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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오늘 저녁 메뉴~ [오덕삼]

| 조회수 : 12,154 | 추천수 : 183
작성일 : 2010-09-19 21:48:33
오늘 추석장을 보았습니다.

하도 하늘 만큼 올라버린 물가 얘기를 많이 들어서,
아주 큰 맘 먹고, 그리고 배에 힘을 꽉 주고 마트에 들어섰습죠.
아무리 비싸도 놀라지 않는다, 아무리 비싸도 살건 산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요.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비싸도 살건 다 샀습니다.
사과도 한상자 사고, 배도, 귤도 한상자 사고,
그 비싸다는 시금치, 알배기배추, 대파, 애호박, 느타리버섯 등등 다 샀습니다.
다만, 까놓은 토란이 너무 비싸서, 피토란을 넉넉히 샀고,
도라지도 까놓은 것 대신 피도라지 골라 담았습니다.
한우 우둔 산적거리, 다른 때같으면 3쪽씩 담긴 것 2팩은 샀을텐데, 그냥 1팩만 샀습니다.
사과나 배도 7.5㎏짜리 대신 오늘은 5㎏짜리로 샀고, 100g에 2천6백원이나 하는 느타리버섯은 양을 좀 줄였습니다.
느타리버섯이 비싸지 않을 때에는 2㎏ 들이 한상자를 사기도 했는데 말이죠, 오늘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가짓수는 줄이지 않았지만 양을 줄이거나 손질되지 않는 것들 샀더니, 합계는 여느 때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아요.
비싸면 비싼대로 아껴서, 싸면 싼대로 넉넉하게...이렇게 살 수 밖에는 없는 거잖아요.  




무 한개 2천9백90원, 알배기 배추 1포기(약 600g 정도) 3천8백28원, 미나리 조금 1천6백50원,
모두 이 나박김치 한통을 담그려고 산 것들이지요.
무 배추 값이 비싸서 잠시나마, 파는 나박김치를 사고 말까 하는 유혹에도 흔들렸으나,
재료 사다 오후에 담갔습니다.

오늘 나박김치는 찹쌀풀 대신 밀가루풀 쑤고,
무와 배를 믹서에 갈아서 면보에 짜 즙만 넣어 국물을 잡았더니, 익기도 전에 대박 조짐!
ㅋㅋ...비싼 재료 사다 집에서 담근 보람이 있을 듯 합니다. 크크..




얼갈이배추를 데쳐서 우거지를 만들어 된장국을 끓여먹고 싶었으나,
채소값이 내린 다음(언제일지 기약도 없으나...ㅠㅠ...) 사다먹기로 하고,
알배기배추 잎을 썰어넣고 배추국을 끓였습니다.

사골곰탕 두세끼 먹고나니 서서히 물리기 시작하길래,
사골곰탕에 된장풀고 알배기배추 파 마늘 청양고추를 넣어 끓였습니다.

오늘 같이 축축한 날 썩 잘 어울리는 시원하면서도 진한 맛의 된장국이었답니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 메뉴 오덕삼!!
오징어의 오,
더덕의 덕,
삼겹살의 삼!

각각 고추장 양념에 재웠다가 한꺼번에 볶았습니다.
제 입에는 더덕이 제일 맛있고, 그 다음에 오징어, 삼겹살이 제일 맛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집의 육식인간 들 입맛은 저와 다른 듯!




이렇게 해서 상에 올렸더니, 우리집 식구들 재료를 헷갈려 하더라구요.
재료가 두부 아니냐구요?
땡, 틀렸습니다! 두부가 아니라 어묵입니다.

우리 친정어머니 옛날에, 어묵을 사시면 볶아도 주셨지만,
이따금 양념간장 발라서 연탄불에 구워주셨는데요, 그게 그렇게 맛있었어요.
그 생각이 나길래 양념간장 발라서 프라이팬에 구웠습니다.
프라이팬에 구우면 어묵조림과 뭐가 달라? 싶으시겠지만, 맛이 다릅니다.

밥을 먹고났는데...오늘은 덥지않은 정도가 아니라 살짝 춥기까지 하네요.
어제 낮까지만 해도 더워 더워 했었는데,
오늘 저녁에는 잠깐이나마 보일러도 돌렸네요.
너무 변덕스런 날씨, 이런 때는 감기 조심해야죠?
환절기 건강 주의 하세요.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이미
    '10.9.19 9:55 PM

    아 일등

  • 2. 에이미
    '10.9.19 9:57 PM

    첫 댓글의 영광이 이런거군요
    복권에라도 당첨된듯한 느낌..
    배추국 먹고싶어요

  • 3. 놀부
    '10.9.19 10:02 PM

    배추국 맛있어 보입니다 어묵조림도 요번주 같이 해먹어 볼려구요

  • 4. 좋은소리
    '10.9.19 10:20 PM

    일단 순위권...

  • 5. 좋은소리
    '10.9.19 10:23 PM

    이야...세상에...삼등...
    어묵조림 맛나보이네요
    배추된장국...언제나 맛볼수 있으려나..
    물가는 언제나 잡으련지....기약이 없지요.

  • 6. 내이름은룰라
    '10.9.19 10:43 PM

    저도 배추 왕창 넣고 푸욱 끓이는 배추 된장국 정말 ..
    낼 월요장에 함 기웃거려야겠어요

    어묵을 굽는다..
    집에 1+1 산거 있는데 함 해볼까나 싶네요

    샘 즐건 추석 보내세요~

  • 7. 살림열공
    '10.9.19 11:50 PM

    나박김치가 보기에도 시원해 보입니다.
    어묵구이 담은 그릇의 질감이 독특하네요. ^^

  • 8. crisp
    '10.9.20 12:52 AM

    어묵 그릇 예술이네요~~

  • 9. 변인주
    '10.9.20 6:34 AM

    한결같은 선생님의 음식이야기가 저를 늘 편안하게 해 줍니다.

    명절엔 늘 주부의 희생위에 기쁨이 있는거라고 여겨지네요.

    힘들지만 보람있는 추석 즐거우시길 빕니다.

  • 10. 어설프니
    '10.9.20 8:34 AM

    추석장을 보지 않아도 먹고 살아야겠기에 살건 사게 되더라구요...
    그나마 두식구라 다른댁들보다 부담은 덜하지만,,,,
    그래도 그 덕에 필요한 양만큼만 사게 되는 좋은점도 있네요...

    그럼, 추석 잘 보내십시오....

  • 11. bistro
    '10.9.20 12:03 PM

    저희 엄마가 고기국물에 된장 풀고 배추 넣어 저런 국 잘 끓이시는데...
    더워서 한참 그 생각은 안났었는데....아 한 수저 들고 싶어요 ㅠㅠ

    아...따님 결혼하기 전 마지막 명절이겠네요...가족들과 뜻깊은 시간 되시길...

  • 12. 그린
    '10.9.20 3:34 PM

    정말 물가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오른 건 맞더라구요.
    저도 가짓 수를 줄일 수 없어 양을 줄이긴 했는데
    이래 저래 맘이 안 편한 건 어쩔 수 없네요...ㅜㅜ

    어제 어묵볶음 해서 먹었는데
    진작 알았으면 저도 선생님따라 어묵구이를 할 걸 그랬나봐요.
    훨씬 얌전하고 깔끔해 보이네요.^^

    선생님, 추석 평안하게 잘 지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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