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별난 영계백숙!

| 조회수 : 12,016 | 추천수 : 225
작성일 : 2010-04-26 21:30:33


시어머니께서, 연세 탓인지, 영 기운이 없으신 것 같아요.

따님네서 2주동안 머무르셨는데요,
그동안 큰 시누이가 얼마나 잘 해드렸을 지, 안봐도 비디오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독이 덜 풀리신 것 같아요.

연세가 연세인지라 자동차를 타고 다니시는 것만도 피곤하신지,
토요일 나들이의 피로가 영 안풀리시지 않아 어제도 하루 종일 기운없어 하시는 거에요.

닭이나 푹 고아서 드시게 하면 기운을 차리시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영계 두마리 사왔어요.

평소 하는대로 마늘 대추 황기 넣고 고는 것보다 좀 특별하게 해드리려고,
흑마늘과 능이버섯을 넣었어요. 요즘 길에 가다보면 능이백숙을 하는 집이 많길래, 저도 좀 해보려고 했던 건데요,
그랬더니 마치 오골계라도 곤 듯 국물이 이렇게 새까맣게 됐답니다.
능이버섯은 물에 불린 후 넣어야 하는 건가봐요, 마른 상태로 그냥 넣었더니, 닭은 푹 물렀는데,
능이는 완전히 다 무르지 않았더라구요, ^^;;, 담에 꼭 불려서 해야겠어요.




얘네들이 능이버섯과 흑마늘입니다.

국물을 떠먹어보니, 닭국물 같지않고, 흑마늘 국물 같습니다.
닭의 느끼함, 닭 특유의 냄새는 전혀 없어요.
닭고기도 너무 푹 끓여서,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은거 있죠?
'물에 빠뜨린 닭'은 잘 안먹으려고 하는 kimys까지도 아주 잘먹어주네요.ㅋㅋ...




제가 아주...정신을 놓고 다니고 있습니다.
영계 두마리 덜렁덜렁 사가지고 오면서 찹쌀은 안 사가지고 온 거 있죠?
할 수 없이 현미찹쌀을 두시간 정도 불렸다가 밥을 지었어요.
그 밥을 백숙 국물에 넣어서 죽을 쑤었는데요, 보통 찹쌀 넣고 하는 것보다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네요.

어쨌든, 덕분에 울 시어머니께 고맙단 소릴 다 들었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시고, "잘 먹었다" 소리는 아주 가끔 하셔도,
"잘 먹었다, 나한테 잘 해줘서 고맙다" 소리는 오늘 처음 들은 것 같아요.
능이와 흑마늘에 감동하신듯~~ ^^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51m
    '10.4.26 9:38 PM

    1등을 외치고~~
    야호

  • 2. 큰바다
    '10.4.26 9:39 PM

    1등!
    낼 딸들도 시험 잘 볼 것 같은 느낌!

    백숙이 영양가 아주 높을 것 같아요!
    기운 회복하는데 정성이 더해져 효과 좋을 것 같네요

  • 3. 051m
    '10.4.26 9:43 PM

    영양이 가득해 보이는 사진입니다.
    진심 어린 손길로 만들어낸 최고의 밥상인 것 같아요.
    닭을 제일 좋아하는 딸이 저보고 제발 <물에 빠뜨린 닭>은 하지 말아달라고...
    선생님의 표현이 재미있어 따라 해봅니다.

  • 4. 하늘
    '10.4.26 10:01 PM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지셨나봐요.

    이제 기운차리실것 같으셔요. 선생님도 잘 드시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봄비가 제법 많이 오네요. 비 그친 뒤 쌀쌀할 것 같아요. 감기조심하세요.

  • 5. 레몬사탕
    '10.4.26 10:36 PM

    시어머님 말씀읽고 덧글달려고 로긴했어요 ^^
    선생님!! 오랫만이죠???? 제가 요즘 홀릭하는일이 있어서 컴을 멀리했네요

    연세드신 시어머님께서 저렇게 말씀하셨다니....막 제가 감동되네요..
    어른 모시고 사는게 얼마나 힘든일인데..늘 선생님 뵈면 정말 대단하시다...싶은 생각들때
    많아요..존경스러워요....정말 효부세요~~ ^^

  • 6. 퀼트맘
    '10.4.26 11:48 PM

    갑자기 저희 시어머니께 죄송해지네요.
    혼자 사시는데 가끔 반찬을 해가긴 하는데 이렇게 정성 들어간 음식은
    못해드렸어요. 며칠전부터 시어머니생각이 나서 반찬해가지고 찾아뵈야겠구나 했는데
    저렇게 해드리면 잘 잡수실거 같네요.

  • 7. 김미숙
    '10.4.27 7:33 AM

    항상 시어머님을 정성을 다하여 모시는것을 보면 참 대단하세요
    복 받을실 거예요
    아이들도 나중에 선생님 하셨던것 처럼 보고 배운대로 하지않을까요!

  • 8. 진선미애
    '10.4.27 10:00 AM

    백숙도 그렇고 어머님 말씀도 그렇고 ..감동이어요

    얼마전 남편혼자 시골 시댁 갈일 있어서 가는편에 백숙을 나름 신경쓰서 끓여서 보냈더니
    시아버지께서 고맙다.. 맛있다.. 시며 몇번이나 말씀하시더라고 남편이 전하더라구요

    어른들께선 연세가 드실수록 어린애같은 마음이 되는것 같은데 중간에 끼인 저희들은 자식들 챙기기만 바쁘고 부모님께는 그 반도 못하고 사니 ...........

    오늘 희첩은 감동받고 &반성하게 만드시네요^^;;

  • 9. 얀이~
    '10.4.27 10:46 AM

    항상 샘의 음식과 글에서 감동받습니다.
    이번주에 저희집에도 시골에 계시는 시부모님께서 놀러오시는데 마음가득 정성가득한 음식으로 모셔야겠습니다. 감사해요 샘~~

  • 10. 클라라슈만
    '10.4.27 11:14 AM

    능이버섯을 한 번 구해서 저도 이렇게 해보고싶어요.
    우리집에선 황기넣고 닭곰탕을 끓여먹거든요.
    시어머님께 일부러라도 사랑해요 어머니~ 해드립니다.
    닭살 돋고 쑥쓰러워서 자주는 못하지만, 어머님도 그래 나도 사랑한다 하시며 좋아하세요.
    저도 어느새 목이 메어오고요... 어떨때 서운한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의 하나뿐인 어머니... 잘해드리고싶네요...
    선생님의 마음, 어머님도 그대로 느끼신 게 분명해요...

  • 11. 기다리는마음
    '10.4.27 12:45 PM

    선생님도.. 어머니도.. 두 분 모두 정말 최고십니다...
    언제나 그렇게 늘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 12. 철이댁
    '10.4.27 3:14 PM

    몸도 마음도 따뜻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백숙입니다.
    근데 국물 색은 영 거시기 하다는...ㅎㅎ

  • 13. 수산나
    '10.4.27 5:42 PM

    따뜻함이 가득합니다.
    두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딸 이름도 기억 못하는
    울 어머니한테 백숙 끓여 보내야 겠어요

  • 14. 열씸히~
    '10.4.27 8:09 PM

    시어머님 돌아가신지 1년반 정도 되었습니다
    계실때 좀 더 잘 해드리지 못해 두고두고 죄송한데요~
    저희 시어머님도 말씀 잘 안하시는 분이셨는데,
    장마철 퇴근길에 해물 사다 파전 해드렸을 때랑
    미나리 넣고 낚지볶음 해드렸을 때,
    '잘 먹었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 나네요.
    고부간 서로에게 오래도록 잘하는거 쉽지 않은 일인데요,
    선생님 마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
    어머니께서 선생님의 진심을 느끼시고 고맙다 하시는 것 같아요
    복 받으실거에요~ ^^

  • 15. 이호례
    '10.4.28 3:31 AM

    어머님께서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저도 새댁 시절 토종닭을 한마리 외할머니 기운 없으실때
    삶아 드렸더니 입맛 돌아와 건강을 되찾으셨어요
    요즘도 외아저씨들께서 저 많이 예뻐해 주십니다

  • 16. 민남교맘
    '10.4.28 11:50 AM

    마지막 할머님 말씀에 웬지 제가 들은것마냥 마음이 짠~하네요.

  • 17. 사랑니
    '10.4.29 12:18 AM

    선생님~ 복 받으실거예요. 제가 다 뿌듯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74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98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98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70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01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1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7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97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5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20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7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08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33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10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6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79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83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42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01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4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18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5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23
3324 산책 14 2013/11/10 13,361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2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