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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여행 3 - 부여 공주

| 조회수 : 11,067 | 추천수 : 173
작성일 : 2009-10-12 01:09:49
고속도로를 달려 오는 도중에 해가 져버리고 말았습니다.
kimys, "담부터는 해 떨어지면 무조건 아무데서나 자자, 깜깜한데 당신 운전하는 거...영 그렇다..."
사실, 깜깜할 때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고속도로 달리는 거 저도 재미없습니다.

암튼 고속도로를 올라설 때만 해도 확실한 목적지가 없었어요.
안면도에서 잘까, 보령에서 잘까...설왕설래하다가, 부여로 정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부여 지도를 하나 받아들고는,
부여관광호텔을 목적지로 찍고 갔는데...부여에는 왜 그리 비포장도로가 많은거에요?
깜깜해서 상황은 파악되지않고, 도무지 관광호텔이 있음직하지 않은 곳으로 내비는 인도하고...




아침에는 국수와 삶은 달걀,
점심은 떡갈비, 이렇게 꼬박 챙겨먹은 탓에 뭔가 간단한 걸로 요기를 하고 싶던 차에,
호텔옆의 한 식당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근사한 한옥 식당으로 분위기로 봐서는 고급한정식집 분위기였으나 팔고있는 식사는 메밀묵 요리들.

우리 둘 다 묵밥을 먹었습니다.
함께 나온 반찬은 맛이 별로 였으나, 묵밥 만큼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들어갈 때는 두 사람 다, 음식을 다 남길 듯, 밥 생각이 없다고 해놓고,
밥까지 한 그릇 말아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먹었습니다.


부여관광호텔에 들어가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눈앞에 백마강이 있고, 왼쪽은 그 유명한 부소산이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부리나케, 백제역사재현단지로 갔습니다.
경주의 보문단지를 벤치마킹한 건지..숙박시설과 더불어, 백제의 건축물을 건설하는 곳이었는데,
개관이 내년이라고 하네요.
가림막 저편으로 궁궐 건물의 지붕끝만 보이는 정도.

아쉬운 대로 백제역사문화관에 갔습니다.
개관시간이 되기도 전에 갔는데, 입장을 시켜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들어가보니까, 그동안 몰랐던 백제의 문화에 대해서 더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인형들을 통해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고,
곳곳에 자료를 검색할 수 있도록 터치스크린을 배치해놓았습니다.




백제역사문화관에서 나와 부소산성으로 갔어요.
아침을 먹어야하는데 먹을 만한 곳이 없어서,
전날 민석은석님이 주신 호두과자를 몇개 아침 대신 먹고 부소산에 올랐습니다.
헉헉 거리면서 낙화암이며 고란사를 둘러보았어요.
고란사 아래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드래공원쪽으로 갔습니다.

사진의 황포돛배 뒤로 보이는 것이 고란사입니다.
고란사 뒷쪽의 샘물을 먹으면 젊어진다 하여, 저도 kimys도 두번이나 떠먹었습니다..ㅋㅋ..




유람선에서 본 낙화암.
부소산 입구에서 낙화암까지 거의 1시간 가까이 걸어가야할 만큼 가깝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올라갔던 것은,
혹시나 낙화암에서 몸을 날린다 해서 백마강으로 빠질 수도 없는, 그런 바위가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였는데...
진짜 낙화암에서 몸을 던지면 백마강에 빠질 것 같기는 하더군요.
삼천궁녀라는 말은 전혀 믿을 수도 없지만...
가면서 kimys가, "한 스무명이나 바위에서 뛰어내린 걸 삼천궁녀라고 하는 건 아닌지..."했는데,
낙화암에서 왔던 어떤 사람들끼리 딱 그렇게 얘기하는 거에요, "여기서 스무명이나 빠진 거 아냐??"
사람들 생각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재밌던지..




구드래로 나와보니,
코스모스 밭이 저를 반겨줬습니다.




때마침 부여국화작목반에서 마련한 국화전시회도 열리고 있어서 둘러봤습니다.

예전에는 가을이 되면 덕수궁에서 국화전시회가 열려,
별별 신기하고 예쁜 국화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냈었는데..요즘은 안열리죠??




부여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사실 뭐가 유명한 지도 모르겠고 해서,
백마강 강변의 한식당에서 민물매운탕을 먹었습니다.

짧은 시간 머무르는 동안 느낀 부여의 인상은...왠지 어수선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그건 제가 묵었던 호텔 부근도 그렇고, 구드래 근처도 그렇고  도로공사가 진행중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또 담양하면 대나무, 떡갈비가 떠오를 만큼 뚜렷하게 부여를 대표하는 그 무엇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어쨌든, 내년에 백제역사재현단지가 완성되고나면, 후년쯤에 다시 부여에 갈 계획이에요.

부여에서는 대전 국립현충원을 향했습니다.
kimys가 자꾸 충청도쯤 가서 자자고 했던 것이..바로 이때문이었어요.
출발하면서부터,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께 들르려고 했대요.

부여에서 국도를 타고 올라오다보니까, 길가 바로 옆에 무령왕릉이 있는 거에요.
바로 그 유명한 송산리 고분군.





먼저 송산리 고분군 모형관에서 송산리 고분에 관한 기초자료를 보고,
고분들과 무령왕릉 부근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짧은 일정동안, 너무 여러곳을 둘러보는 바람에 수박 겉핥기도 그런 겉핥기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더욱 애정을 갖게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이제 올해 남은 계획이라면,
주왕산 단풍을 보는 것과, 제주 올레길을 걷는 것인데...
모두 다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어요.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6층맘
    '09.10.12 1:16 AM

    어머, 나 1등

  • 2. 6층맘
    '09.10.12 1:27 AM

    헤헤, 선생님!
    제가 안자구 있었더니 이런 행운이....
    손이 부들부들 떨리네요. 한글, 영문이 자꾸 헷갈리게 눌려져서요.
    담양 가신 글 읽고 있는데 제 컴이 이상해진 것 때문에 다시 들어오기를 했는데 그 사이에 새 글이 ...
    좌우당간 기분이 좋습니다.
    뭔 행운이 올듯 합니다.

    여행 하신대로 한 번 복습해보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되려는지요.

    행복한 한 주 되세요.

    다시 위로 올라가 여행기 찬찬히 읽어보렵니다.
    어찌나 급하게 댓글을 달았는지 글과 사진 감상도 못했답니다.

    헤헤. 이런 기회에 댓글 1등 다신 분들 클럽이라도 만들까봐요.

  • 3. missh
    '09.10.12 1:27 AM

    한국가면 가보고싶은곳중에 하나예요....신랑한테 이런좋은곳이 있다는걸 꼭 알려주고싶어요~~

  • 4. raoul
    '09.10.12 1:59 AM

    선생님 덕분에 짧은 시간에 경주, 담양, 부여를 다 둘러봤네요..
    물론 대나무 숲에서 불었을 것 같은 소리나는 바람을 듣고 느끼거나 젊어지는 샘물을 마실 순
    없었지만 귀한 사진들 덕분에 아쉬움이 덜하네요.^^

    선생님을 글을 통해 만나오는 동안 마음에 깊이 남아있는 것은 음식만은 아닌 것 같아요.
    행간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나오는 인품이랄까, 세상을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애쓰시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시는 마음 씀씀이가 컴퓨터 너머의 제게까지 전해지거든요.
    그리고 그런 모습이 선생님의 편안한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도 알고 계세요?^^
    저도 나이들면서 선생님을 닮아가는 구석이라도 있어야 할텐데요..ㅋㅋ

    잘 읽어내려오다가 대전 현충원에서 가슴이 턱하고 막혀왔어요.ㅠ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선생님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그리움이 가을이라선지 더더욱 절절합니다. 전 아직 아버지가 옆에 계시지만 철없이 툴툴거릴 때가 많아서 이런 글을 읽는 날이면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구요. 오래 사시겠지만 그래도 마음으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그래서 매순간 마음을 다해서 대해드려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거든요.

    이곳에 오면 항상 선생님을 뵐 수 있고 이런저런 인생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지금이 밤이라 좀 감상적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한 번 쯤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었어요.
    단풍도 보시고 올레길도 걸으시면서 아름다운 가을날 만끽하세요~

  • 5. 비눗방울
    '09.10.12 8:26 AM

    낙화암 저희도 작년에 다녀왔습니다.
    코스모스도....너무 예쁘게 피었던 기억이 나네요.
    딸아이랑 많이 찍었어요.
    반갑네요^^*

  • 6. 달봉맘
    '09.10.12 9:31 AM

    무령왕릉, 저희두 올 6월에 다녀왔었답니다. 공주-온양-아산. 이렇게 다녀왔었어요.
    실물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워 하기도 하면서. 그래도 오래 남겨둘 유산이니 보존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기도 하면서......

    선생님 덕분에 덩달아 눈으로나마 쭈욱 여행한 기분입니다.
    저두 담양, 꼭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ㅎㅎ

  • 7. 초록하늘
    '09.10.12 9:52 AM

    저희도 가을여행 계획중인데
    올해는 서해안쪽으로 갈 예정이었거든요..

    이렇게 사진으로
    글로 좋은 정보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8. 혜미니
    '09.10.12 11:21 AM

    제주 올레 꼭 가보세요^^ 이번에 혼자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어느책에 있는 놀멍 쉬멍 걸으멍이란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제주 길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본 제주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제주올레 였답니다^^

    혼자여서 더욱 좋았던 올레...그냥 침묵으로 걸을 수 있어서 좋았던길...
    앞으로 그 길위에 자주 서 있을것 같은 예감이랍니다^^

  • 9. 날씬이
    '09.10.12 11:26 AM

    선생님! 너...............무 부럽습니다.
    제주도 올레길 가실때 저희 회원들도 같이 데리고 가주세요. 플리즈!!
    82쿡 국토여행단 한번 만들어서 여행 같이 다니고 싶어요..
    너무 부럽습니다.

  • 10. 진선미애
    '09.10.12 11:44 AM

    어찌 이리 꼼꼼하게 정리를 ^^
    저도 여행가면 입장료랑 경비는 수시로 메모해서 집에 오면 총경비가 딱 나오는데
    샘처럼 느낌 이라든가 장단점 이런거 메모해볼 생각을 안했어요
    역시 샘은 다르시다느거 ㅎㅎ

  • 11. 토끼
    '09.10.12 12:10 PM

    선생님 저는 글을 잘못쓰거든요?
    그런데 샘님의 글을 읽다보면 저도 글쓰는게 조금씩 늘어가는것 같아 좋아요.
    이렇게 앉아서 샘님의 사진과 맛갈스런 얘기보따리 풀어주시는데 죄송할때가 있어요.
    사진감상 잘했구요. 건강하세요.

  • 12. 상큼마미
    '09.10.12 12:23 PM

    제주 올레길 저도 걷고 싶어요^^
    친구가 추석전에 다녀 왔는데, 너무 좋았다고, 다시 가고 싶다네요~~~~~~~
    선생님 잘 다녀 오셨어요^^ 부럽습니다~~~~~~~~ㅇ

  • 13. 레드샴펜
    '09.10.12 1:45 PM

    우리아이가 초4학년이라 여름엔 경주 다녀오고
    가을에 부여 다녀오려고 맘 먹고 있었는데
    사진보니..더 가고 싶네요^^

    처음에 여행가신다고 하실때
    저도 다녀온곳들이라 감흥이 그냥 그럴줄 알았는데
    다시 가야할거 같아요..ㅎㅎ

    잘 다녀오셨어요..저도 무진장 부러워 하고 있어요~~~~~

  • 14. 주원맘
    '09.10.12 2:45 PM

    저, 부여사는데 왔다가셨군요...
    선생님 말씀대로 지금 부여외곽도로공사가 한참 진행중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음식은 선생님만 아니라 부여를 방문하는 분들이 모두 그러시네요. 그게 아쉽다고,...
    암튼 방학때 아이들과 같이 오시면 좋습니다. 부여는,...
    익숙한곳이 나오니 반갑고 좋으네요.

  • 15. 그린
    '09.10.12 5:05 PM

    선생님 사진 보면서 마치 제가 여행을 다녀온 듯
    마음도 들썩이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조근조근, 사분사분 코스 설명하듯 속삭이는 선생님 목소리가
    지금 제 귓가를 맴도는 것 같아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kimys님의 깊은 사랑....
    그래서 보는 사람도 더욱 기쁩니다.^^

  • 16. Terry
    '09.10.12 7:14 PM

    아랫글부터 주욱 읽고 올라와서 여기에 씁니다. ^^
    혜경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남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지..
    정말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언제 한 번 그 비결을 알려주세요...Kimys님이 수 십년 동안 혜경샘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시는 그 비결을..^^(울 남편 좀 갈켜주게.ㅎㅎ)
    두 분이 여행다니시는 모습..참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행복한 날들이 계속 되겠죠? ^^

  • 17. 스칼렛
    '09.10.13 1:26 AM

    부여는 저의 친정에서 20여분 거리인지라 남편과 자주 간곳입니다.
    주원맘님!
    부여의 구드레 돌솥밥집(?)인가요?
    유스호스텔 맞은편에 있는..
    7년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맛있는 수육에 웰빙채소를 한소쿠리 넘치게 주던 집.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맛집이었죠.
    그당시 1인당 만원에 정말 깔끔하고 맛깔나게 한상 차려주던 집이었죠.
    지금도 그런지...그립네요.

  • 18. 주원맘
    '09.10.13 9:27 AM

    스칼렛님,...
    맞습니다. 구드레돌쌈밥집....지금도 있습니다.
    지금인 1인당 만이삼천원정도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저도 안간지 꽤돼서 정확한 가격은~~~

  • 19. 맑은미소
    '09.10.13 10:42 AM

    주원맘님 부여 사세요?
    저도 부여 사는데 너무 반갑네요

  • 20. 주원맘
    '09.10.13 4:09 PM

    맑은미소님 반갑습니다.
    부여사시는분들은 82cook 잘 모르신던데-?
    암튼 가까운데서 사시는 분을 알게되니 좋습니다.
    스칼렛님 고맙습니다.
    보령은 부여에서도 가까운곳이라 자주 가는데 기억해 두었다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세발로 횟집"

  • 21. 맛탕
    '09.10.16 12:14 PM

    저도 부여 사는데 *^^*
    한참 둘째 입덪 중이라 먹는게 만만치 않아요
    선생님이 올리신 묵밥 보니깐 한그릇 먹고 싶네요
    오늘 신랑 일찍 들어오면 한번 가보자고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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