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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딸 바보

| 조회수 : 19,190 | 추천수 : 48
작성일 : 2011-04-06 21:24:22


오늘,
을지로 입구에 새로 생긴 근사한 건물에서 점심약속이 있었어요.
밥을 먹고 나와서 어찌어찌 걸어오다보니, 딸아이 근무하는 회사가 보이는 거에요.
보통은...'아, 저기서 내딸이 열심히 일하고 있겠구나!'하고 생각만 하고 마는데,
오늘은 문득 딸아이가 보고 싶은거에요.
사실 본 지 며칠 안됐거든요, 지난 주 금요일날 아버지 제사에 다녀갔어요.
결혼도 했고, 또 3월말 결산법인의 회계팀에 있는 지라 4월이 되면 눈코뜰새없이 바쁘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서,
외할아버지 제사에 다녀가라 소리도 못했고, 올거라고 기대도 안했는데, 사위와 함께 온거에요.
두 아이들이 얼마나 기특하고 이쁜지...

한달에 한번 정도 보는, 그렇기 때문에 3주는 참을 수 있어야 하는,
그렇게 본지 얼마되지 않은 딸이 또 보고 싶은 것이...
제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봐요, 딱 하는 짓이 할머니 입니다.

전화를 할까말까 하다가,
"바쁘지? 엄마가 근처라서 전화했어"했더니,
"그럼 잠깐 내려갈까?" 하는 거에요.
"그래도 돼?"
"아주 잠깐이면..."
그래서 얼른 근처 백화점 지하에서 예쁘게 생긴 자그마한 케이크 사 들고 아이 회사 지하로 갔습니다.
딸아이,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테이크아웃용 컵에 제 커피랑, 지가 마실 음료수 사더니,
딱 한모금 마시고는,
"엄마 나 들어가야해"하는거에요...한 3분이나 얼굴을 봤으려나??
"그래 어서 가, 열심히 일하고.."하고 보냈는데, 불과 3분, 길어야 5분 정도 밖에는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요.
아이를 만나서 생기는 엔돌핀의 양은 꼭 같이 있는 시간과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단 1분이라도, 단 5분이라도 보고 싶을 때 보니까, 너무 좋은거에요.
그렇다고...아이가 보고 싶다고 오늘처럼 찾아가는 일은 없을거에요.
엄마가 되어가지고, 아이 근무에 방해가 되면 안되잖아요.

엇, 딸아이 결혼과 동시에 딸아이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딸아이 얘기는 쓰지않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제가 쫌 이상하네요...^^;;




그렇게 잠깐 아이 얼굴만 스치듯 보고와서도 기분이 좋아서 펄펄 날았습니다.
원고도 한꼭지 쓰고,
검은옷 빨래며, 삶는 빨래며, 세탁기도 두판이나 돌리고,
해동된 복어로 찜도 했습니다.
오늘 복어찜은 국물이 거의 생기지 않아서 찹쌀풀 풀어넣지 않고 그냥 했는데요,
그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흠이라면, 콩나물의 양이 너무 적었다는 거...생선찜에는 콩나물이 푸짐해야 좋은데 말이죠.
깻잎채는 나름 성공적이었습니다.

오늘 찜 양념은
청주 2큰술에,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조선간장 1작은술, 설탕 반작은술을 잘 섞어서,
고추장처럼 불려서 썼구요, 완성한 뒤 참기름 1작은술과 깨소금을 넉넉하게 뿌려줬어요.
간장의 양이 좀 작은 건, 미리 생선을 맛간장으로 밑간해뒀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양념장, 오늘의 복어찜, 뭐, 완벽한 맛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밖에서 먹는 것처럼, 입에 착착 붙는 맛은 없었어요.
그래도 화학조미료를 넣지않고 이만큼 맛을 낸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생각중입니다.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회원
    '11.4.6 9:32 PM

    1등^^

  • 2. 꽃남쌍둥맘
    '11.4.6 9:43 PM

    저는 딸이 없어서..
    너무 부럽습니다.
    인제 다섯살 된 울 아들래미들...다 커서는 절 안찾겠지요..ㅠㅠ

  • 3. 딸기딸기
    '11.4.6 9:44 PM

    선생님의 글에서 친정엄마의 맘이 느껴져 그냥 왠지 찡하네요
    저도 딸둘을 둔 딸바보라서요
    지금 막 재우고 온 아이들 다시 잘 자나 보러갑니다^^

  • 4. 가브리엘라
    '11.4.6 9:45 PM

    선생님 마음 충분히 이해됩니다.
    저도 딸아이가 점점 커가니 이아이가 내곁에 없으면 어떨까..생각만으로도 섭섭한걸요.
    빨리 커서 제자리를 잡아줬으면하는 마음한쪽엔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제곁에
    머물렀으면하는 마음이 교차해요.
    뭐니뭐니해도 자식이 에너지인건 맞는것같습니다.
    비록 순간순간 속썩일때가 있긴하지만요...

  • 5. J-mom
    '11.4.6 9:50 PM

    아~
    전 어제 키톡에 아버지랑 딸아이 이야기 쓰면서
    아버지때문에 글쓰면서 또 눈물찔끔 했거든요....
    근데 선생님 따님생각하시는데 또 찔끔....

    농담으론 빨리 대학가서 독립하라고(미국은 대학가면 거의 독립일테니까....)하는데 이제 딸이랑 함께 같은집에 살 날이 몇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먹먹해요....

    따님생각하시는 마음때문에....
    오자마자 들러 글남깁니다.
    선생님....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6. 그린
    '11.4.6 9:50 PM

    요즘 날씨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들이
    너무나 어지럽고 무서워서 답답하기 그지없는데
    선생님 댁의 사랑이 팍팍 묻어나는 얘기를 보며
    커다란 위안을 얻습니다.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는 거....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지
    우리 잘 알고 있잖아요....ㅎㅎ

    마침 내일 부산에 계신 아버지가
    할머니기일이라서 오신답니다.
    올해가 喜壽 이시건만 늘 집안 행사엔 빠짐없이 참석하시거든요.

    오랜만에 아버지랑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며
    행복한 시간 가져보리라 기대해봅니다.^^

  • 7. teresah
    '11.4.6 9:56 PM

    딸이 그렇게 좋으세요 ㅎㅎㅎ
    부러워요...전 아들 하나라서요.
    딸하고 엄마사이는 친해도 보기 좋은데
    나중에 크면 아들하고 엄마가 너무 가깝게 지내면
    남들이 마마보이라도 할까바...걱정되요.

  • 8. 발코니
    '11.4.6 10:38 PM

    선생님 딸아이 얘기 듣기 너무 좋아요.
    사생활 보호도 좋지만 종종 들려주세요. 사위 얘기두요.. ㅎㅎ

  • 9. pinkberry
    '11.4.7 12:27 AM

    딸 얘기 없으셔서 넘 궁금했었더랬어요.....
    가끔 소식 올려주세여~~^^

  • 10. 베티
    '11.4.7 12:35 AM

    선생님땜에 아침 댓바람부터 너무 많이 울었어요..
    책임지세요!!

    선생님의 따님에 대한 마음이 너무 공감가고...
    아우... 그냥.. 자식이 뭘까.. 그냥 이런생각밖에 안드네요.

    전 애 하나 있을 땐 첫애에 대한 사랑이 둘째로 옮겨가는게 싫어 애기가 낳기 싫었고 지금은 둘째에 대한 사랑이 셋째한테 옮겨 갈까봐 그 담은 생각하기가 싫으네요..

    엄마가 우니까 여섯살 아들이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네요^^

  • 11. April
    '11.4.7 4:39 AM

    매번 딸 이야기만.... 아드님은??

  • 12. 진선미애
    '11.4.7 9:34 AM

    저도 딸쌍둥이맘이지만 지금은 그렇게 막 애틋하진 않는데
    결혼시키고 나면 저도 그러려나요
    근데 부모맘이랑 자식맘이랑 다른게
    대학들어가더니 아주 신나게 생활하네요 ...쬐끔섭섭요 (둘 대학등록금이 얼만데 이러면서 ㅋㅋ)

    그래도 딸이라서 참~~좋습니다 아들둘보단 ㅎㅎ

  • 13. 용필오빠
    '11.4.7 9:47 AM

    맞아요. 선생님 그냥 보고싶죠. 나도 눈물이 나네요

  • 14. 푸르른날
    '11.4.7 10:28 AM

    괜히 찡 하네요
    부산에 대구뽈찜 맛있는 집 있는데
    양파를 엄청나게 많이 잘게 깍뚝썰기 해서 넣거든요
    양파가 조미료 대신 맛을 더 업 시켜줄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담에 양파 많이 넣어서 한 번 찜 해보세요
    부산 오심 사드리고 싶어요
    맛 보시면 샘은 여기 뭐 뭐 들어갔겠다 아실 거 같아요^^

  • 15. 김미숙
    '11.4.7 10:47 AM

    음식이야기가 쓰시는것보다 가끔 사시는 이야기 자녀들 이야기 들려 주실때마다 정겹게 느껴집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해주면 좋습니다 재미나고 생각할수 있는 시간을 가져요

  • 16. 라라^^*
    '11.4.7 10:48 AM

    엄마맘 이란 그런 걸까요?
    저도 딸아이 서울로 대학 보내놓고 집에 다녀 가기만 기다립니다. ^^;;
    몇 년전 아들을 보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달라요.

    집 생각 별로 안하고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는 아이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엄마의 짝사랑은 식지를 않아요.ㅋㅋㅋ

  • 17. 이행우
    '11.4.7 11:37 AM

    눈물이 핑 돕니다...

  • 18. 또하나의풍경
    '11.4.7 12:16 PM

    앙...저 지금 화장해서 울면 너구리눈 되는데...억지로 눈물 참고 있어요~~~~

    선생님이 딸 사랑하는 마음이 어찌나 절절히 느껴지는지...^^
    따님은 참 행복하겠어요..^^

  • 19. 요리짱
    '11.4.7 9:55 PM

    저도 지난주 토요일 친정에가서 하루 밤 자지도
    않고 와서요 그런데 그날 이후 며칠간 친정 엄마가 계속 전화를 하는거예요
    평상시 전화를 잘하시지 않는 엄마데...
    그러더니 며칠 전 하시는 말이 얼굴 보고나니 않봐을때보다 더 보고 싶다고 하는거예요
    눈물이 나서요 그리 멀리 있지도 않는데 자주 가지도 않고 그날도 굳이 자고 와도 되는데
    늦은시간인데도 집에와서 자는게 편할거 같아 와더니 엄마가 서운

  • 20. 프랄린
    '11.4.7 11:22 PM

    선생님 글을 보니 저 참 못된 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 맘이 그럴꺼라는 건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신랑이랑 있는게
    편하고 좋아서 엄마는 자꾸 밀어냈었는데..
    살면 살수록 (제나이는 40입니다) 엄마가 얼마나 나땜에 속상했을까.. 싶습니다
    이 밤 자꾸 눈물이 납니다..

  • 21. 애드켈리
    '11.4.8 1:10 AM

    아직 따님과 떨어져 사신지 얼마 안되시어 더 그러실듯 해요
    저도 돌이켜보니 저나 엄마 모두 적응기가 필요하더군요...
    (저희 엄마는 오히려 정떨어지게 구셨어요 서운해서인지 지금은 다시 회복했지만요)
    참, 요리의 여왕 업데이트 기념으로 다시 훑어보고 있는데 시래기지짐에 이지쿠킹 부분에 오류가 있네요
    아마 이미지 파일 두개를 이어붙이지 않았나 싶은데, 여튼 오타랑 이미지 겹침이 조금 있네요...^^;

  • 22. 애드켈리
    '11.4.8 1:14 AM

    참 새우젓두부찌개 친정어머님 코멘트 부분에 소함이 아니라 소감이겠지요?
    아....왠지 송구합니다...총총...

  • 23. 파리(82)의여인
    '11.4.8 7:46 AM

    가끔 부모의 심정 아니, 딸아이에 대한 사랑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하시는 분들과 함께 있으면 행복해져요...3분의 커피지만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향기롭고 맛있는 커피중 하나였을거 같네요

  • 24. chou
    '11.4.8 8:18 AM

    ㅜㅡ 전화라두 자주 드려야 하는데..엄마...에휴..

  • 25. 퍼니맘
    '11.4.8 12:03 PM

    ^^;; 슬픈 얘기도 아닌데..왜 전 이 글을 읽으며 내내 눈물이 핑 돌았을까요...
    결혼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이런 글을 읽을때마다
    그 마음 아주..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듯 해서 괜히 마음이 찡해지네요..
    ^^ 우리 엄마가 나를 키웠을때 이런 마음이었겠구나..싶네요...

  • 26. Eco
    '11.4.8 5:21 PM

    찜 맛있게 보입니다. 위에 깻잎고명이 있으니 두드러져 보이네요. 따님 이야기에 품어 나오는 어머니의 마음 때문에 참 따뜻해집니다.

  • 27. 유한 마담
    '11.4.8 5:41 PM

    쌤 글보구 바루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결혼 후 바쁘단 핑계루 집이 코앞인데 자주 얼굴
    못 비친 못난 딸이네요~

  • 28. 결비맘
    '11.4.8 10:23 PM

    저도 오늘 아침 일찍 친정엄마가 집 근처까지 오셔서는,, 반찬,, 바리바리 해서는 주시고
    5분 접선 ..하시고,, 금새 가셨어요.. (아,, 역시 친정 엄마는,, 맘이 늘 짠합니다. )

  • 29. 지야
    '11.4.9 11:03 PM

    저 첨 결혼하고 신혼집에서 엄마 보고싶다고 엉엉 울었던 생각이 나요.
    아마 선생님 따님도...이글 보면서 눈물 한바가지 흘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심전심이라고...따님도 엄마 얼굴 일분이라도 봐서 너무 좋았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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