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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가야콘'의 추억

| 조회수 : 11,333 | 추천수 : 49
작성일 : 2011-06-07 22:18:26


요즘, 일교차가 너무 큰 것 같아요.
낮에 차를 가지고 다닐 때 차의 에어콘을 틀지 않으면 다닐 수가 없는데,
저녁이 되니 창문을 열어둘 수가 없네요, 썰렁합니다.

더워지면서, 차에 에어콘을 틀고다니면서, 문득문득 '가야콘'의 추억이 생각나,
혼자, 마음이 아픈 사람처럼 큭큭, 혹은 비실비실 웃고 다닙니다.

제가 차를 처음 산게 1987년 6월이었어요.
처음 선택한 차종이 1200cc(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부 자료에는 1300cc라는 곳도 있네요...),
1200cc 짜리 흰색 프레스토였습니다.
당시 차가 얼마나 가벼웠는지, 고속도로를 타면 차체 전체가 바들바들 떨릴 정도였어요.
그후 다섯번째 차인 지금 제 차는 3300cc로,
고속주행할수록, 비가 내려 길이 살짝 미끄러우면 미끄러울수록 차가 착 가라앉아 안정감이 있는 것과는 참 대조적이었죠.

이 차를 살 때,
당시만 해도 오너 드라이버가 많지 않았고, 특히 여자 운전자는 그리 많지 않아,
제가 차를 산다고 하니까 주변의 차 가진 선배들이 모두 한 수씩 훈수를 두곤 했는데요,
그중 한 선배가 에어콘을 달지 말라는 거에요,
그 이유인즉,
1. 처음부터 달려나오는 에어콘 값이 비싸다, 나중에 달아도 된다,
2. 차값이 비싸지면 취득세도 올라간다,
3. 1200cc 밖에 안되서 에어콘을 달면 힘이 딸려 언덕길을 올라갈 수 없다,
4. 결정적으로 에어콘 쓰는 날보다 안쓰는 날이 더 많다, 일년에 한두달만 참으면 된다...등등이었습니다.

들어보니, 그럴싸해서, 에어콘없는 차를 턱 계약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에어콘 없는 차를 타게 됐는데,
유치원 다니던 딸아이를 태우면, "엄마, 더워요" 하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랬답니다, "엄마 차는 가야콘이야"
"가야콘이 뭐에요?"
"음, 엄마차는 가야콘이라 차가 가야 시원해!"
"네에"




차가 달리면 송풍구에서 바람이 들어오면서 쬐끔은 시원하잖아요.
차가 가야 바람이 들어와 시원하다고 가야콘이라고 했던 건데요,
정말 아이들 앞에서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안되는 건가봐요.

우리 딸아이 어렸을때부터 애가 차분하고, 조용한 아이였는데,
어느날, 저희 회사 동료들과의 모임이었는지, 아님 가족 모임이었는지, 암튼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인 자리에서,
애가 뜬금없이,
"우리 엄마 차는요, 가야콘이에요, 차가 가야 시원해요!!' 이러는 거에요.
같이 있던 어른들, 무슨 소린가 했다가 가야콘의 뜻을 알고는 모두 파안대소를 했더랬습니다.
하하하...귀여운 것..^^

요즘도, 딱 요때의 제 딸아이 모습이 눈앞에 선 합니다.
어려서부터 퍼머하는 걸 좋아해서, 뽀글뽀글 퍼머한 머리를 두갈래로 묶고,
원피스 밖으로 통통한 팔다리를 드러낸 귀여운 내딸~~
이때를 추억하면, 정말 가슴 가득히 훈훈한 그 무엇인가가 퍼지는 것 같아요.
엄마들은, 이런 행복한 추억들을 되새김질하면서 두고두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진은,
위쪽 사진은 쇠고기 아스파라거스 볶음입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고 편썬 마늘을 넉넉하게 넣고 볶다가 쇠고기와 데친 아스파라거스 넣고 볶아줬습니다.
소금 후추로 간했어요.

아랫쪽 사진은 바지락전입니다.
바지락살 다져넣고 청양고추 당근 양파 파 마늘을 넣고 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간한 다음에,
부침가루와 달걀을 넣어 반죽한 후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수저씩 부쳐낸 것이랍니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51m
    '11.6.7 10:20 PM

    오예~~~ 1등의 영광을 지친 나에게 ㅋㅋ

  • 2. 051m
    '11.6.7 10:25 PM

    맞아요. 딸 아이가 저에게 주는 행복과 미소는 정말 축복입니다.
    아이의 길에 희망이 되고 싶은,
    많이 모자란 엄마지만
    하염없이 사랑해주는 아이가 너무 고마워요.

  • 3. river
    '11.6.7 10:32 PM

    헉..87년.
    쌤..저 87학번이어서 프레스토 기억해요.
    그때의 제 모토는 빨리 돈모아 중고차뽑아 드라이브해야쥐~였습니다.
    그.러.나...돈은 모았지만 그당시 울집에있던 겨자색 스텔라(맞나??)를 살자쿵 몰다 들켜서 마이카는
    완.전.히..물거품된 기억이...

    바지락전을 보니 저도 조만간 욕실에 바지락들 물총쏘기해줘얄거같은...ㅋㅋㅋ

  • 4. 유네
    '11.6.7 10:38 PM

    에고,, 저는 지금 뱃속에 아들이 있다는데 실은 예전부터 하염없이 딸을 바랐답니다 ^^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이젠 아들이고 딸이고 다 좋다! 무조건 사랑해줄테니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 가 되었지만,
    이런 내용의 글을 읽으면 있지도 않은 딸생각이 자꾸 나네요. ^^

  • 5. 그린
    '11.6.7 11:10 PM

    ㅠㅠ
    전 엄마는 못 되었지만 조카의 이쁜 재롱덕분에
    요즘 한결 사는 재미가 새록새록한 것 같아요.
    오늘도 부산다녀오는지라 오랜만에 조카 보러갔더니
    그새 며칠 못 봤다고 얼마나 반가워해주던지.....

    맨발로 동동거리며 뛰어나와 안아주며 급 뽀뽀까지 해댑니다.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제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기까지 하면서요....
    완전 감동받아서 눈물이 핑 돌았네요.
    완전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 6. 동경
    '11.6.8 6:51 AM

    가야콘 ㅎㅎㅎ
    아이들로 인한 추억.... 이셨군요^^
    글 일고 나니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똑똑히 기억하고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7. 가브리엘라
    '11.6.8 8:47 AM

    부라보콘 사촌쯤으로 생각하고 들어왔는데..ㅎㅎ
    아이들 어릴때 생각하면 참 아련하고 어떨땐 눈물도 나고 그래요..

  • 8. 깔깔마녀
    '11.6.8 9:46 AM

    가야콘
    ㅎㅎㅎ
    정말 너무 달콤한 추억이네요
    그렇게 어리고 예쁜 딸이 벌써 결혼하고 어른이 되었다니 ^^

    제 딸도 벌써 대학2학년이네요
    전쟁같은 사춘기를 지나고 나니
    이렇게 훌륭하고 재미있고 편한 친구가 없어요

    어제도 우리 딸이랑 카페가서
    베이글이랑 아메리카노랑 아이스크림 먹었답니다.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것은
    딸 낳은거^^

  • 9. oh~YOU
    '11.6.8 10:30 AM

    선생님...
    너무 가슴이 뜨끔거려 댓글달아요.
    제딸이 4살인데요. 요즘 너무너무 예쁠시기인데도 가끔 욱해서 한대 쥐어박고 싶을때가 많아요.
    큰소리를 칠때도 있구요.
    그러고나선 너무너무 후회하는데 또 그상황에선 제어가 안되요.ㅠㅠ
    100일된 아기가 있다보니 많이 예민하기도 하구요. 서로...
    선생님은 따님에게 그렇게 어릴때 혼낸적이 있기는 하는지 궁금해요.
    선생님처럼 예쁘게 딸을 키우고 싶은데 제가 많이 부족한건 아닌지...
    말로 야단치는거 말고 회초리를 든적은 있으신지...
    아....정말 제가 싫어요.....ㅠㅠ

  • 10. 진선미애
    '11.6.8 12:32 PM

    저도 지금 타고 다니는차가 두번째인데 애착이 간다는 ㅎㅎ
    먼길갈땐 남편이 안전하게 자기차 가져가라고 인심을 쓰지만 전 제차를 고집합니다

    저는 제목만 보고선 내가 모르는 아주 옛날 아이스크림 이름인줄 알았어요 ㅋㅋ

    날은 더운데 바지락전이 땡기는건 -- 식욕과 날씨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증거???

  • 11. 난 달림이
    '11.6.8 9:25 PM

    가야콘...ㅋㅋㅋ 넘 잼있어요*^^*
    저는 새로운 음식재료인가 했더니....
    정말 귀여운 따님이네요~~

    제 친구들중에 딸 가진 친구는 다들 자랑이 대단해요
    넘넘 이쁘고 사랑스럽다구요....

    아들 둘인 저는...마음 비우고 살고 있어요
    82쿡의 명언....효도는 셀프다...ㅋㅋㅋ

  • 12. 프라하
    '11.6.9 12:14 AM

    가야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많이 웃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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