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시장 안가고 차리는 저녁밥상 3 [묵잡채]

| 조회수 : 12,607 | 추천수 : 216
작성일 : 2009-12-20 20:21:14


어제 오후엔,
막내시누이 가족들이 어머니 모시고 외식하고 싶다고 왔었어요.
그런데...제가 나가지 말자고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구요.  또 나가 먹어봐야...그렇잖아요?
재워뒀던 불고기 굽고, 굴비 굽고, '완전정복' 하느라고 만들었으나 먹지않고 두었던 감자샐러드 꺼내고,
구운 김에, 국에...이럭저럭 한끼 때웠습니다.
날씨가 추우니까 움추러들어서, 뭔가 새반찬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들더라구요.

오늘은...어제보다는 덜 추운 것 같아요.
하루 종일 TV앞에서 뒹굴뒹굴, 책도 봤다가,TV도 봤다가..저녁에는 또 집안에 있는 재료들을 들들 뒤졌습니다.




먹다둔 묵말랭이 생각이 나길래, 보들보들해질때까지 삶아서,
역시 먹다가 반개씩 남겨둔 삼색파프리카를 꺼내서, ¼개씩 잘라 채썰고,
표고버섯 불려서 채썰고, 양파도 채썰고,
어제 굽고 두어조각 남은 불고기도 잘 펴서 구운 후 채썰어주고,
묵잡채를 했습니다.
묵잡채 만드는 법은 칭찬받은 쉬운요리 개정판 200페이지에 있구요,
옛날 희망수첩에도 과정셧과 함께 만드는 법이 있습니다.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note&page=1&sn1=&divpage=1&sn=off&ss...

도토리묵 그냥 먹거나 무쳐먹는 것도 맛있지만,
이렇게 도토리묵 말랭이를 잡채로 해먹는 것도 별미지요.




묵잡채를 준비하면서, 뭔가 상큼한 것이 먹고 싶어서,
오이 반개, 사과 반개씩 썰었습니다.
양념은 지난번에 만들어둔 매운맛 베이스 2큰술에, 소금만 살짝 넣어 무쳤어요.

오이, 소금에 절이지도 않고 생으로 썼고,
파 마늘도 안넣고, 참기름도 안넣고, 소금과 매운맛 베이스이외에는 아무 것도 넣질 않았는데,
굉장히 개운한 맛이 났습니다.

물론 재료들을 절여서 물기를 꼭 짠 다음 무친 것이 아니라서, 먹으면서 물이 좀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먹을만큼 조금 무쳐서 남기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러고보니, 제가 12월 들어서 대형마트를 한번도 안간 것 같아요.
사과 배 고기 도가니는 모두 인터넷으로 샀고, 파만 집앞 슈퍼에서 산 것 같아요.
아, 우리 동네에 트럭에 수산물을 싣고 오는 아주머니에게 굴도 한번 샀네요.
오가다가, 파프리카만 삼색으로 사서 들고 들어오고...이달들어서 식비를 거의 안쓰다 시피 했어요.

이 정도로도 잘 버티고 있는 건, 평소에 사다놓은 재료들 덕분입니다.
제가 첫번째 책 '일하면서 밥해먹기'에도 쓴 얘기인 것 같은데요,
집안의 냉장고나 냉동실, 혹은 다용도실에 좀 똘똘한 재료가 몇가지만 있으면, 시장을 가지 못해서, 잘 벼틸 수 있습니다.
떨어지지 않게 꼭 챙겨야한 재료들,
감자, 양파, 파, 마늘, 달걀, 참치통조림, 국거리용 쇠고기, 고등어나 갈치같이 구울수 있는 생선,
표고버섯, 김, 국물용 멸치, 뭐 이런것들만 있으면,
아무리 춥고 눈보라가 친다해도, 시장 안가도 얼마든지 밥상을 차릴 수 있잖아요.

아무튼, 다음날에는 카드대금도 쬐끔밖에 안나올 것 같아요. ^^ 마트를 통 가질 않아서요.
한번 가면 아무리 안써도 5만원, 좀 썼다 하면 10만원도 후딱 넘잖아요.
코스트코 회원도 연장해야하는데, 이것도 지금 안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한번 가면 별로 산 것도 없는 것 같은데 15만원, 20만원 넘기는 건 우습잖아요.
그래서 코스트코를 안 갔다온 달은, 생활비가 아주 넉넉하죠.
낼 모레가 동지이니까, 있던 팥으로 동지팥죽까지 쒀 먹고, 그리고 나서 마트에 갈까봐요.
그래도 1월1일날 아침에는 먹을만한 반찬 몇가지는 해서 상을 차려야하잖아요.
크리스마스 지나고 다음주쯤에나 장을 볼까 싶습니다.
그때까지 시장 안가고 차리는 저녁밥상 시리즈는 이어집니당~~~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ada
    '09.12.20 8:32 PM

    어머어머... 이 시리즈 정말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쭈욱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 2. 엘레나
    '09.12.20 8:45 PM - 삭제된댓글

    저도 요즘 선생님 따라서
    냉장고 뒤져서 나오는거로 반찬해먹는데..
    무엇보다 기분이 참 좋네요.
    냉장고 비워져서 좋고 식비 줄어서 좋고^^
    저도 이 시리즈 쭉 이어지길 기대해요~~

  • 3. 김혜경
    '09.12.20 8:47 PM

    dada님과 엘레나님의 격려에 힘입어,
    내일도 또 해야겠네요. ^^
    내일은 오랜만에 참치전이나 부칠까 싶어요. ^^
    아, 참 냉동실에 프랭크소시지 들어있는데...부대찌개를 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 4. 진선미애
    '09.12.20 9:15 PM

    전 묵을 집에서 만들어서 말린묵인데요
    왜 불려서 삶으면 부서질까요?
    묵잡채를 해놓으면 부서져서 폼이 안나요 - 위의 사진보니까 제가 만든거랑 넘 차이나서 더 속상하네요^^;;
    샘 레시피로 하니까 맛은 좋은데 숟가락으로 먹어야 한다는ㅎㅎ ............

  • 5. 라온제나
    '09.12.21 10:17 AM

    저 이런거 너무 좋아요
    저도 될수 있는 한 집에 있는 재료료 살려고요
    그러니 냉장고도 텅텅 비어가고 넘 좋아요
    요즘 대형마트 가본지 꽤 되었네요
    저도 카드대금이 줄어 들것 같아요
    참치전 기대할게요

  • 6. 오!해피데이
    '09.12.21 3:06 PM

    시장안가고 냉장고 비우기 너무너무 좋아요~
    오래간만에 바다건너 친정에 와서 지내는데요.
    울 엄니 예전보다 냉장고에 가득가득 쟁겨서 살림하시네요.
    요즘 제가 그 냉장고 비우는 재미에 푸욱~빠져 살고 있어서 더 선생님글이 반가운가봐용~
    그나저나 여긴 여름이라 추워서 장보기 힘드신것도 아닌데 울 엄니는 왜 이리 쟁겨서 살림하시는걸 뿌듯해 하실까요? 제가 조금 비워 놨다고 내일 장보러 가자시는데 가서 쪼금만 사자고 졸라야겠어요~ ㅎㅎㅎ

  • 7. 뭉치맘...
    '09.12.21 4:08 PM

    저두 김장한 이후로 마트에 않가고 있슴다..파도 김장때 산거 심어서 조금씩 베어먹고..곧 부자되겠네..^ ^*

  • 8. 프로방스김
    '09.12.21 4:56 PM

    저도 밤묵말랭이가 하나있는데 함해봐야겠어요
    냉장고 털이 아주좋아요 감사합니다

  • 9. 윤주
    '09.12.22 10:37 AM

    시장 안가고....에 눈이 휙~

    이게 뭐야 오늘따라 사과도 똑 떨어졌고....
    말린 묵도 겨울이라 오이도 냉장고에 없으니 맛있는것 따라 해먹으려면
    시장부터 다녀와야 할까봐요....ㅎㅎㅎ

    그래도 우리 냉동실에는 낙석주의 랍니다.
    떡에 굴비에 얼른 먹고 비워야 하는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77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98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98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70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01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1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7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97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5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20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7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08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33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10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6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79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83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42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01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4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18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5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23
3324 산책 14 2013/11/10 13,361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2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