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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나는 큰엄마다

| 조회수 : 20,334 | 추천수 : 49
작성일 : 2011-05-13 00:54:09


어떤 날은 장을 잔뜩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날부터, 혹은 그 다음날부터 먹을게 없어서 걱정하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날은 별로 사온 게 없는 것 같은데도, 그럭저럭 먹을 게 있는 날이 있는데요,
(헉, '다'체가 입에 붙어서 자꾸 나오려고 해요..)
오늘은, 아니 어제는 돈도 적당히 쓰고, 똘똘한 반찬거리를 사와서,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었어요.

집밥이 많이 그리울 조카,
가겠다는 거, 저녁 먹고 가라고 몇번을 붙잡아 앉혀두고, 새 반찬들로만 상을 차려주었습니다.




병어조림입니다.
제가 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1. 무를 적당히 썰어서 냄비에 넣고, 고춧가루와 식용유를 뿌립니다. 식용유는 고춧가루가 무에 잘 들러붙으라고 뿌려요.
2. 물을 아주 넉넉히 넣고 불에 올려 무를 삶아요.
3. 무를 삶는 동안, 고춧가루, 청주, 국간장, 왜간장, 참기름, 설탕, 다진 마늘 등을 잘 섞어 양념장을 준비합니다.
4. 병어를 깨끗히 씻은 후 어지간히 삶아진 무위에 올리고 그위에 양념장도 올려 조립니다.
5. 병어가 조려지는 동안 풋고추, 양파, 파 등 부재료들을 썰어두었다가, 병어가 거의 다 조려졌을 때 위에 올려요.
6. 잠시 좀더 조려줍니다.

오늘 병어조림은 좀 일찍 부터 시작해서 좀 길게 조리했더니, 잘 조려졌어요.




과천에서 사온 그 많은 얼갈이를 데쳐서 일단 우거지를 만들었습니다.
워낙 여린 얼갈이여서 였는지...찌개를 끓여놓으니 평소보다 더 부드러웠어요.
오늘 한 우거지찌개의 순서는요,
1. 얼갈이를 데쳐서 우거지를 만들어요.
2. 만들어진 우거지는 물기를 대충 짠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냄비에 담고, 차돌박이 썰어서 같이 담은 후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 간이 배도록 조물조물해서 잠시둡니다. 된장과 고추장의 비율은 대충 4:1 정도로 된장이 많아요.
3. 10~20분쯤 지난 후 물을 붓고 끓여요.
4. 어지간히 완성되어갈 무렵, 어슷어슷 썬 파와 다진 마늘을 넣어서 마무리합니다.




훈제오리가 ¼마리 있었어요.
얄팍얄팍하게 썰어서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려 지졌습니다.
가운데에는 오늘 과천에서 사온 치커리 등등 쌈채소 담고,
가장자리를 뺑둘러 오리를 담았습니다.
가운데 소스는 오이피클을 넣은 허니 머스터드 소스입니다.




오늘 사온 감자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감자샐러드도 한접시 했습니다.
늘 그렇듯,
삶은 달걀 넉넉하게 넣고, 감자 오이 사과로 만듭니다.
맛의 포인트는 마요네즈로 버무리기 전에 프렌치드레싱으로 밑간을 한다는 거!




공짜로 얻어온 부추도 전을 부쳤습니다.
반죽은 밀가루 5에 밤묵가루 1을 섞어 만들었어요. 아 소금도 조금 넣었습니다.
밤묵가루를 넣어보니, 색이 마치 도토리가루 부쳐놓은 것처럼 진해졌습니다.
솔직히, 부추맛이 강하다보니 밤맛이 나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밤묵가루 파는 아저씨 말마따나 기름을 많이 두르지도 않았는데 전에서 윤기가 반드르르 흐릅니다.
그리고 밀가루만 부치는 것보다 훨씬 바삭바삭한것이 식감이 좋습니다.




독사진이 없는데요, 조기 뒤에 있는 느타리버섯무침도 오늘 인기가 좋았어요.
느타리버섯을 데친후 물기를 꼭 짠다음에,
채썬 풋고추와 채썬 양파를 넣은 후 소금과 들기름으로만 무쳤습니다.
파 마늘 넣지 않았는데요, 딱 요렇게 별 재료, 별 양념이 없어도 맛이 좋았어요.
다만, 생양파 싫어하는 사람들은 좀 거슬릴 수도 있겠네요.




평소 같으면 아마도 병어 조리고, 부추전 정도 부쳤을 거에요.
그런데 오늘은 조카 좀 먹여보겠다고 음식을 6가지나 했다는 거 아닙니까?
물론 그래봐야 조카가 먹으면 얼마나 먹었겠어요, 다 우리 식구들이 먹었지요.
어쨌든 조카에게 따끈한 밥 한끼 먹여보내서, 제 마음이 훈훈합니다.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침
    '11.5.13 1:00 AM

    감자샐러드 레시피 알고파요 아웅 먹고싶당

  • 2. LittleStar
    '11.5.13 1:02 AM

    흠... 늦게 퇴근한 남편이 만두와 김밥,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그거 좀 먹었더니.
    편한 맘으로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와~ 정말 따뜻한 큰엄마이십니다. 그 마음을 본받고 싶어요.

  • 3. 재서재하맘
    '11.5.13 2:17 AM

    작은엄마라서 다행이라는 비굴함이 들게 하는 밥상....
    조카들아 그래도 내가 맛난집은 마니마니 알고있당...

  • 4. 가브리엘라
    '11.5.13 8:22 AM

    첫사진에서 앞치마입고있는 분이 선생님 아니신가요?
    첫사진은 선생님 평소사진과 좀 달라보여서요..
    보라는 음식사진은 안보고 앞치마입은분이 선생님일까 아닐까 그게 더 궁금한 일인 ^^

  • 5. 산이랑
    '11.5.13 8:42 AM

    지방에 있는 우리아이가 어버이날 잠시 왔다 갔어요.
    오면서 하는 말이 엄마 집밥이 그리워 눈물이 난다고 ...
    그래서 며칠 집에 있는동안 외식한번 안하고 집밥만
    주구장창 멕였어요.
    그랬더니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것 같다네요.
    엄마품에서 떠나있는 아이들 보면 마음이 짠해요.
    저도 부추부침개랑 쑥 부침개도 해줬답니다.

  • 6. 고슴도치
    '11.5.13 8:50 AM

    저역시 쟈스민님 성향이 강해서 보라는 메인 요리 안보고 핑크앞치마 쌤이신가봐@@
    하고서는 혼자 추리하길 파란 밥공기에 밥이적군...그럼 쌤밥그릇이가봐.....까지.

    오늘 저녁엔 감자사라다 꼭할거예욤.

  • 7. 김혜경
    '11.5.13 9:27 AM

    고슴도치님,
    ㅠㅠ 그 푸짐한 앞치마 저 맞습니다.
    그 사진 쓸까말까 매우 고심하다가 올렸는데 바로 알아보시는 군요.

    산이랑님,
    나이가 들수록 집밥이 젤 인 것 같아요.
    어제도 조카랑 "집밥이 젤이지??"이러면서 먹었다니까요. ^^

    가브리엘라님,
    네...저 맞습니다...ㅠㅠ...너무 뚱뚱하여 배경이 완존히 가려지지요?

    재서재하맘님,
    작은엄마는 그러셔도 되요. 그리고 맛집 많이 알고 계시고, 지갑을 열어주실 준비만 되어있으면 충분합니다. ^^

    Littlestar님,
    그렇지 않아요, 저 쪼잔녀입니당..
    저도 어제밤에 아이스크림 먹고잤더니 아침에 배가 아프네요.
    아이스크림 끊어야지..

    아침님,
    감자샐러드 완전정복 몇년전에 올렸었는데요..
    잠깐만요..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note&page=1&sn1=&divpage=1&sn=off&ss...
    요거네요.

    Emerald님,
    죄송해요...ㅠㅠ...

  • 8. 주니엄마
    '11.5.13 9:43 AM

    큰엄마!!
    저도 밥 좀 해주세요 ㅋㅋㅋㅋㅋ

  • 9. 진이네
    '11.5.13 9:49 AM

    조카분이 심히 부럽습니다ㅠ
    저도 누가 이렇게 정성 가득한 집밥 좀 해주면 좋겠습니다^^*

    아, 우리집에 묵가루가 두 종류나 있는데, 밀가루랑 섞어서 부침으로 활용하면 되겠군요;;
    감사해요~ 오늘 또 한가지 배워갑니다!!

  • 10. 아라치
    '11.5.13 9:53 AM

    나도 큰 엄마다. ㅠㅠ

  • 11. 진선미애
    '11.5.13 10:04 AM

    난 큰엄마이자 작은엄마이기도 하다^^;;

    희첩의 샐러드는 한번도 맛없어 보인적이 없어요
    .............그런데 왜 슬플까요?
    .............사무실인데 만들수는 없고 먹고 싶어서ㅠㅠ

  • 12. 아호미아
    '11.5.13 10:36 AM

    전 병어란 물고기가 참 낯설어요
    바닷가가 가까운 지방에서 사는데도 그러네요

    윗쪽지방 분들이 주로 드시나봐요

  • 13. 딸기연아
    '11.5.13 11:10 AM

    저도 큰엄마인데 이런 밥상은 못차릴 듯 한데요..
    처음 수원에 계신 이모님댁에 놀러갔을 때 이모님이 해주신 병어조림
    어찌나 맛있던지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서 해먹어봐요.

    저희 지방에선 잘 안먹는 생선이라 그런지
    한번씩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생선이지요.

    제가 이거 조려먹는다고 사가면 여기 사람아니냐고
    물어봐들 주세요.

    저는 우리 지방 토박인데요.^^

    조카가 큰엄마 사랑 담뿍 받고 가는 느낌이 들겠어요.
    저도 혜경님같은 큰엄마가 되고 싶네요.

  • 14. tokkiya
    '11.5.13 11:16 AM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군대 간 아들 휴가 나왔을때도 이렇게 먹여 보내지 못햇는데..
    다음에는 꼭 이렇게 잘 차려줘야지

  • 15. plumtea
    '11.5.13 11:25 AM

    방금 밥 안 먹고 봤음 속 쓰릴 뻔 했어요. 좋은 큰 엄마다~라고 저도 쓸 뻔^^

  • 16. 무지개여행가방
    '11.5.13 11:52 AM

    저두 큰엄마...
    등치도 큰엄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의 큰엄마도 눈물겹게 정가시는 분이라..
    오늘도 우리 큰엄마가 보내준 미수가루 먹고 청국장으로 밥해먹었어요..
    허리도 완전 꼬부라져서 큰엄마만보면 안쓰러워요..
    완전 보고싶네요...우리 큰엄마.

  • 17. 팜므 파탄
    '11.5.13 12:15 PM

    나도 혜경쌤과 같은 큰엄마가 있었음 좋겠다~~~~ㅇ

  • 18. 알므맘
    '11.5.13 6:14 PM

    저두 큰엄마 입니다!
    반성하고 갑니다!혜경샘네 처럼 쫌만 여유 있고 싶습니다!ㅠㅠ

  • 19. 두현맘
    '11.5.13 6:38 PM

    조카가 밥을 두 그릇은 먹었을것 같은데요...
    맛있고...정성이 가득해서요.. 넘 좋은 큰엄마 이십니다..

  • 20. 올리비아 사랑해
    '11.5.13 6:41 PM

    저두 큰엄만뎅....샘 연배쯤 되면 저런 내공이 나올까요?
    저렇게 요술방망이 처럼 뚝딱하고 음식이 나오면 월매나 좋을까요..재료가 있어도 기본기가 약해서리....쩝...침만 한바가지(드럽게) 흘리고 갑니당~~~

  • 21. 철이댁
    '11.5.13 9:27 PM

    군대갈 우리 조카들 생각하면
    제가 작은 엄마인게 얼마나 다행인지...^^;;

  • 22. Turning Point
    '11.5.14 10:41 AM

    나도 큰엄마가 있었음 좋겠다.. ^^

    주말 아침인데 남편 손에 두 아이 딸려 내 보내고..
    노트북 끼고 이러고 있어요..
    저도 어제 같은 감자 샐러드 했는데..저희는 6살 큰아이가 넘 잘먹어요..

  • 23. Eco
    '11.5.14 6:49 PM

    조카를 위한 정성어린 식단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24. 산호수
    '11.5.15 9:12 AM

    조카에게 내손으로 만든 따뜻한 밥한공기 먹여서 보내고 싶은 속깊은 마음을... 요즘 젊은 언니들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느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25. 진냥
    '11.5.16 11:35 AM

    선생님의 조카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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