 엄마가 김밥을 싸실 때 꼭 배합초로 양념한 밥으로 해주셨어요.
배합초, 아시죠? 소금, 설탕, 식초를 섞어 만드는 거요.
누구는 한국식 김밥은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하고 일본식 초밥은 삼배초로 간하는 거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어려서 먹고 자란 입맛이 참 무서운 것이어서, 저는 아직도 참기름에 양념한 김밥에 적응이 잘 안됩니다.
해서 오늘 저 먹자고 김밥을 쌌습니다.
점심 먹고 남아서, 저녁까지 먹을 수 있어요. ^^
며칠전부터 김밥 한번 싸먹어야지 하고 있던 참이라,
단무지랑 우엉이랑 김밥용 햄이랑 다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시금치를 안사온 거 있죠?
있는 재료들로 대충 쌌는데요, 볶은 쇠고기가 들어간 지라 맛이 꽤 괜찮습니다.
재료는,
간장양념해서 볶은 쇠고기,달걀, 단무지, 우엉, 햄..이렇게 넣었습니다.
김치 김밥도 쌌습니다.
김장김치를 길게 찢어서 꼭 짠 다음, 참기름, 후추, 깨소금 넣어서 조물조물 무치고,
햄, 우엉, 단무지, 달걀을 넣었습니다.
제 외할머니, 김무전할머니 솜씨 만은 못하나,
언제 먹어도 맛있는 김치김밥이지요.
손말이김밥할 때 주로 하는 참치샐러드,
통조림 참치, 국물 빼서 준비하고, 양파와 오이는 다집니다.
참치에 오이와 양파를 넣고 마요네즈로 버무리면 끝!
밥위에 일단 깻잎 깔고 참치샐러드를 올려서 말았는데요,
밥을 김치김밥이나 쇠고기김밥과 같이 해도 속재료가 적으니까 예쁘게 말아지질 않네요.
그래도 맛은 괜찮았어요.
어제 사온 김밥용 김은 포장 한개에 전장 8장씩 들어있는데, 이 포장이 3개씩 묶음으로 팔고있는 거 였어요.
오늘 포장 한개 썼으니까 아직도 두어번 더 김밥을 쌀 김이 남았습니다.
다음주 어느날 마트에 가서 잘 익은 아보카도 하나 사다가 아보카도 넣은 김밥 싸먹을까 합니다.
아보카도, 그거 무슨 맛이야 싶은데도 이따금 아보카도 넣은 김밥이 생각나니, 참 묘한 매력이 있는 듯합니다.
저는 오늘 또 저 혼자 저녁 해결해야해요.
남은 김밥 한줄 썰어 먹으며 뒹굴뒹굴 책도 보고 TV도 보렵니다.
여러분들도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