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kimys, 제가 두번이나 나가서 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차리는 것을 고집했던 걸...
제가 200% 이해하긴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어머님이 올해 아흔하나세요.
정말 얼마나 사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닿는대로 정성껏 상을 차려드리고 싶은 게 아들 마음 아니겠어요?
게다가 지난번 자기 생일도, 어머니 생신에 동생들 초대하지 싶어서, 하지 않았고,
또 솔직히 kimys , 자기 마누라가 요리 좀 한다고 동생들에게 뻐기고 싶어하는, 그런 심리도 조금은 있습니다.
그걸...제가 맞춰줘야지, 누가 해주겠어요.
8남매나 된다면서, 왜 도와주는 사람이 네째 동서밖에 없었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신대요,
저희 오형제이긴 하지만, 둘째동서는 참석하지 못할 사연이 있고,
세째동서는 시동생이 일찍 세상을 떠나, 그저 와주기만 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랑 네째동서, 다섯째 동서가 환상의 삼복조인데...외국인회사의 대표이사인 막내동서가 지금 해외출장중입니다.
게다가, 저희 부엌이 비좁아서, 일손이 많아도 걱정입니다. 오히려 능률이 안오릅니다.
그래서 시누이들은 식사후 뒷정리, 설거지, 과일깎기, 차 준비 등을 모두 해줬어요.
저....요리는 하겠는데, 설거지는 좀 재미없어 하거든요. 설거지만 해줘도 어딘데요.
그리구...이거, 우리 시누이들이 보면 안되는데....솔직히, 우리 시누이만한 사람들도 없습니다.
일년에 두어번, 저 숨 좀 쉬고 살라고, 가기 싫다고 하시는 어머니를 1주일이고 2주일이고 억지로 모시고 갑니다.
일년이면 이렇게 몇주, 저 좀 편하라고, 제게 휴가를 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시누이들입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집에서 차려 먹길 잘했어요.
어머니 생신을 차리고 나서, 1주일 이상 요리를 안했습니다.
요리할 맘이 눈꼽만큼도 없었는데...남은 음식이라도 없었으면 어쩔뻔했는지...
그저 동네 중국집이나 피자집, 족발집에 전화했을텐데,
조금씩 남은 음식이 있어서, 전기밥솥에 밥만해서 식구들 끼니 챙겼거든요.
지난 25일부터, 오늘까지, 고작 해먹은 음식이 이거랍니다.
![](http://www.82cook.com/zb41/data/data1/0527_3.jpg)
냉샤브샐러드에 들어가고 남은 샤브샤브고기와 채소,
그리고, 해파리 냉채에 곁들였던 새우를 넣어서 한접시 뚝딱 만들었어요.
맛은...기억도 안납니다.
그냥 꾸역꾸역 밀어넣었어요. 먹어야하기 때문에.
![](http://www.82cook.com/zb41/data/data1/0527_4.jpg)
도토리묵국수.
저번에 강화에서 사온 도토리묵이 한모 남아있는 걸, 발견했어요.
멸치육수 우려서, 김치 무치고, 김올려서, 묵국수로 먹었어요.
![](http://www.82cook.com/zb41/data/data1/0531_1.jpg)
연어회 먹고 남은 연어로 만든 샌드위치.
오이와 양파 연어를 넣었어요.
![](http://www.82cook.com/zb41/data/data1/0601_1.jpg)
먹다남은 감자샐러드로 만든 샌드위치
![](http://www.82cook.com/zb41/data/data1/0601_2.jpg)
소금기 빼지 않은 해파리 통을, 소금기 빼서 밑간까지 한 해파리인줄로 착각,
오이도 썰고, 소스도 만들었는데, 알고보니 손질하지 않은 해파리!
부랴부랴 소금기 씻어내고, 미지근한 물에 담가 쓴맛 더 빼고, 식초, 설탕, 참기름으로 밑간해서 만들 해파리냉채.
이게 전부입니다.
집에 커피도 떨어졌고, 티슈도 떨어졌고, 또 뭐더라...또 뭔가 생필품이 떨어졌는데...
장을 봐올 의욕이 아직은 없습니다.
쌀이랑 과일은 아직 있으니까, 끝까지 버티면서, 뭔가를 사겠다는 의욕이 생길때 장보러 갈까봐요.