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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뻔뻔한 저녁밥

| 조회수 : 17,103 | 추천수 : 150
작성일 : 2010-09-02 20:35:54


다들, 태풍 피해는 없으신지요?
다들, 무고하신지요?
다들, 별 일 없으셔야 할텐데....


태어나서 50여년을 살면서, 이렇게 무서운 새벽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새벽 5시반에, 저희 아파트 무너지는 줄 알고 잠에 깨어났더랬습니다.
거의 두시간동안 바람소리 창문소리가 어찌나 무서운지..
우리집 문짝이 떨어져서 마당에 세워져있는 다른 집 차위로 떨어지면 어쩌나,
영화해서 봤던 대로 아파트가 쩍쩍 갈라지면 어쩌나...
정말 노심초사했답니다.


아침에는 태풍 때문에 있는 기운 없는 기운 다 빼고,
낮에는 오늘 꼭 사야할 물건들이 있어서, 종로로, 명동으로, 논현동으로 돌아다녔더니,
완전 그로기상태입니다.

저녁은 뭘 먹어야할지...
kimys는 나가먹자고 하는데, 나가 먹을  기운도 없었습니다.
이때 반짝 하고 떠오르는 생각!
냉동실에 시판 물만두가 한봉지 있었어요.

고기 육수 내려면 또 양지머리 해동하고 어쩌고, 시간도 없고 해서,
마른 새우, 디포리, 멸치, 표고버섯 등을 넣고 육수를 진하게 냈습니다.
이 육수에 냉장고에 있는 대로 새송이버섯, 양파, 당근, 파, 마늘, 달걀을 넣어서 만두국을 끓였습니다.
국물이 정말 시원했어요.
울 시어머니, 너무 맛있다고 드셔서...약간은 송구했습니다. 집에 빚은 만두도 아니고, 오직 육수만 낸 건데...

그런데요, 약간 송구하긴 해도, 종종 이렇게 뻔뻔한 저녁상도 차리려고 해요.
식구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제가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닌데, 요즘 컨디션이 바닥입니다.
식구들에게 일부러 아픈 척을 할 필요도 없지만, 없는 기운 있는 척도 하기 싫어서, 대충 살려구요.
그러다보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겠죠, 뭐.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영이네
    '10.9.2 8:41 PM

    제가 보기에 평상시 생일상차림이시기 때문에
    전혀 뻔뻔한 상차림 아닙니다

  • 2. yunii
    '10.9.2 8:47 PM

    어머니도 아셨을꺼예요~ 그래서 더 맛있게 잡수신게 아닐까요?
    그리고 국물에 정성이 들어갔으니 더더욱 맛있게 드셨겠죠~
    언능 컨디션 회복하세요..
    그동안 집 수리하고 주방정리하시느라 힘드셨을꺼예요..
    아마 다른사람 같았으면 며칠 몸살로 앓아누었을꺼예요..
    선생님 힘내세요!!

  • 3. 깜장이 집사
    '10.9.2 9:04 PM

    저희 아파트 뒷베란다쪽이 온통 북한산인데.. 새벽에 무서워서 침대에 누워 창 밖만 바라보았습니다..
    거센 바람에 유리창들이 산산조각 나는 상상..
    산에 있는 나무들이 바람에 뿌리가 뽑혀 저희 집 베란다 창문에 꽂히는 상상 등등..
    정말 무서운 하루였습니다..

    몇 시간 지나니 태평한 게.. 지은죄 속죄할 시간 줄테니 착하게 살라는 하늘의 말씀같기도 하고..
    뭐 여러가지가 생각나는 하루였네요..

  • 4. 그린
    '10.9.2 10:19 PM

    정말 오늘 아침 어찌나 심란하던지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내내 뉴스보면서 바깥 내다보며 지냈습니다.
    저녁 뉴스에 태풍 피해 난 것 보니 어찌나 처참하던지....ㅜㅜ

    그나저나 명절이 다가오고 있으니
    여러 가지로 심란한 마음이 드시기도 할 듯 해요.
    해마다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일단 마음의 부담은 가득하잖아요.

    선생님~~
    그간 힘든 일로 애쓰셨으니까
    며칠간만이라도 편안하게 릴랙스 하심 어떨까요?^^

  • 5. candy
    '10.9.2 10:26 PM

    어느 회사 물만두인가 궁금해지네요...^^
    오랫만에 순위권~ㅋ

  • 6. 둥이둥이
    '10.9.2 11:47 PM

    선생님...힘내세요!!
    더운 여름에 너무 일을 많이 하셔서 그러실꺼에요...
    푹~ 잘 쉬시고..일은 꼭 필요한 것만 하시구요..
    오늘 전 10여년만에 물에 빠진 날이에요~
    수영 기초반 등록했거든요..^^;;
    운동.이란 것 한번 해볼려구요~
    선생님도 올 가을에 좋아하는 것 많이 하며 사셨음 좋겠네요...
    넘 무서운 태풍 가고..멋진 가을이 올테니까요...^^

  • 7. 비오는날
    '10.9.3 12:11 AM

    선생님 컨디션 바다이라 하셔서 간만에 로그인 합니다...
    저도 남들은 저에게 부러울거 진짜 없다고 하지만 힘든거 많거든요...
    편하게 사세요, 꼭요!!!!

  • 8. 진선미애
    '10.9.3 10:06 AM

    얼마전 남편이 '왜이리 기운이 없고 아무생각이 없을까' 몇번 그러더니
    퇴근길에 검은 봉다리를 내밀더라구요
    ------깨끗하게 손질된 장어 ...
    푹 고아서 저하고 애들은 비려서 못먹고 남편만 줄기차게 먹였답니다
    그뒤로 기운을 좀 차리더라구요
    샘도 주방리모델링이랑 더위랑 이것저것 에너지가 다 소진된듯하니
    보약이든 땡기는 음식이든 뭐든 드시고 기운 보충좀 하셔요
    곧 추석이라 또 바빠지실텐데..........................

  • 9. 루비레드
    '10.9.3 10:08 AM

    요즘 제 컨디션도 그런데 선생님도 그러시네요.ㅠㅠ
    저는 오늘 아침에 떡국 끓였습니다. -_-;;
    저도 태풍 새벽 잠을 못 잤는데 정말 후덜덜하게 무섭더라구요.
    그런데 코까지 골며 자는 저희 집 부녀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더라구요.
    사람마다 참 다르구나 싶어서요. 선생님도 현수막 방충망 막 날아다니는거 보셨겠군요 ㅠㅠ

  • 10. 문선맘
    '10.9.3 10:12 AM

    최근 2-3년 빼고는 매년 여름과 초가을에 태풍을 맞이했던 남쪽지방에 사는데요..
    고층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바람이 특히 심할땐 유리창이 없는 화장실로
    피하셔야 해요..
    이번 태풍으로 중부지방에 사시는 분들 정말 놀랐겠어요.. 우리 82회원님들 중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 없어야 할텐데요.

  • 11. 올리비아 사랑해
    '10.9.3 6:16 PM

    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집은요..흑흑 매일 뻔뻔함의 정상을 달립니다요...
    오늘도 외출했다가 동네 인터넷카페에서 맛있다고 쪼메 소문난 김밥집에서 김밥 사왔어요...
    제발 신랑이 저녁을 먹고 들어와 줘야할텐데...

  • 12. 성암농장
    '10.9.10 10:55 AM

    요즘 비가 많이 와서 과수는 수확량이 안좋을 듯 하네요...ㅎ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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