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헉, 눈폭탄이...

| 조회수 : 12,783 | 추천수 : 233
작성일 : 2010-01-04 21:18:01


다들, 오늘 쏟아진 눈폭탄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눈으로 인한 피해나, 부상은 입지 않으셨는지, 걱정됩니다. 별 일 없으신거죠?
많이들 하시지 않았겠지만, 운전들도 조심하셨죠?

태어나서, 어릴 때 전근 다니신 아버지를 따라 아주 잠깐 지방에 살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오십몇년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로서는 정말 처음 보는 큰 눈이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줄기차게 내리는지요?

저희 집 뒷베란다에서는 녹번삼거리가,
앞베란다에서는 비록 아파트가 좀 가려지기는 하지만, 홍은동으로 향하는 큰길이 보이는데요,
옴짝달싹 못하고,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들을 보고,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안타깝다고 해서 제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마치 차에 갇혀있는 듯 발을 동동 구르게 되더라구요.
새해 첫출근길에, 이런 봉변이 어디 있겠어요?




오늘, 특별히 외출할 일도 없었지만,
외출할 일이 있다해도, 아마 모든 일정을 취소했을 거에요.
제가...무지 잘 넘어지거든요.

낮에 노인정에 나가시는 어머니도,
어지간히 눈이 오면, 나가시지 말라고 붙잡아도 뿌리치고 노인정에 나가시는데,
오늘은 너무 많이 오니까, 나가실 엄두조차 내지 못하시더라구요.

낮에는 어머니를 위해서 닭 날개를 튀겼습니다.
닭은 어제밤에 미리 소금 후추 뿌려서 밑간해뒀었고,
오늘은 녹말가루 2: 쌀가루 1을 섞어서 튀김가루를 만들어,
닭날개에 묻혀주고, 달걀 하나 풀어서 넣어준 후 식용유에 튀겼습니다.

실험삼아 쌀가루를 넣었는데, 생각 같아서는 튀김이 아주 바삭바삭할 알았는데,
뜻밖에도 딱딱하지도 않고, 먹기좋을 정도로 부드러웠어요.




저녁엔 무늬만 햄버거스테이크를 구웠습니다.
며칠전에 녹두전에 넣으려고 사온 돼지고기 다짐육이 좀 있었어요.
쇠고기 다짐육은 없고 해서, 대신 감자와 양파를 좀 넉넉하게 커터에 갈아서 넣었어요.
소금 후추, 그리고 넛멕을 조금 넣어 간했구요, 감자 양파가 많이 들어가 반죽이 너무 질쭉해서,
집에 있던 식빵 한쪽 커터에 갈아서 빵가루 만들어 넣어줬는데요,
맛이 꽤 괜찮았습니다. 특히 아주 부드러워서, 치아 좋지 않으신 울 시어머니, 잘 잡수시네요.

게다가, 소스가 좋았어요.
소스는 귀찮길래, 그냥 시판 돈까스소스 2: 시판 살사소스 1의 비율로 섞어서 한번 끓여준 후
햄버거 위에 얹어줬습니다.
위스키에 넣어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수제 햄버거스테이크 소스 무색하리만치, 썩 괜찮은 소스가 되었습니다.




어제 씻은 어린잎채소, 샐러드 스피너에 넣어 물기를 뺀 다음 어제 저녁 식탁에 올렸는데, 조금 남았더랬어요.
샐러드 스피너에 담긴 채로 그냥 다용도실에 두고 잤는데, 오늘 저녁 때까지 싱싱한 상태로 있는 거 있죠?
저희 집 부엌쪽 다용도실, 북향인 만큼 그 자체가 커다란 냉장고 입니다.
며칠전에 복어 택배상자에 들어있던 얼음이 아직까지 녹지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소스 역시 어제 조금 남았던 드레싱 얹어주고...




만만한 게...감자샐러드입니다.
감자 달걀 사과는 늘 있는 것이고, 오이는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만, 집앞 구멍가게에만 나가도 있으니까.
다행하게도 오이도 집에 있었어요.
있는 재료로 한 접시 뚝딱!




제가 먼저 타던 차는 전륜구동형이었는데,  얼마전 바꾼 차가 후륜구동형입니다.
하도 주변에서 후륜구동형 차가 눈길에 잘 미끄러진다고 겁을 줘서,
눈이 이렇게 많이 오지 않아도, 눈이 조금만 와도 운전하지 않겠다,
아니 아예 올 겨울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겠다 마음먹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저런 약속들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고 있지요.
이번 주 내내 한파가 몰아닥친다고 하니까, 꼼짝 않고 집에 있으려고 해요.
이럴때 소창 한필 사다놓은 거 있으면 행주나 만들면서 지내면 좋은데...
이번 한주도 시장 안보고 차려먹는 저녁밥상 시리즈나 계속할까봐요.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우
    '10.1.4 9:20 PM

    헉!!1등!!

  • 2. 나우
    '10.1.4 9:23 PM

    ㅎㅎ 이런 영광이..
    작년엔가 한번 1등으로 댓글 달고 오늘이 두번째네요~~^^
    저두 오늘 보통 차로 10분 걸리는 출근길을 1시간 20분 걸려서 간신히 도착했답니다..
    얼른 날씨도 좀 풀리고, 눈도 다 녹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저 닭튀김 너무 맛있어보여요~~

  • 3. 긍정의힘
    '10.1.4 9:40 PM

    시장 안 보고 차리는 상차림인데도 시장 보고 차리는 저희집보다 참 훌륭합니다.
    치킨이 먹고 싶어요.
    내일은 애덜 간식으로 해주게 눈길을 뚫고 닭 사러 가야겠어요.

  • 4. 봄(수세미)
    '10.1.4 10:49 PM

    선생님~새배 드릴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받은 복 다 누리세요^^

    저는 오늘 출근 안했어요.
    택배사 전체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답니다.
    중앙물류센타에서 못 움직이니 모든 영업소도 올 스톱예요.

    그래서 방학한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로 남으려고
    하루종일 히트 레시피 열어두고 종일 주방에 서 있었어요.
    물론..감자샐러드도 있었구요^^

    오늘 종일 주방에 서 있던 결과물(식탁)을 보고는..
    식욕좋은 중딩 아들이...
    "엄마, 담부터는 주방에 많이 서 있지 마세요"
    (그럼에도 별로 지 입맛에 맛는게 없다는거죠.ㅠㅠ)

    낮에 탕수육하고 남은 기름으로..내일은 닭튀김해야겠어요.
    이제..중딩아들 밤참으로 잔치국수 만들러 갑니다.^^

  • 5. 나비부인
    '10.1.4 11:22 PM

    정말 눈폭탄이라는 단어가 제일 적당하네요.
    새벽에도 안내렸던눈이 내리기시작하면서부터 무섭게 내렸다는....
    너무나도 많이 내려버렸기에... 서울교통이 마비가되는.... 폭탄맞은거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건지...
    근대... 전 지금부터가 더 걱정이네요.
    영하권으로 뚝떨어진 기온탓에... 내일 빙판길이 너무 걱정이에요.
    그전에 제설작업이 다 된다면... 다행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작업인원에... 휴... 몇일 고생스런 교통길이겠네요..

    저요? 일안나가는.. 전업주부에요.
    교통걱정만 하다보니 제가 무슨 맞벌이 같네요. ^^
    눈덕에 우리집아이들 오늘 집에서 모처럼 같이 보냈네요.

  • 6. 살림열공
    '10.1.5 1:04 AM

    헉 접시가!
    너무 예뻐요,

  • 7. 커피번
    '10.1.5 8:00 AM

    홍은동, 녹번동,,듣기만해도 그리운 동네네요.
    제 고향이 연신내랍니다~
    불광동 30년 살다가 결혼후 남편 회사 따라 남쪽으로 왔는데,
    여기도 10년 넘도록 못보던 큰눈이 왔어요.
    애들은 좋다고 신나하지만, 모든게 걱정이예요.
    밖에 나갈 엄두가 안나네요. 무서워서...

  • 8. 또하나의풍경
    '10.1.5 8:15 AM

    시장안보고 차려먹는 식사메뉴 정말 기대되요~~~
    어제 저희집 아이들 나가서 눈놀이 했는데 (애아빠랑) 둘째녀석(6살) 말에 의하면 발이 푹푹 빠지더래요 ㅎㅎ
    자기 다리를 가르키며 무릎 밑까지 빠졌다고 해서 저도 놀랐거든요.
    저도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눈 많이 내린거 본적 처음인듯 싶더라구요 @@;

  • 9. yuni
    '10.1.5 8:30 AM

    어제 같은날 밖에 안나가시길 잘하셨어요.
    어제 우리집 남자는 자유로 진입길 언덕에서 못올라가 4시간 실랑이 하다가
    후진, 후진해서 도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ㅎㅎㅎ
    뒤에 트럭보고 밀어달라 그러다가 후미등만 하나 깨먹고..
    후진구동이 그게 영 안 좋네요.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체인연결 고리도 하나 없어져 버려 체인도 못쓰고..
    아무튼 운전 경력 30년에 처음이라네요 ㅎㅎㅎ
    전 시장 안보고 밥차리기를 하려니 당장 달걀, 파 이런것도 없어요
    이래저래 뒤뚱뒤뚱 마트에는 한번 다녀와야겠어요.

  • 10. chatenay
    '10.1.5 5:02 PM

    어제..너무 눈이 많이오길래 하루쉬고 오늘 나와보니..허걱!!
    길이 장난이 아니네요....택시도 잘 없고....벌벌거리며 다리에 힘주고 다녔더니 다리가 아파요..
    이번주 내내 춥다는데 걱정이예요....
    상큼한 샐러드...저도 해먹을래요~^________^
    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용~

  • 11. cookinggirl
    '10.1.5 6:58 PM

    이 아름다운 접시 이름이 뭡니까?
    그릇+ 음식의 조합이 예술입니다.

  • 12. 수박나무
    '10.1.6 9:32 AM

    저두, 그릇이 궁금하네요.

  • 13. 김혜경
    '10.1.6 10:01 AM

    아...그릇이요..
    이거 겐조인데요...무늬가 화려해서, 소박한 음식을 담아도 뭔가 있어보이게 하는 힘이 있어서요,
    반찬 시원치 않을 때 주로 쓰는 접시이지요.
    그동안 많이 썼던 그릇인데...수박나무님, 그동안 못보셨어요??

  • 14. 초록강
    '10.1.7 3:23 PM

    부상당하기 쉽상인 눈천지입니다.
    이렇게 많은 눈은 기록적이라니
    외출은 당분간 삼가하심이 좋을듯 하네요.
    그런데
    그릇과 음식의 셋팅이 참 조화로워요.~

  • 15. 아따맘마
    '10.1.7 8:33 PM

    선생님 어쩌죠..
    지금 제가 며칠째 소화가 안되서 밥먹고 약먹고..
    이렇게 미련한 행동만 하다가
    오늘은 꾹 참고 굶어볼까...생각중이었는데..
    이 시간에 선생님의 오늘먹거리사진을 보는 순간...
    식욕이 확 땡깁니다..
    그것도 소화 엄청 안되는 닭튀김과 햄버거스테이크에...
    참아야 하나요..뭔가 집어넣어야 하나요..

  • 16. 연유바게뜨
    '10.1.27 3:09 PM

    선생님 너무 맛있어보이네요 샐러드도 싱싱해보이면서 색감도좋고 감자샐러드는 노르스름하니
    너무 맛있어보이네요 스테이크소스도 그렇게하면 쉽게 맛있게먹겠네요 어쩌면 전부
    맛있어보이네요 겐조그릇같은데 너무 잘 어울리고 맛도 근사해보이네요 그냥 있을수가없어
    글올리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77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98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98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70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01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1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7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97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5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20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7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08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33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10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6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79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83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42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01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4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18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5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23
3324 산책 14 2013/11/10 13,361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2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