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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털면 나온다! [떡볶이]

| 조회수 : 14,934 | 추천수 : 100
작성일 : 2010-11-08 22:41:49


다시다 같은 화학조미료를 듬뿍 넣지않고는 전문점의 맛을 낼 수 없다는 떡볶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아요.

오늘, 멸치육수를 아주 진하게 냈습니다.
그 멸치육수에, 냉장고를 털어 나온 온갖 자투리 채소들,
다진 양파, 호박 조각, 감자 조각, 새송이버섯, 두부 반모, 청양고추 홍고추 각각 반개,
이런 걸 몽땅 넣고, 냉동실의 껍질바지락도 몇개 넣어서 된장찌개를 끓였는데,
이게 아주 예술입니당~~

내친 김에 며칠전부터 먹고싶었던 떡볶이도 하였답니다.
일단 부페 캐서롤에 멸치육수 2컵과 떡볶이떡 600g을 넣고 한참동안 팔팔 끓여준 다음,
어묵 250g, 양파 반개 , 대파 1대를 넣고,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올리고당 3큰술을 넣고 약한 불에 푹 끓였는데요,
시장통 떡볶이 가게의 떡볶이처럼 말랑말랑하지는 않지만,
맛은 그에 못지않은거에요.
이렇게 먹으면 살찌는데...ㅠㅠ...

오늘 제가 된장찌개보고 예술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평소에 '예술'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쓴대요, 우리 식구들이요.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오늘 누룽지 예술이야!"래요.
누룽지 눌은 날은 거의 매일 그런다네요.

그다음엔 죽음이라는 말도 많이 쓴대요.
"오늘 매운탕 죽음이야!" "오늘, 고기 죽음이지?" 뭐 이런식으로요.

그런데 문제는요, 제가 자주 쓰는 말중, '짜증나' '재수없어'가 있대요.
운전하다가 누가 끼어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어휴, 재수없어" 한대요.
저는 의식을 못했는데요. ^^;;

그리고, "짜증나" "짜증이 물밀듯 밀려와"도 자주 한다네요.
"짜증이 물밀듯 밀려와"라고 할때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않을때이고,
기분이 아주 나쁘면 "짜 증 나"한대요.

그런데, 왜 그러잖아요. 이쁜 말을 할때 쓰는 얼굴 근육과 이쁘지않은 말을 할 때 쓰는 얼굴 근육이 달라서,
이쁜말만 하고 살면 늙어서 인상이 좋고,
이쁘지않은 말을 하고 살면 늙어서 인상이 어둡다구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지만, 언젠가는 할머니가 될텐데,
할머니가 손주 안고는, "짜증나!"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이제부터라도 짜증나, 재수없어, 이 두가지만이라도 안하고 싶은데,
이쁜 할머니로 늙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려고 하는데,
맘처럼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지금 바람 소리가 어마어마합니다.
내일 날씨 많이 춥대요.
옷 단단히 입으시구요, 따끈한 물 자주 드세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내보아요.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네 맥가이버
    '10.11.8 10:48 PM

    저도 내일 떡볶이 먹을 생각했는데요 선생님 떡볶이 너무 맛나봅입니다

  • 2. 가브리엘라
    '10.11.8 11:12 PM

    아.. 오늘 떡볶이 생각을 한 3번쯤은 했어요.
    사실 떡볶이 그닥 즐기는 편은 아닌데 낮에 시장 나갔다가 혼자 떡볶이 사먹고.
    살이 찔려는 걸까요?
    어제 떡볶이에 넣을 오뎅도 사다놨고 내일 맛나게 해먹기만 하면 되겠어요.
    선생님 요리는 음식뿐 아니라 그릇보는 재미까지 있어서 항상 기다려집니다.

  • 3. 놀부
    '10.11.8 11:16 PM

    냉장고 뒤지면 작은 야채들 꼭 남겨 있는데 아주 유용하게 정보가 되네요
    나두 해봐야징~함서 제법잘하구 있거든요
    언제나 좋은 내용들 감사합니다
    밤인데 여긴 비가 왔어요 낼 아침은 수많은 낙엽과 은행잎들이 가득메울것 같아요
    춥고 을씨년스런 오밤중입니다

  • 4. 살림열공
    '10.11.8 11:17 PM

    저는 운전 할 때 매너 없이 구는 차를 만나면
    입 속으로 중얼 거립니다. 써글놈! 하구요.
    친한 한의사가 저보고 가슴에 화가 좀 차 있다고 자주 풀어 주라고 했거든요.
    가슴뼈 가운데를 생각 날 때 마다 마사지를 하거나
    시시 때때로 저렇게 궁시렁 대는 걸로 화가 쌓이는 것을 나름 방지 합니다.
    그나저나 진짜 겨울입니다.
    김장 스트레스 게이지가 급상승합니다. ㅠㅠ;;;

  • 5. 나비언니
    '10.11.9 12:00 AM

    저희 엄마는 운전을 아주 터프하게 하시고

    앞에 누가 끼어드는걸 정말 싫어하시거든요.
    (제가 운전할때는...붙여붙여붙여붙여...을 입에 달고 계세요)

    그래서 전 나중에 아기 낳으면 엄마가 차안에서 험한 분위기를 연출하실까 걱정했는데요..

    사실..저도 그러더라구요.
    전 운전할때는 마음약해서 자가운전할때는 그렇지 않구요
    버스탔는데 아저씨가 천천히 가시면... 아주 속에서 천불이나서 죽구요
    아슬아슬하게 신호바뀔때 그냥 통과하시면
    아싸, 나이스, 아저씨 정말 잘하셨어요 찬사를 보내고 있더라구요.

    그래도.. 선생님이 그런 고백을 하시니..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져요.

    우리보두 세로운 세대한테는 운전중 여유있는 표정을 보일 수 있도록 화이팅!

  • 6. 코댁
    '10.11.9 1:07 AM

    오늘 말씀 너무 마음에 와 닿아요. 저도 자주 쓰는 말이 뭔지 생각 좀 해 봐야 겠어요. 공부가 됩니다. 감사해요.

  • 7. 안나돌리
    '10.11.9 6:48 AM

    자신이 자주 쓰는 말을 인식 못하다가
    내 아이가 자주 하는 걸 보고 아차! 합니다.

    전 "참 별일도 다 많네" 랑 "그치? 맞지?" 이 소리를 자주 하는 지
    울 아들들이 이 말들을 다 배워 자주 하더라구요~ㅎㅎ

    험한 말은 "어우 싱경질나" 이 소릴 잘 하는 것 같은 데
    저도 반성좀 하고 고쳐 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쌀쌀한 겨울이 온 것 같아요~ 모두 건강한 날되시길^^

  • 8. 발상의 전환
    '10.11.9 9:39 AM

    떡볶이가 예술과 죽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고 있군요.
    완전 짱이에요!

    (이건 제가 잘 쓰는 말인데,
    아이 데리러 놀이방에 갔다가 공작작품을 가져온 아이 친구에게 "우와, 진짜 짱이다" 이랬다가 놀이방 원장 선생님께 지적 당했습니다. "어머, 어머니 애들에게 그런 말씀 쓰시면 안돼요~ 금방 배우거든요."
    아, 네;;;;

  • 9. 명랑아가씨
    '10.11.9 9:47 AM - 삭제된댓글

    아... 혜경샘도 '짜증나'란 말을 잘 쓰신다니 급 친근감이 느껴져요~ *^^*
    저도 30대 이후 어느 순간부터 '짜증나'란 말을 참 많이 쓰는 걸 스스로 느꼈어요.
    별로 대단한 상황도 아닌데 입에 붙어서 항상 '짜증나~' 이러는데, 자각하고나니 좀 한심하더라구요.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습관처럼 계속 사용하다가, 아이가 말 배우기 시작하면서쿠터 극도로 조심하고 있어요.
    선생님도 할머니 되실 준비하시려면 슬슬 줄이셔야죠 ㅎㅎㅎ
    어쨌든 왠지 친근감이 느껴져 백만년만에 로긴했어요^^;;
    늦었지만 따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 10. 진선미애
    '10.11.9 10:09 AM

    아침에 나오면서 오늘 저녁 국물 음식은 또 뭘로 끓이지 고민했는데
    샘의 힌트로 오랫만에 된장찌개 올려야겠습니다ㅎㅎ

    저도 뭐 고쳐야할 잘못된 언어습관이 뭔지 잠시 고민하며 찾아봐야겠어요
    본인보다 옆사람이 알려주면 더 와닿고 고치기 쉬울것 같은데
    퇴근후에 남편과 딸들에게 물어도 보고 토론도 한번 해봐야겠어요~

  • 11. 열쩡
    '10.11.9 10:51 AM

    아줌마가 되니까
    말투가 퉁명스러워져요.
    나름 유머와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쓰는 말투인데
    이게 습관이 되니 남편과 아이에게 제일 미안해지네요.
    죽을 때까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살아야
    사람꼴을 하고 살지 싶어지네요...

  • 12. narie
    '10.11.9 12:32 PM

    발상의 전환님 "떡볶이가 예술과 죽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고 있군요." 표현 정말 예술이신데요 ㅋㅋㅋㅋㅋㅋ
    오늘 글내용 인간적으로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저도 저 색깔 르크루제 냄비에 떡볶이 진짜 자주 하는데 (주1회는 만들어먹는듯..) 아이고 반갑네요 ^^

  • 13. 루도비까
    '10.11.9 12:58 PM

    저두요.
    어제 일찍퇴근한 딸래미가 떡뽁기 해놓았는데요
    배가고픈 탓인지 맛나게 먹었습니다
    냉장고 털어서 만들었다는데 익은김치 조금 넣어준게
    예술이였답니다
    에궁 또 먹고싶습니다

  • 14. 마리s
    '10.11.9 1:53 PM

    으아~ 떡볶이도 떡볶이지만, 어묵이 완전 예술인데요~~~
    아까운 국물 다 졸여지기전에 얼른 푹 한그릇 퍼서 먹고싶어요~

    저는 고쳐야 할 언어습관이 하도 다양하게 골고루 많아서,
    당췌 뭐부터 반성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

  • 15. 수늬
    '10.11.9 2:05 PM

    저는 좀전에 급 손만두가 땡겨서,혼자 반죽하고 난리펴서 만두를 만들었는데요..우리밀가지고
    난생처음 만두피를 시도해봤는데...아...먹는데 이런말하면 좀 그런데..모냥이...발만두입니다...
    발로 만든느낌..ㅠ.ㅠ (만두한테는 미안) 저도 그러면서 그소리 했어요...아우...짜증나!
    하지만 맛은 좋으네요..ㅎ 샘님 떡볶이 보니 그 발만두 넣고 해서 아이 간식줘야겠어요...^^
    저도 딱 샘레시피처럼 떡볶이해요...육수 떡볶이에 넣는 양만큼만 해요..하도 자주해서...
    아무리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은 떡볶이...
    우리집은 계란 삶고 고구마도 넣는데요...그러다보면 별루 간단치않아요...흐...;;

  • 16. 들꽃
    '10.11.9 4:07 PM

    앗~
    저도 "짜증나 죽겠네~"
    요 말을 좀 자주 씁니다.
    반성하고 고쳐야겠어요^^

    선생님이 알려주신대로 만든 떡볶이
    정말 맛있었답니다.

    똑같이 따라해서 만들었더니
    애들이 "오늘 떡볶이가 젤 맛있다~" 하는겁니다.ㅎㅎㅎ
    그 이후로 떡볶이 자주 만들어 먹어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선생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 17. tokkiya
    '10.11.9 6:20 PM

    맛있어 보이네요 내일 모레 저희집에서 속회 보는데 떡볶이와 어묵국을 끓여야 되겟어요 추운 날에 딱 맞을 것 같아요

  • 18. mabelle
    '10.11.9 10:43 PM

    선생님, 넘 귀여우세요. 정말 예쁘고 귀여우신 할머니 되실것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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